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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Nov 19. 2023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면

가을이 겨울에게

지금 이 순간, 각자의 삶이 지나고 있을 '어딘가'를 생각해 봐요.


누군가는 아름다운 푸른 들판을 평화롭게 걷고 있을 테고, 어떤 이는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있을지도 모르죠.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는 중일 거예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는 어두운 터널은, 누구나, 언제든, 지나야만 하는 곳이죠.


제각각의 이유로 도착한 터널의 입구에 서서, 끝이 보이지 않는 적막한 어둠을 마주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하나뿐이에요. 누구도, 그 터널을 피할 수는 없으니까.





삶의 흐름은 반드시 이곳을 통과하도록 우리의 등을 슬쩍 밀어내죠. 그렇게 한 발자국,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애써 모른척해가며 터널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의 막막함. 아마 당신도 겪어봤기에, 알고 있겠죠.


깊고 차가운 어둠 속을 걷는, 삶의 어느 지점.


느리게 내딛는 발걸음이 울리는 그곳을 걷고 있을 때면, 우린 완전한 혼자가 돼요. 아무렇지 않은 듯 주변의 타인들과 어울려 현실의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누구도 볼 수 없는 저만의 깊은 곳에서는 터널을 통과하는 중이죠. 외롭고, 괴로워서, 이 터널의 끝이 과연 있긴 한 걸까, 의심하고 또 의심하고 말아요.


하지만 우리가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언젠가 끝이 있다는 사실'을 믿기 때문이죠. 저 먼 곳의 빛 한 점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해서 그곳을 향해 간다면. 언제가 되었든, 한걸음에 두 걸음을 더하고 또 더하다 보면, 끝에 가까워지고 있을 테니까.


결국, 그렇게 어둠의 끝에 다다라 다시 한번 밝은 세계를 마주하고 나면, 터널을 통과하기 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된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오늘도 '레터룸'에서는 '오후 12시의 커피클럽'에서 여섯 명의 사람들과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따뜻한 커피를 마셨어요. 그 대화 사이에서 건져올린 '터널'이란 단어 하나를 당신에게도 전해요. 혹시라도 당신의 지금이 '터널'을 통과하는 순간이라면, 멈추지 않기를 바라며.


가을이 겨울에게. 일상 에세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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