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 앱으로 이성 만나기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사는 각종 온라인 데이팅 앱들이 성황을 이루고 대부분의 이혼 남녀들과 미혼남녀들이 흔히 사용한다. 내 주변에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나 연애한 후 결혼에 이르러 행복하게 잘 사는 커플들도 적지 않다. 미국인들은 지인, 친구, 가족들에게 소개팅 주선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각자 본인들이 알아서 하라는 경향이 있다. 워낙 개인주의 문화가 바탕을 이루니 놀라울 것도 없지만 말이다.
미국인 친구의 권유를 받고 일찍이 나는 다양한 온라인 데이팅 앱을 스마트폰애 설치하고 프로필을 만들었다. 월정액 내는 회원가입은 하지 않았다. 내게 메시지를 보내는 남성회원들은 유료회원이야 하니까 굳이 내가 지출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초기에는 많은 메시지를 미국 남성들로부터 받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의 삶에 대해 듣게 듣고 배우는 것에 가치를 두어 웬만하면 커피 데이트에 응했다.
자기 돌봄에 신경 쓰고 경험치가 쌓이면서 이제는 대략 십 분의 일 정도의 비율로 답변을 하고 직접 만나 커피 한 잔 하는 경우는 일 할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이 경로를 통해 몇 차례 데이트를 한 뒤 친구로 남아 몇 년째 교우관계를 유지하는 미국인 남성들이 네 명 있다. 이들과는 평균 일 년에 한 두 차례 식사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도이며 나는 그들에게 크리스마스, 생일, 새해에 카드를 보낸다.
그들 가운데 한 명은 내게 작품 제작을 두 번 의뢰래서 자택에 소장 중이다. 또 한 명은 시카고 출신 아프리칸계 미국인인데 애플에서 근무하는데 내 오래된 삼성폰이 망가졌을 때 내게 애플폰을 선물했다. 데이팅 앱을 통해서가 아니라면 평생 알지 못했을 사람들이다.
이렇게 사람관계는 어찌 될지 모르기에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사람 만나기를 이 데이팅 앱들을 통해 만나는 것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소진케 하는 것이라 그동안의 경험치와 지혜를 사용해 만남을 신중히 선택하는 연습 중이다.
아직까지 연애하고 싶은 인연을 기다리고 있고 마음은 열어두고 있다. 미국에서 혼자 미혼 한국인 여성이자 예술가로 삶을 살아내는 게 쉽지 않다. 한국에서 만 열일곱 살에 홀로 집을 나와 이후 숱한 역경 끝에 대학 공부를 마치고 일하며 잘 살아내지 않았나. 앞으로도 지금껏 해온 대로 잘 살아낼 것이며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여유가 생기면 혼자서 즐기는 활동을 하거나 조용히 시간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 연애를 하려면 밖으로 나가 이성을 만나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연애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십여 년에 걸친 지속족인 상담심리와 다양한 치료를 마치면서 큰 회복이 있었고 계속 진행 중이다. 그 가운데 혼자서도 충분히 괜찮고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게 되어서 만남에 신중해지는 것 같다.
서울에서 자취할 당시 이십 대 초반부터 사십 대 초반까지 한국인을 제외한 유럽인, 유럽계 미국인, 인도인, 한국계 미국 입양인, 유태계 미국인 남성과 교제했다. 주한 외국인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한국에서 정착할 사람들이 아닌 주재원 또는 외교관이었다. 관계가 발전되어 내가 희망하는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돌아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삶에 매우 만족하고 행복하며 감사하기 때문이다.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한국인 아버지를 둔 것이 영향을 주었다. 가정배경으로 나를 평가당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고 싫어서 아예 그럴 여지를 줄 수 있는 한국인 남성과는 만남을 시작하지도 말자는 것. 흥미롭게도 미국생활 팔 년이 지나서 한국적 정서를 공감해 줄 한국인 남성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처음 들었다. 내가 영어를 미국인 네이티브 가까이 구사하는 것으로는 미국인과 깊은 관계를 쌓기에는 부족하다고 느낀 것 같다. 지나친 걱정일까? 사랑은 사랑일 뿐일까?
미국인들은 혼자 평생을 사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도 커플들끼리 모임을 갖고 아이를 둔 가정은 아이를 둔 가정과 함께 친교를 맺기 마련이다. 싱글인 내가 커플인 친구들과 만나기기 쉽지 않다. 이성교제가 끝나 다시 싱글이 되어 자유시간이 늘어나면 다시 만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는 것. 이제는 혼자의 삶에 많이 적응되고 익숙해져서 괜찮다. 골치 아픈 관계 속에서 고통받느니 차라리 평화롭고 안전한 싱글의 삶이 낫고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인연이 닿으면 때가 되면 누군가를 만나겠거니. 그것이 하늘의 뜻이 아니면 그러려니. 나는 내 갈 길을 묵묵히 갈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