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간 바쁘게 준비했던 공연들이 하나 둘씩 무대에 올라갔습니다.
아직 큰 공연이 12월에 남았지만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썼던 행사 중 하나가 11월 초에 끝이 났습니다. 그 행사를 위해 지난 1개월 동안 밤잠을 설치거나 철야를 하며 철저히 준비했지요.
그만큼 원고도 좀 늦어졌습니다만 그럭저럭 잘 끝나서 이렇게 오랜만에 통영과 대중문화 9번째 칼럼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허클베리핀 6집 앨범 쇼케이스 포스터
행사의 이름은 '허클베리핀 6집 오로라피플 정규 앨범 쇼케이스' 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록 밴드 '허클베리핀'이지요.
제가 충무고를 다니던 시절 처음 인디밴드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 들었던 이름이었습니다. 올해가 밴드의 20주년이라고 하더군요. 오랜 활동 기간만큼 좋은 앨범을 많이 만들어 평론가와 음악 관계자들이 뽑은 '한국 대중음악사 100대 명반'에 2개의 앨범이나 수록되기도 했던, 인디밴드 1세대이자 전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오랜 기간 동안 팬이었지요. 음반을 구입하고 밴드가 홍대에서 운영하던 바 '샤'를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사람 일 모른다고, 이렇게 함께 하며 7년 만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는 자리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최근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공연 기획을 하고 있지만 허클베리핀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주며 지속적인 음악 활동을 해왔기에 이런 일도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 직장이나 업계에서 20년 이상 종사하는 것도 어렵지만 음악계, 그것도 인디라는 소자본 시장에서 20년 이상 활동을 하는 건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인 것 같네요.
최근에 '장기하와 얼굴들'이 10년 활동에 마침표를 찍었고 '장미여관'도 7년 활동을 끝으로 멤버들이 서로 각자의 길을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밴드들도 마찬가진데요, '레드제플린'이나 '비틀즈'도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활동한 기간은 20년이 안되지요. 그만큼 대단하고 또 대단한 겁니다.
20년 가까이 음악 활동을 하는 지인이 있습니다.
'어쿠스틱 로망'이라는 팀을 통영 분들은 대부분 아실 겁니다. 멤버 모두가 통영에 거주하면서 통영뿐만 아니라 진주, 서울, 대구 등에서도 활발한 공연을 하고 있고 정규 EP(2~4곡 정도만 수록된 소규모 형식의 앨범)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어쿠스틱 로망 첫 EP ‘Long Time Ago’
멤버 중 기타를 담당하는 김지훈이라는 친구가 저와 충무고 선후배 사이입니다. 당시 같이 밴드를 했었던 이 친구를 매일같이 본 건 아니었지만 몇 년에 한 번씩이라도 어떻게 연이 닿아 연락이 되고 그러더군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밴드에서 기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참 신기한 일입니다. 처음 밴드를 만들 때만 해도 20년 후에 관련 일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지요. 그때 판을 벌이던 저는 기획자가 되어 여러 공연을 만들고 있고 연주를 하던 지훈 군은 뮤지션의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위에 얘기했던 것처럼 사람 일이라는 건 참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기타에 대한 애정을 갖고 다양하고 수준 높은 연주를 위해 끊임없이 연습과 연구를 거듭하던 지훈군은 서울에서 주로 활동하는 제가 봐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훈 군이 속해 있는 팀 '어쿠스틱 로망' 역시, 한국에서는 쉽사리 보기 어려운 컨트리 팝 장르 위주의 음악을 하며 '통영이야기'등의 노래로 통영을 알리는 데에도 크게 기여를 하고 있지요.
일정 상, 매번 '어쿠스틱 로망'의 공연을 챙겨보진 못해도 최근에 있었던 경남융복합협업축제 공연을 비롯해 소식을 매번 접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항남동에 있는 펍 바이사이드를 비롯해 여러 공간에서 라이브 활동을 하던데 통영 시민분들께서도 시간이 된다면 한 번쯤 '어쿠스틱 로망'의 공연을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QUTUdA0HW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