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아이들이 집으로 모였다. 깜짝 '퇴임 축하연'을 준비하고는 나를 꽃밭(?)에 앉혔다. '아빠,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새로운 출발을 응원할게요'
아내와 아이들의 따뜻한 위로를 받으며, 첫 출근부터 퇴임 때까지 그간 직장생활에서의 행적들이 주마등처럼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그동안 한평생을 숨차게 달리며 살아온 영욕의 시간들을 숨겨놓은 일기장을 읽어 내려가듯 하나하나 쏟아냈다.
세상을 다 얻은 듯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뛸듯이 기뻐했던 순간들. 앞이 캄캄하여 하늘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속이 상하고 마음이 아팠던 순간들. 누구에겐가 말을 하면 달아날듯 하여 은밀히 혼자만 간직해온 행복했던 사연들. 반면에 시련과 아픔을 극복하려 남몰래 흘려야 했던 눈물과 땀의 안타까웠던 사연들. 그 굴곡의 시간들 하나하나가 어느 것도 소홀하다 할 수 없는 삶의 소중한 한 페이지들이었다.
그 중심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보석같은 아이들이 있었다. 가족은 언제나 매우 큰 힘이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사랑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 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