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배달 프로젝트'의 시작

행복이 아닌 '만족'을 묻기로 했다

by 김희욱

3년 만에 마주한 행복 순위의 진실


덴마크에 유학하는 동안, 어딜 가나 저를 따라다녔던 단어는 "행복"이었습니다.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서 덴마크가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한국은 41위였습니다.


한국의 가족과 친구들은 제게 물었습니다. "덴마크 사니 행복하냐?" 덴마크 친구들도 행복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3년을 살면서도, 그 '행복 1위'라는 명성을 제 피부로 느낀 적은 없기에 그 행복 순위가 덴마크의 흐린 하늘처럼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살인적인 물가, 지긋지긋하게 궂은 날씨, 높은 세금. 저는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평가 기준이 잘못되었거나,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세뇌당하고 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덴마크식 행복이란, 이 춥고 비싼 현실을 그럭저럭 견뎌내는 능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KBS 다큐가 알려준 행복의 비밀


행복 지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KBS 다큐멘터리에 방송 코디로 참여하면서였습니다. 덴마크와 한국의 행복도 차이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코디로 길거리 설문을 진행하며 중요한 차이를 발견했습니다.


방송팀은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추상적인 질문 대신, '당신은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가'와 같이 구체적인 만족도를 물었습니다. 예를 들어, "당신은 현재 하고 있는 일(또는 공부)에 얼마나 만족합니까?", "당신에게 주어진 자유 시간에 얼마나 만족합니까?"와 같은 질문들이었습니다.


설문 중에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습니다. 지나가던 덴마크 커플에게 현재 삶에 만족하냐고 물었습니다. 남자친구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


"덴마크가 가장 행복한 나라인지는 모르겠어요. 날씨도 흐리고 겨울이 너무 길어서, 다른 나라 여행 갔을 때가 더 만족스러워요."


옆에 있던 여자친구가 잡고 있던 남자친구와의 손을 탁 놓았습니다. '난 날씨가 안 좋아도 네가 있어서 행복해'라고 말할 줄 알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카메라 들고 있던 피디님은 갑자기 바닥을 열심히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 둘의 모습을 보면서 개개인의 만족도는 정말 다르고, 관계도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행복'은 일시적인 기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족'은 삶의 의미, 자율성, 안정감 등 복합적인 요소를 포함합니다. UN 세계행복보고서 역시 '삶의 만족도 지수'를 조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설문조사하는 시간들을 통해 그들은 순간의 즐거움보다, 삶 전반에 대한 안정감과 만족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쩌면 제가 의심했던 덴마크 행복 순위의 비밀은 바로 이 '삶에 대한 만족도'에 기반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졸업 후의 쉼표 (갭이어)


방송 참여 후, 저는 행복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넘어 행복의 이면을 파헤쳐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석사 졸업 후, 다행히 3년짜리 체류 비자가 주어졌습니다. 학업 흥미 제로, 두 번의 0점 덕분에 취업이나 박사 진학은 꿈도 못 꾸었습니다. 그렇다고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3년 중 1년만 나에게 '시간의 선물'을 주기로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행복 배달 프로젝트'가 시작된 순간이었습니다.


방송코디로 참여해서 진행했던 길거리 설문 경험이 좋았기에 그 활동을 다시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장비 없이 대뜸 나가 행복을 묻는 건 어려워 보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낯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대학교 기숙사에서 디너파티가 있을 때, 한국 음식을 소개할 때 덴마크 친구들과 가까워질 수 있던 경험을 프로젝트에 반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길거리에서 한국음식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행복 이야기를 듣고, 한국에 전달한다. 그러면 한국도 덴마크처럼 행복해지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피어난 이 프로젝트의 씨앗 때문에 제가 자전거 위 호떡 철판 앞에 서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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