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없이 e-바이크로
팔로알토에는 사십억에서 삼백억 원을 넘는 주택들과 저택들이 위치해 있다. 예로 내가 한 달에 사백 오십만 원 월세내고 있는 소박한 백 년된 방 하나 욕실 하나 거실 하나 집 시세가 이십억이 넘는다고 한다. 오래된 역사가 있어 운치가 있다. 이따금 이 월세면 서울에서 크고 현대적인 아파트에서 살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쓸데 없는 망상일 뿐.
부자들이 모여 사는 이 동네에는 나무들이 울창하고 아름다운 꽃들 및 정원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노라면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하곤 한다. 낮에는 정원관리나 집 공사를 하는 히스패닉계의 일꾼들과 트럭이 매우 많이 자주 눈에 띄고 정작 집에서 거주하는 이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자전거 길도 잘 닦여져 있어 안전하다. 그만큼 많은 돈이 투자된 것이겠지. 이래서 부자들은 부동산 비싼 곳에서 끼리끼리 모여 사는 건가 싶다.
오전에 오클랜드시에서 미팅이 있어 간 김에 차이나 타운의 중국 식료품 가게에서 좋아하는 천도복숭아를 홀푸드 식품점의 가격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게 사서 두시간에 걸려 바트 그리고 버스를 타고 오느라 지쳤다. 귀가후 세 시간은 침대에서 오디오 북을 들으면서 쉬었다. 샐러드를 간단히 만들어 먹고 파티오에서 잠시 쉬고 나니 저녁 여덟 시가 넘었다. 어두워지고 시간이 좀 늦어졌지만 이바이크를 타고 동네를 한 시간 돌기로 했다. 운동센터에 가지 않아서 이렇게라도 운동을 해야 기분이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헬맷과 타이어에 붉은 플래시 라이트가 장착되어 있고 이바이크 앞과 뒤에 자동으로 라이트가 켜진다. 안전을 고려해 빛반사되는 형광 야광 사이클 재킷 입는다. 페달을 밟고 앞으로 자전거가 부드럽게 나아가면 곧장 기분이 나아진다. 자전거 타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지! 어려서 혼자서 여러 번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셀 수 없이 반복한 끝에 자전거 타기를 배웠다. 한동안 엄청 신나게 자전거 타고 놀다가 열 살 때 사고가 나 크게 다친 뒤로 사십 년 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팔로알토로 이사 온 뒤로 큰 용기를 내서 자전거를 구입했는데 얼마나 잘한 것인 지. 타면 탈수록 더욱 좋아진다.
안전을 위해 밤에 자전거 타는 것을 피하라는 충고를 많이 들었지만 밤에 자전거 타기의 매력이 있다. 혼자서 차량이 적고 조용한 도로 위를 곳곳에 켜진 불 빛을 가로질러 야경을 감상하는 것이 참 좋다. 다양한 디자인의 멋진 주택들을 구경한다. 보통 에어 팟을 한 귀에 꽂고 아이폰에 저장된 오디오북이나 음악을 듣는데 오늘 밤엔 오프라 윈프리의 스피치를 듣는다. 그녀의 목소리가 내 마음을 안정시킨다.
선선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것이 곧 가을이 오는가 보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야외 등을 모두 밝게 켜고 파티오에 앉아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파티오에서 라운지 의자에 앉아 뜰에 설치된 형형 색색의 라이팅이 켜진 것을 바라본다. 야심차게 파티오 가구, 파라솔 및 모기장, 그리고 라이팅에 이르기까지 파티오 세팅을 하는 중이다. 야외 카페겸캠핑 공간으로 꾸미고 있다. 오후에 삼인용 야외 그네도 혼자 조립해서 모기장을 설치했다. 조만간 지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하고 싶은데 진도가 느리다.
이바이크를 뒷뜰 안 쪽 침실 뒷 편에 세워두고 덮개를 씌운 후 문을 잠근다. 거실 안에 자전거를 수개월 보관했는데 일주일 전부터 뒷뜰에 두기 시작했다. 오백만원이 넘는 내게는 고가의 물건이기 때문에 도난당할까 염려했는데 괜찮을 것 같다. 또 모른다. 다시 이바이크를 거실에 보관할 지는. 나의 소중한 친구 이바이크, 오늘 수고 많았어! 굿 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