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스민 향의 추억

그윽한 자스민 꽃 향기에 취해

현관 문을 열고 밖을 나서던 아내가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지른다.
 '얘가 꽃을 피웠네요!'
 
 자스민이 꽃봉오리를 열고 꽃 한 송이가 예쁘게 피어난 것을 본 아내가 반가움에 놀란 것이다.
 지난 겨울 방안에 들여놓고 월동했으나 겨우내 집을 비워둔 터라 따뜻하지 못한 방에서 겨울을 났으니 봄이 왔으되 새 잎을 돋아 내지 못하고 몸살을 앓고 있을 즈음 이미 화원에서는 새 잎을 무성하게 달고 꽃이 활짝 핀 자스민 나무가 전시되어 판매되고 있었으니 우리집 자스민 나무를 볼 때마다 애처롭기 그지 없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그제서야 느즈막이 헌 잎을 떨구며 새롭게 생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간 추위에 고생한 나무를 안쓰러워 하며 언제나 잎을 틔워서 꽃이 피려나 하고 노심초사 애만 태우고 있었다. 마치 새 생명을 잉태한 산모에게서 아이의 울음소리를 기다리듯 말이다.
 
 그러던 나무가 몇일 전부터 새 잎이 돋았고, 단비처럼 내리는 봄비를 맞더니 나무 전체가 생기있게 푸르러지면서 풍성하게 자란 잎사귀 사이사이로 곳곳에 봉오리를 맺었다. 그리고는 드디어 한 잎, 보랏빛 꽃잎이 활짝 열고 얼굴을 내밀어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아내와 눈을 맞추고는 반가움에 아내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 엊그제의 일이었다.
 
 그리고 나무는 한 잎 두 잎 꽃봉오리를 열더니 이제는 여기저기 꽃을 활짝 피우고 눈길을 사로잡는다. 연두색 꽃망울이 보랏빛 봉오리를 맺었다가 감싸고 있는 잎을 밀어내듯 툭 틔워 피어난 꽇 잎은 신기하게도 금세 하얀색으로 변신한다.
 
 하얀 색, 보라색 꽃잎을 무수히 달고 진한 자스민 향기를 뿜으며 탐스런 자태를 뽚내는 나무는 이제 원숙한 여인처럼 위엄마저 있어 보인다.
 
 오늘은 직사광선을 피해서 화분을 실내로 들여 놓았다. 자스민 향기는 온 방안에 퍼져 코끝을 진하게 자극한다. 자스민 향이 진동하던 어느 봄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사이로 꽃비가 아름답게 흩날리던 젊은 시절 낭만적인 캠퍼스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