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더는 '영어 때문에' 핑계 대고 싶지 않아

Day 30.

by 아템포윤 a tempo yoon

더 이상 '영어에 발목 잡혔다' '영어 때문에'라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

그래서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어쨌든 다시 또 작심삼일을 시도한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매일 아침, 영어 표현 하나를 공부하고 그 표현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을 적은 글이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 나는 언제나 영어에 발목 잡혔다.

대입에서도, 인턴 생활 중에도, 이직에서도, 심지어 친목 모임에서 조차.



영어가 나의 약점이 되는 일이 많아질수록 나의 영어 울렁증도 비례해 커졌다.

영어 때문에 내가 시도할 수 있는 일들의 범주가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그럴수록 느끼는 좌절과 안타까움은 증가했고, 그런 만큼 영어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자라났다.



필요성은 점점 불어났지만, 오히려 그 압박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영어와 멀어졌다.

'내가 영어 울렁증이 있어서'

'내가 영어를 못해서'

'내가 영어만 잘했어도'



수없이 댈 수 있었던 핑계와 변명과 이유들이 이제는 너무 부끄러워졌다.

해야 함을 알면서도 미루고 미뤘던 시간들 속의 내가 한심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상황에 나를 던져 넣기로 했다.



창피하지만, 이전에도 몇 번의 시도는 있었다.

온라인 강의도 끊어보고(결국 1/3 정도 들었을까? 환불하고 말았다)

영어 책을 사서 작심삼일로 읽기도 하고

PC 기본 언어 환경을 영어로 바꾸어 보기도 하고(이틀이나 지났을까, 나의 언어 설정은 다시 한국어가 되었다)

아침 준비 시간에는 무조건 영어를 틀어 놓기도 하고.



하지만,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고 오늘도 영어는 나의 발목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하루 중 내가 무조건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아침이다.

변수가 발생할 확률이 그나마 가장 낮은 시간이다.



아침에 30분만 일찍 일어나서 영어 표현 하나를 공부하고,

그걸 보고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적자.



그 결심이 나의 브런치스토리의 시작이었다.



사실 브런치스토리 작가 도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년 전 네이버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며 브런치스토리 작가에도 함께 도전했었다.

그때 한 달 간격으로 두 번을 도전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이후 작가되기는 안되나 보다 잊고 살았다.



그런데 올해 9월 말.

왜인지 문득 다시 브런치스토리 작가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하고 싶다, 해야 한다 라는 마음이 올라오면 일단 실행하는 편이다.

(예외는 거의 영어와 운전뿐인 것 같다)



심혈을 기울여 고심 끝에 여러 편의 글을 써서 도전했던 지난 두 번의 도전은 낙방했는데,

오히려 가볍게 후루룩 글 한 편을 써서 도전했던 이번에는 작가 확정 메일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스토리에서 글을 쓰게 되었다.



브런치스토리에 드디어 입성하자마자 [제13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진행 중임을 알게 되었다.

우연의 일치인가.

한 달이 조금 되지 않는 기간이 남아 있었다.



그 공지를 보니 불쑥 '이거다, 나 이거 도전해야지'하는 마음이 솟구쳤다.

일단 글을 매일 써서 올리며 동시에

한 권의 브런치북을 만들기 위해 빠르게 내용을 기획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도전하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기자

나의 아침 영어 공부 루틴이 뒤로 밀려 버렸다.



아뿔싸.



이 글을 쓰기 시작했던 처음의 목적과 방향성은

지금, 이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달라져버렸다.



나는 한 권의 브런치북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해진 나머지

매일 아침 영어를 공부하는 루틴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시원하게 잊어버렸다.

그래서 이 브런치북은 '더 이상 영어에 발목 잡혔다는 핑계를 대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실행하지 못한 실패의 기록이 되고 말았다.



꼭 해야 하는 일이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나는 약간의 강제성이 있는 환경에 나를 던지는 편이다.

내가 어쩔 수 없이라도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도록.



혼자 영어 공부 루틴을 만들지 못하는 나라서

공개된 브런치스토리라는 공간에서 Day를 붙여가며

어떻게든 영어를 매일 공부하고야 말겠다는 몸부림이었다.



그 시도는 작심삼일이 되고 말았다.



아쉽기는 하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다.

나에게는 다시 작심삼일을 반복할 체력이 남아 있으므로.



그리고 어쨌든 나를 어떤 환경에 던져놓았던 시도는

한 권의 브런치북을 낳았다.



무엇이든 시도하면 무엇이라도 남는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법칙을 오늘도 나는 확인했으므로 또 시도할 것이다.

계속하다 보면 브런치북이 나오든 영어 잘하는 내가 나오든

또 다른 생각지 못했던 무엇이 나오든

무엇이든 남을 테니.




아템포윤

Long Learn with a.tempo.yoon

지금 내가 배우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글로 풀어낸다.

오늘의 나를 글로 기억해 둔다.

글을 통해 본디 나로, 나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돌아온다.

에세이/회복탄력성/심리/책/예술/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