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떼흐넝스제도와 에르메스 파리 본사 면접 후기
프랑스 비지니스 스쿨에서는 Master professionnel (마스테흐 프호페시오넬) 이라고 해서 경영학 또는 실무가 중요한, 다시말해 졸업 후 취직을 목표로 하는 석사 과정을 이수하려면, 이론 수업과 병행해야 하는 실무 경험을 실제로 하고, 그에 대한 논문을 제출해야 하는 커리큘럼이 보편화 되어있다.
우리 학교는 그 당시 럭셔리 경영학 석사 과정 중에 실무 경험을 Stage de fin d'études (스타쥬드 팡 데뜌드) 나 Formation en alternance (포르마시옹 언 알떼흐넝스, 이하 Alternance라 요약해서 부름) 둘 중 선택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학교였다. Master en alternance 는 학교 수업이 있는 1학기의 세 달, 그리고 2학기의 세 달 총 6개월 동안 회사를 일주일에 월화수만 가고, 목금은 학교를 나가고, 나머지 학교의 방학 기간 중에는 100% 출근 하면서 총 12개월 이상을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을 조건으로 회사가 학비도 내주고, 다달이 월급도 주는, 프랑스에서 취업을 목표로하는 학생들에게는 이상적인 계약직 형태이다.
프랑스는 세금을 많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직원 한명을 고용하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을 떠안아야하고, 이 직원을 해고하려면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 Alternance 계약은 사회 초년생들을 너무 큰 리스크 없이 1년정도의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정부에서 장려하는 만큼 (고용지원 및 청장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대책으로 나온 제도이기 때문에) 세금감면 혜택도 받게 된다.
지금은 프랑스의 다른 비지니스 스쿨들도 이 제도를 도입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실무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하지만, 회사들 입장에서는 세금혜택이 주워지더라도, 직원이 (아무리 주니어 레벨이긴 하지만) 매일 출근하지 않고 1학기, 방학, 2학기, 방학 이런식으로 복잡하게 나뉘어진 근무형태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하여 그 당시 럭셔리 업계에서는 Alternance 를 받아들이는 회사가 많이 드물었다. 20명 소수정예였던 우리 반에서 50%의 학생들만 Alternance 계약을 따냈고, 나머지는 2학기 이후 풀타임 인턴으로 6개월 근무하는 스타쥬를 해야만 했다.
심지어 이 계약은 학교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여기저기 이력서를 보내고 면접을 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자리를 찾아 들어가, 나의 특별한 계약형태를 회사 HR에게 설명하고, (난 외국인 학생 비자였기 때문에 다른 프렌치 친구들과는 다르게 일년에 964시간 이상 일하면 불법이지만, 학교 학위를 따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많이 일해야 된다는 걸 이민당국에 보고하고 예외적인 허가를 받아야했다.) 나의 특별한 근무 스케줄을 팀원 및 보스에게 설명하고, 무엇보다도, 회사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폭풍 과제와 졸업 논문 준비를 해야했다.
나는 정말 럭키하게도, 학교 오리엔테이션 때 만났던 선배의 소개로 에르메스에서 Operational development 어시스턴트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렇다, 난 아직도 이 말을 하는 걸 즐긴다: 내 명품경영석사학위 학비는 우리 부모님이 아니라 에르메스가 내줬다고) 이 직무는 마케팅, 세일즈 및 비주얼머천다이징을 아우르는 경험으로 사회 초년생으로서는 어떤 분야가 나에게 더 잘 맞는지 조금씩 테스트해 볼 수 있어 정말 좋았다.
면접은 1차 전화면접, 2차 HR과 직접 얼굴보고 면접, 3차 지원 부서 Operational development 부장님과 면접, 4차 지원 division (과) 사장님과 면접 이렇게 4단계로 이루어졌다. 이 모든 단계를 통과하고 나니 어느새 난 에르메스 파리 본사 오피스에서 일하는 유일무이한 최연소 한국인이 되어있었다. (이후에 안 사실이지만 2012년에 에르메스 파리에 근무하는 한국인이 세 명 있었다고 한다. Operational development 부서에 나, 직접 가방을 제작하는 Atelier에 근무하시는 장인 언니, 그리고 Faubourg St-Honoré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판매직으로 근무하시는 언니, 이렇게 딱 셋)
출근 첫 주에 회사 구내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을 때 생각이 난다. 첫 날 줄 설때부터 힐끔 힐끔 시선이 느껴졌는데 밥을 먹을 때는 더했다. 사람들이 "저 중국인은 뭔데 우리 헤드쿼터에서 밥을 먹는거지?" 하는 느낌으로 쳐다보는 게 약간 불편하긴 했지만 좋게 생각하면 뭔가 연예인이 된 것 같았다. 회사 1층에 정원이 있었는데 그 정원에 잠깐 지나가면 같은 부서가 아니라 말 할 기회도 없는 다른 부서 사람들이 나를 신기해하며 어디서 왔냐고 말도 걸어주고 인상 깊어했다. 이 정원은 사실 흡연자들을 위한 Pause cigarette (뽀즈 시갸렛뜨, 흡연하며 휴식하는 시간) 공간이었는데, 나는 흡연자는 아니지만 다른 컬리그들과 잡담도 하고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사실 회사생활하면서 필요한 가십이나 정보도 굉장히 접할 수 있다.) 때문에 담배연기를 싫어하면서도 나갈때마다 불러줘서 고맙다는 태도로 웃는 얼굴로 따라나가서 이 정원에서 재잘재잘 수다를 떨었더랬다.
사이드 스토리지만 2차 HR면접 때 지금와서 생각해도 너무 어이없는 질문이 하나 있었는데, 면접관이 나의 별자리와 나의 성향에 대해서 물었다는 것이다. 난 10월생 천칭자리라 밸런스를 좋아하고 사람들과 원만하게 일하며 행복을 느낀다고 말하며 넘어갔는데 이 면접관은 왜 이런 질문을 했던 것일까? 별자리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물어본건가? 아님 돌발 질문(커리어와는 동떨어진 주제로 질문하여)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고 싶었던 걸까? 아직도 궁금하다.
에르메스에서의 Alternance 계약직은 지금 와서 생각해도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Thierry Hermès 의 창시부터 가족경영을 고수해온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1837년부터 어떻게 운영되고 성장하게 되었는지,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스토리텔링은 어떤 부분에서 강조하는지, 본사와 매장이 어떻게 전략적으로 소통하면서 리테일 브랜드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키워 나가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13개월의 계약은 속절없이 끝나가고 있었고, 에르메스는 한국에 가서 일해보는 것은 어떻겠냐며 나를 한국 스태프 트레이닝에 보내 한국 팀원들과 만날 기회를 주선해 주었다. 하지만 난 프랑스가 좋았고, 이제 겨우 파리 생활에 적응한 것 같은데 4년 만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자니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난 에르메스에게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파리에 남아 다른 회사에서 일해 볼 기회를 찾겠다며 작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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