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도, 집안도 고요해진 시간, 문득 생각해 봐요. 짙은 밤하늘을 닮은 먹색일까. 오후 다섯 시, 노을이 스며들기 시작한 하늘의 끄트머리 색처럼 진한 오렌지빛일까. 이리저리 여러 색을 헤엄치다가 떠올리죠. 외로움은, 제각기 각자의 색으로 칠해지겠구나.
그렇네요. 기쁨도 행복도, 사랑도 외로움도. 같은 자음과 모음을 조립해 만든 단어지만, 그 정의는 각자의 사전 안에 쓰여있듯이. 외로움이란 누군가에겐 짙은 먹색이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하늘색일 수도 있을 거예요. 홀로 잠드는 밤, 곁에 누운 외로움 때문에 차가워지고 마는 이가 있을 테지만, 어떤 이는 등뒤에 가만히 기대 오는 외로움을 반길지도 모르죠.
외로움을 정의하는 것도, 외로움을 대하는 방식도, 우리의 전부 다른 생김새만큼이나 다를 거예요.
그러니 불쑥 외로움이 찾아오는 어떤 날도, 싫지만은 않아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외로움을, 살포시 안아줄래요. 나의 외로움이 어느 날 버겁게 느껴져도, 그것마저 '나'인걸 어쩌겠어요. 가끔은 그 외로움 덕분에 글이 술술 써지기도 하니까, 기특한 구석도 있는걸요. 그렇게 외로움에게도 피식 웃어버리고 말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