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예술가 라이프

혼자서 즐기는 추석

by Athena Kim

어제 온누리 산호세 한인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고 정원으로 나왔더니 모시 송편을 판매하셨다. 내일이 추석임을 그렇게 알게 되었다. 현금만 받으셔서 구매를 못하고 여성 홈모임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더니 수빈 자매님이 모시 송편 한 팩을 선물로 주신다. 얼마나 감사한지. 스위트한 자매님. 혼자서 추석 보낼 것을 감안해 신경 써 주신 것이다. 수빈 자매님은 남편과 함께 도매업으로 바쁘셔서 매주일 예배참석이 어려우시지만 가능하실 때에는 마운틴 뷰서 일부러 오셔서 라이드를 해주시는 고마우신 자매이다. 나이차가 한 살밖에 되질 않아 이야기가 잘 통하는 유일한 자매이기도 하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 11:45분 허리 엑스레이 예약시간을 지킬 수 없기에 전화로 급히 재스케줄링하고 일어난다. 근육완화제와 PTSD 및 불안증 약을 음식과 함께 복용해야 해서 간단 아침식사를 차린다. 으레 아이폰을 집어 들고 로컬 라디오 음악을 Siri에게 틀라고 명령하며 집어 들었다. 팔로 알토, 서울, 인천, 그리고 천안에서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세요”류의 메시지를 담아 도착해 있다. 아, 한국에선 추석 연휴이구나! 서울에서 이십 오 년이 되도록 혼자 자취하는 동안 각종 명절은 내게 혼자임을 자각케 하는 다소 우울하고 지루한 시기였다. 미국에서 살면서는 아예 잊고 산다. 올해 한인 교회에 예배와 친교를 드리러 가기 시작했다. 8년 남짓 로컬 한국인 분들과는 교류가 없었다. 살기 바빴다고 해야 할지. 그리고 일부러 거리를 둔 것도 있겠다.


모시 송편이 참 맛나다. 금세 모시 송편 셋이 순식간에 게분 감추듯 사라진다. 배가 부르다. 이젠 약 먹을 차례. 영양제까지 합하면 스무 개가 넘는 알약을 목 안으로 넘겨야 한다. 약 먹는 것을 건너뛰어 이후 하루동안 그 대가를 치르지 않으려면 내키지 않지만 복용해야 하는 약. 불평보다는 이렇게 도움받을 수 있는 약이 있음을 감사함으로 돌리는 게 여러모로 이롭다.


매주 일요일 밤 쓰레기와 재활용 플라스틱통을 집 앞 도로에 내놓고 도로 집 옆뜰에 들여놓는다. 일찍 행동하지 않으면 개산책 시키는 사람들이 개똥 플라스틱 주머니를 내 쓰레기통에 넣고 가버리기 때문에 이게 찝찝해서 내 게으른 몸을 움직이게 한다. 아파트에서 월세 내며 살 때는 내 일이 아니었던 곳을 하려니 귀찮지만 층간소음 없이 사는 현재의 삶을 사는 가운데 치러야 할 나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어제 미리 핸드 드립으로 한 주전자 내린 커피를 덥혀서 옆뜰 파티오로 가서 잠시 멍 때리기 하고 정신을 차려야겠다. 오늘은 꼭 상자 한 개 이상은 언박싱하여 정리하고 거실에 있는 책상 위를 깨끗하게 비워 두어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확보를 할 테다. 그리고 작업하자. 스텝 바이 스텝.


해피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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