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 냄새가 부른 행운

청소부 아주머니, 나의 구원자

by 김희욱

마감 임박, 최후의 수단


온라인 지원은 이미 마감되었습니다. 더욱이 당시 덴마크에서 한식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에, 단순히 서류만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호떡이 시청 관계자의 관심을 끌려면, 무엇보다 맛으로 직접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씨앗호떡 4개가 담긴 상자와 계획서, 지원서를 들고 코펜하겐 시청으로 향했습니다. 마지막 희망을 안고 리셉션에 도착해서 노점 허가 담당자를 만나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전 예약 없이는 담당자를 만날 수 없다는 차가운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준비한 음식과 서류라도 전달해 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리셉션 직원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담당 부서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두 번의 거절, 희망이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풀이 죽어 테이블에 주저앉았습니다. 그때 코 끝으로 모락모락 호떡 냄새가 피어올랐습니다. 갓 구운 호떡 반죽을 뚫고 나온 설탕의 달콤한 향기가 시청 로비에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다 냄새 때문에 주의라도 받을까 싶어, 저는 서둘러 자리를 뜨려 했습니다.


코펜하겐 시청 리셉션

K-드라마 팬, 나의 구원자


그렇게 서둘러 자리를 뜨려던 순간, 청소 카트를 끈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왔습니다.


"이 달콤한 냄새는 뭐예요?"


저는 반사적으로 호떡 상자를 열어 보여주며 설명했습니다. 청소부 아주머니는 태국 분이셨고, 놀랍게도 K-드라마 팬이었습니다! 호떡을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저는 담당자에게 전해주지 못해 아쉬운 마음으로, 동료분들과 나눠 드시라고 호떡 상자를 건넸습니다.


그때 아주머니가 이곳에 온 이유를 물었습니다. 저는 프로젝트 취지와 함께 호떡 맛을 선보이려 담당자를 찾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아주머니는 담당자 이름을 묻더니, 지원서와 호떡을 직접 전달해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에 아주머니는 저의 구세주처럼 보였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힘인지, 호떡 냄새의 이끌림인지 알 수 없지만, 정말 운 좋게 제 지원서는 담당자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레드존 입성, 그리고 예상 밖의 난관


마감이 임박해서 낸 지원서였는데,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그 주에 선발된 24개의 '레드존(Red Zone)' 벤더 중, 제 이름이 22번째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레드존은 코펜하겐 도심 중심부로 경쟁이 치열하고 허가가 매우 까다로운 구역이었습니다.


참고: 코펜하겐 노점 구역


레드존: 도심 중심부. 가장 엄격한 규제. 허가는 극히 제한적.

블루존/ 그린존: 레드존 외곽. 일반적인 이동식 판매 허용.


코펜하겐 노점 구역 규정


저는 레드존 벤더로 선정되었다는 기쁨에 들떠 코펜하겐 시청으로 향했습니다. 허가증 수여와 운영 규칙 설명을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설명회 자리에는 저를 포함한 24개의 레드존 벤더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저처럼 대부분 덴마크가 아닌 다른 나라 국적의 사람들이었고,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려는 꿈을 가진 이들이었습니다.


우리 각자는 공공 도로와 광장에서 음식을 판매하기 위해 코펜하겐 시청에서 발급한 공식 허가증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증표인 탐나는 빨간색 스티커도 함께였습니다. 고객, 경찰, 시청 감독관들이 허가받은 판매자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이 스티커를 부착하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이동식 노점을 운영하며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에서 정해준 장소에서 영업을 할 권리를 부여하는 이 허가증과 스티커를 손에 들고, 우리는 서로 들뜬 마음으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시청 담당자가 설명하는 레드존의 운영 규칙은 제가 꿈꾸던 자유로운 길거리 장사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레드존 구역 벤더 설명회





이전 10화왜 하필 호떡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