CUC y CUP, La sistema Ineficiente
나는 쿠바에 도착하는 대다수의 외국인들처럼 아바나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리고 난 두가지 사실에 놀라웠다. 북반구의 12월인데 마치 싱가포르에 온 듯한 착각이 들만큼 후덥지근한 공항의 열기, 그리고 입국장에서 마주친 엄청난 수의 비닐로 포장된 보따리들. 이건 한국이나 미국 공항 입국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었는데 거의 보따리 시장에 가까울 정도로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을 제외한 공항 구석구석은 귀국편에 사람들이 외국에서 사온 물건들로 가득 차있었다. 공항에 있는 사람 수보다 많을 보따리들은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인지, 세관의 압수를 기다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누군가를 기다리고 그 자리에 놓여있었다. 아마 저 많은 비닐 포장 속 물건들을 사온 보따리상은 다시 그 물건을 시장에 팔거나 자체 소비하고, 다시 새로운 순환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분명 현재 쿠바에는 시장경제가 준용되고 있다. 더이상 쿠바 국민들은 국가에서 나오는 배급만으로 살고 있지 않으며, 상점에서 줄을 서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가방을 맡기고 들어오라며 나를 귀찮게 했던 Panamericana 상점에는 나에게도 비싼 전자제품들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CUC(1 CUC = pegged 1 USD = 25MN)를 통해 소비한다면 체감되는 쿠바 물가는 그닥 저렴한 편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직전에 거쳤던 멕시코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몇몇 포인트에서는 그 이상의 물가수준을 요구한다. 밥 한끼와 모히토 한잔으로 10CUC이 훌쩍 넘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식당이 여럿이고, 외국인 전용 고속버스인 Viazul의 경우 한국 고속버스와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요금이 책정되어있다. 관광업체 투어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반나절짜리 트럭 개조 버스를 타고 움직이는 Topes de Collantes 투어에는 30CUC, 하루짜리 Viñales 중국제 버스 투어에는 67CUC이 책정되어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쿠바인들의 삶 속에서 쓰는 Moneda Nacional을 고려한다면 쿠바에는 아직 0.4MN(1MN이 50원 정도)을 내면 이용할 수 있는 시내버스가 있고, 거리에서는 더위를 가시게 하는 탄산음료(refresco dispensado)를 한 잔에 1MN에, 아이스크림 한 스쿱을 3MN에 먹을 수 있다. 배고프면 0.5$도 되지 않는 낮은 가격에 피자(와 피자빵의 중간 그 어딘가쯤에 존재하는 그것)을 사서 들고다니면서 구경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쿠바이다. 그리고 지금 이 가격의 간극이 점점 커지면서 이중화폐제도의 모순점으로 인해 쿠바 내의 시장경제 시스템에는 불필요한 모래주머니가 너무 많이 걸려있는 상태이다.
사실 시장에서도 외국인과 내국인에 대해 차별적인 가격을 받고, 이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당연히 시장에서는 누구에게나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같은 가격을 받는 일물일가의 법칙이 적용되기에 내가 쿠바를 여행하면서 외국인과 내국인에게 차별적인 요금을 부과하는 곳은 다른 나라에서도 종종 가격차별을 시행하는 국영 박물관 입장료뿐이었다. 하지만 쿠바는 많은 고용이 국가 차원에서 (준)공무원의 신분으로 이루어지고, 이들의 임금이 CUC 단위로 그리 높지 않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기에 거의 모든 국가에서 존경받고 우대받는 직업인 대학교수, 의사 등의 직업은 그 고용이 국가에 얽매여있는 한 임금 수준이 아바나 시내와 공항을 오고가는 택시기사나 클래식 올드카 투어를 운영하는 사람들보다 낮은 한국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희한한 상황에 놓여있다. 결국 똑같은 일을 한다고 해도, 어디서 하는가, 누구를 상대하는가에 따라 CUC business와 MN business로 구분할 수 있고, 이것이 그들의 소득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아마 이런 면을 고려해볼 때 CUC biz인 Casa Particular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사람들은 쿠바 내에서 큰 부를 가진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된다. 실제로 한국인들에게 매우 유명한 Casa Hoaquina의 주인도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교수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만일 사실이라면 쿠바 내에서 부와 명예를 모두 잡는 성공한 투잡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 사회적 비용이 매우 큰 이중화폐제도는 곧 사라질 예정이라고 한다. 실제로 외화와의 거래에서 CUC는 살 때 3.5% 가량, 팔 때 3.5% 가량을 수수료로 지불해야하니 현재 CUC 운용은 쿠바 정부가 Cadeca를 통해 환전 시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는 도구이며, 민간 측면에서 CUC와 MN은 25를 곱하고 가격을 계산하는 비효율적 지불에 의한 비용이 추가적으로 드는 행위다. 마지막 이중화폐제도 운용의 이유였던 미국의 제재, 미수교도 해결된다면 지불용 화폐와 간식 구매용 화폐를 따로 구분하던 제도의 폐지는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제 이 비효율의 끝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시꺼먼 매연을 뿜는 올드카뿐이라던 거리에는 중국제 관광버스를 비롯하여 최근 생산되었을 것 같은 차량도 많이 보이고, 그 중에는 현대자동차도 가끔 있다. 트리니다드에서는 9시에 연다는 상점이 9시에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도 자기들끼리 할 일이 있다며 열어주지 않았고, 예측할 수 없는 점원들의 점심시간 덕분에 1시까지 점심시간이라고 해도 30분 정도는 문 앞에서 기다리는 고객들을 무시하며 맛있게 점심을 드시는 상점들이 있었다. 아바나에서는 실제로 물건을 고르는 상점이 아니라 카운터에서 인터넷쇼핑을 하듯 계산원에게 사고 싶은 물건을 설명해주어야하는 상점 때문에 말도 통하지 않는 나는 더 고생하며 고작 Agua Mineral을 사야했다. 그러나 실제 내가 쿠바에 머무르는 동안 2.0 CUC/hr였던 Wi-Fi 이용료는 1.5 CUC/hr로 하락했고, 아마 점점 더 내려갈 것이다. 현재는 인터넷 접속이 특정 호텔이나 공원에 한정되었지만 허용되지 않을 휴대폰의 3G 인터넷 접속도 언젠가는 허용이 될 것이고, 현 이중화폐제도의 종말도 머지 않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하나하나 이루어질 때마다 쿠바는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이다. 현재도 Prado, Malecón 거리에는 큰 규모의 신축 건물이 한창이고, 현재 12항목으로 제한된 미국인의 쿠바 방문 목적이 사라지면 지금까지 대기중이었던 미국 자본도 쿠바로 쉼없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어쩌면 내가 지금 이 시점에 쿠바를 방문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언제 얼마나 바뀔지 모르는 곳이기에 불편함 속의 편함을 찾기 위한 쿠바로의 여행은 정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