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예술가 라이프

오클랜드에서 팔로알토로 이사

by Athena Kim

지옥 같던 오클랜드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피난 오듯 팔로알토로 지난 십일월에 이사했다. 생애 처음으로 앞뜰, 옆뜰, 뒤뜰이 있는 주택에서 살고 있다. 백 년 된 리모델링이 전혀 되지 않은 원 베드룸 주택이 월세가 무려 사백 오십만 원이다. 그나마 덜 오래된 아파트 월세보다 대략 백만 원가량 저렴하다. 서울에서 신사동 스튜디오 월세비는 팔십만 원이었다. 사적 야외 공간이 모처럼 생겨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현실은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문젯거리 투성이다.


집 앞에 백오십 년은 족히 넘는 떡갈나무가 떡 하니 서있다. 캘리포니아주 법상 이렇게 오래된 떡갈나무는 벨 수 없다고 한다. 하루 종일 떡갈 나뭇잎과 나뭇가지가 짚 앞 드라이브 웨이와 현관 계단에 떨어져 쌓인다. 아침 또는 오후 때때로 긴 빗자루를 가지고 떨어진 잎사귀와 나뭇가지들을 쓸어 담아 버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에 걸림이 되지 않길 바라고 아무래도 깨끗한 게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이 커다란 떡갈나무를 자주 오르내리고 달리기를 하는 검은 다람쥐들이 있다. 서울에서 드물게 공원에서 보던 다람쥐에 비해 몸집이 크고 겁이 없다. 집 나무 울타리위를 빠르게 질주하기도 한다. 팔로알토의 오랜 주민인 백인 미국인 친구말에 의하면 다람쥐들이 이 지역에서는 해충이라고 한다. 쥐를 비롯해 다람쥐, 사슴, 노루, 스컹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야생 동물들이 주택가와 도로에 출현한다. 볼 때마다 나는 놀란다. 오 세상에나! 이들은 질병을 옮기고 야외 파티오의 가구와 집기들을 파괴한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동물은 서울 대공원이나 어린이 대공원에서 본 것이 전부였다. 금붕어 몇 마리를 이삼 년간 국민학교 시절에 키운 게 전부다. 시도 때도 없이 눈에 띄는 검은 다람쥐들의 출몰에 기겁하기 일쑤다. 이들은 상당히 공격적이고 사람 무서운 줄 모른다. 다람쥐를 비롯해 야생동물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 그러려면 주택가를 벗어나 아파트 빌딩으로 이사 가야 한다. 이사가 좀 큰 일이던가. 웬만하면 여기사 적응하며 살아가야지.


개미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개미떼를 구경하다 보면 오후 한나절을 다 보내고도 남음이다. 이사 온 지 이주가 안 돼 현관문 앞 거실 목재 바닥에 출현한 수백 마리의 갈색 개미들로 깜짝 놀라 펄쩍 뛰어올랐다. 곧 구글로 개미떼 퇴치 방법 및 제품들을 서치하고 아마존으로 제품 오더했다. 챗GPT에도 문의해 도움을 받아 참고했다. 제품들이 배송되기까지 초조했다. 난 겁이 많기도 하고 없기도 한데 곤충, 해충, 야생동물들은 질색이다. 직접 매일 이곳에서 살면서 아홉 달 동안 경험해 보니 더욱 명확해졌다. 거미가 수십 마리 도처에서 발견되는데 이는 해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곤충이라 하여 무섭지만 이제는 페이퍼 타월로 조심스럽게 잡아서 야외로 내보낼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2017년 정체를 알 수 없는 벌레에 물려 오른쪽 발목과 다리가 엄청나게 부어서 급기야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 응급실에 간 적이 있다. 진단명은 봉와직염. 난생처음 들어보는 병명. 항생제를 한 달 치 처방받아 복용하고 한동안 아파트에서 안정해야 했다. 상처를 방치하고 병원 방문이 늦으면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끔찍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는 질병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이후로는 야외활동 시 전신을 옷으로 보호하고 벌레에 물리지 않기에 조심한다.


팔로알토는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서 열한 번째로 안전한 교외 도시로 선정될 만큼 안전한 곳이다. 상대적으로 집세가 저렴한 오클랜드시에 사 년간 살면서 권총 강도, 아시안 인종 차별 폭력 및 셀 수 없는 우편물 도난 및 차량 절도 사건등 크고 작은 범죄의 피해를 경험했다. 심각한 정신건강 질환을 가진 홈리스인 사람들이 길거리와 공원을 점령해 쓰레기 천지에 방화등 각종 안전문제와 불편을 초래한다. 팔로알토는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매우 높고 안전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오클랜드에서는 안전문제때문에 해가 지면 혼자 길을 걷을 수 없었는데 팔로알토에서는 상당히 안전하다고 느낀다. 지금 내 집 앞 개인 파티오에서 전등불을 밝힌 라운지 의자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정적 가운데 들릴 뿐. 팔로알토로 이사 온 후 오클랜드에서 살면서 악화된 공황장애, 불안증,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불면증으로부터 회복하는데 육 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담당 상담심리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다.


왜 진작 팔로알토로 이사오지 않았을까? 살인적인 집세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에서 살기 좋고 안전한 동네는 집세가 높은 곳과 일치한다. 부동산 가격이 높은 지역은 도로 정비가 잘 되어 있고 인도가 깨끗하고 자전거길도 매우 발달되어 있다. 오클랜드에서 911에 전화를 걸었을 때 한 시간 이상 전화연결이 되지 않은 경험이 있다. 그만큼 오클랜드에 범죄율이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 길에서 쓰러져 움직이고 있지 않는 홈리스 사람을 도와주려 전화를 걸었던 것인데 안타까웠다. 팔로알토에서 옆집 중국인 아저씨가 밤 열 시가 넘어 엄청 큰 목소리로 떠들어서 경찰서에 연락을 했는데 십 분 만에 구명의 경찰관이 도착했다. 집세가 높고 부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가능한 일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살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신체의 안전과 정신건강을 지키고 돌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이겠는가. 일절 외식하지 않으며 카페, 미용실, 세탁소 방문하지 않고 옷 쇼핑은 거의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깨끗하고 안전하며 조용한 팔로알토 지역에서 거주하는 것이 감사하다. 심리의 안정을 찾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해충 및 야생 동물을 어떻게 멀리하고 대처할지는 계속해서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할 것이다. 생각지 못한 비용이 소요되긴 하지만 나를 돌보려면 필요한 지출이라고 생각하자.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하고 큰 은혜인가! 겁 없지만 동시에 겁 많은 서울 도시녀가 팔로알토에서 적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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