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버리 매장 앞에서 '버럭'한 사연

스트뢰에트 거리에서 법이 가르쳐준 평등

by 김희욱

명동 거리의 호떡 자전거


이번에 지정받은 자리는 코펜하겐의 명품 쇼핑거리, 스트뢰에트(Strøget)의 한복판이었습니다. 이곳은 한국의 명동 같은 곳입니다. 특히 명품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위치였습니다.


스트뢰에트는 역사적인 거리입니다. 1962년, 시의회는 이곳을 보행자 전용 구역으로 만드는 실험을 했습니다. 당시 상인들은 고객 감소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시장이 살해 협박까지 받았을 정도였습니다. 자동차 중심 환경에 익숙했던 사람들의 격렬한 저항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역사적인 거리에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지도에 표시된 자리에 호떡 자전거를 주차했습니다. 노점 오픈 준비를 마쳤습니다.


쇼핑거리 보행자거리 지정 전/후 모습


출입문 앞에서 벌어진 전쟁


호떡판에 불을 붙이고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5분도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 자전거 뒤에 위치한 버버리 매장 직원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매장 앞에서 대체 뭐 하는 겁니까?" 직원은 제게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는 시 관계자에게 안내받은 대로 노점 허가증과 바닥의 지정 장소 마크를 확인해 주었습니다. 허가증을 꼼꼼히 살펴본 직원은 굳은 얼굴로 매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잠시 후, 맞은편 다른 고가 럭셔리 옷가게 남자 점원이 나왔습니다. 그는 팔짱을 끼고 버버리 직원과 호떡 자전거를 보며 콧웃음을 쳤습니다.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곧 버버리 직원이 다시 제게 왔습니다.


"여기서 도대체 무엇을 만드려고 하는 거야? 비싼 옷 파는 곳에서 기름냄새 때문에 출입문을 열어 놓을 수가 없잖아! 여기 있어봤자 얼마나 팔겠어? 다른 곳으로 옮기던지, 이 장소는 너에게 좋지 않아!"


버럭 하는 직원에 욱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냄새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면 미안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지자체 허가를 받고 지정된 장소에서 하는 겁니다. 우리 아니어도 내일은 다른 길거리 음식 파는 사람이 이 자리에 올 겁니다."


점원은 최후통첩을 했습니다. "암튼 기다려. 좀 있으면 관계자, 경찰이 와서 너흰 여기서 조만간 옮겨야 할 테니까!"


버버리 매장 앞 노점 장소


덴마크 경찰과의 만남


경찰을 불렀다는 말에 저는 놀랐습니다. 외국인 신분으로 덴마크 경찰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에 뭔가 잘못된 것 같았습니다. 저는 프로젝트를 도와주는 덴마크 친구 사둘라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사둘라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BRUCE, 시에서 준 허가증이 있고 주소지가 맞으면 절대 불 끄지 마. 누가 뭐라 해도 계속 호떡 만들어도 괜찮아. 경찰이 온다 해도 겁낼 필요 없으니 걱정하지 마!"


친구의 말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호떡 자전거를 둘러싼 점원들의 시선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잠시 호떡판의 불을 살며시 껐습니다.


몇 십분 후, 시청 관계자와 경찰 두 명이 걸어왔습니다. 낯익은 시청 관계자의 얼굴과 낯선 경찰의 얼굴이 대조적이었습니다. 시청 관계자는 저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그리고 신고한 매장들에 들어가 이야기했습니다.


프로젝트 든든한 후원자 사둘라

돈의 액수로 비교당한 상품의 가치


시청직원은 제게 다가와 다시 이야기했습니다.


"고가 제품 매장들이 이번에 새로 바뀐 룰을 몰랐나 봐요. 이 결정은 정치적인 결정에 의해 선택된 룰입니다. 모든 사람의 이해관계를 다 만족시킬 순 없어요. 쇼핑거리는 매장의 소유가 아닙니다. 저쪽에서 Bruce에게 자리를 옮기라고 요구할 수도 없어요. 다음에 이런 일 또 발생하면 리포팅해 주세요. 그럼 매장이 영업 정지가 될 거예요. 지금 만들고 있는 호떡 계속 만들고, 음식 냄새는 당연한 것이니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있어도 됩니다."


저는 시간 내서 와준 시청 관계자에게 감사했습니다.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덧붙였습니다.


"참고로 내일 지정받은 장소는 또 다른 고가 브랜드인 뱅앤울랍슨 오디오 매장인데, 미리 말해둘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버버리 매장 앞에서 저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호떡 1000개를 팔아도 고가 옷 하나 값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옷으로 고객을 만나는 시간과 호떡으로 손님을 마주하는 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진 기회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상품의 가치를 돈의 액수로 비교당한 사실은 안타까웠습니다. 옷의 주인이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인데 말입니다.


시청 관계자의 조언 덕분이었습니다. 다음 날 뱅앤울랍슨 매장에 갔을 때, 저는 매장에 먼저 들어가 인사를 건넸습니다. 노점 허가증과 행복 배달 프로젝트를 소개했습니다. 그 덕분에 매장 직원은 화장실이나 마실 물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와서 이야기하라고 했습니다. 저도 감사한 마음에 씨앗 호떡으로 마음을 전했습니다.


매일 장소를 바꾸어 이동해야 했기에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 어려움 속에서 덴마크 지역 신문에 프로젝트가 소개된 이후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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