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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민 Jan 14. 2017

문화기획가로 처음 일을 시작하며...

기획에 대한 나의 이야기

나는 우표, 편지를 가지고 한 사회공헌, 캠페인 등 문화기획 일을 하고 있다.

한정적인 주제와 인적 자산으로 어려운 점도 있지만, 기관의 목적사업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과,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편지, 우표를 중심으로 문화 기획한다는 자부심이 나름 즐겁게 일을 하게 만들고 있다.


내가 이렇게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글을 쓰게 된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나는 '문화+기획' 중 기획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문화콘텐츠 전공이 지금 일이 그럭저럭 맞아 보이지만, 사실 기획이란 것을 제대로 배워볼 기회가 없었다.

학교 다닐 때는 촬영이나 제작 부분만 즐겨 들었고, 대학원에서는 정말 학문적인 관점으로 문화를 공부했기 

때문에 수업 때 팀플로 뭔가를 기획해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사실 기획 수업 자체를 싫어하기도 했다. 

원치 않는 여러 사람 팀플로 엮여서 자료조사를 하니, 발표를 하니, 싸움이 나니 하는 것보다 마음 맞는 사람 하나, 둘 모여서 뭔가를 만들어보거나, 밖에서 구르고 고생하면서 싹트는 동료애가 더 의미 깊고 좋아 보였다.


이런 생각은 몇 날 집에 못 들어가고 애니메이션 작업만 했던 인턴생활과 아침저녁 없이 교대근무로 영상편집만 하던 방송국 직장생활에 치여 다시 대학원으로 돌아온 뒤에 바뀌었다.

그동안 일이 한계에 막혀 재미를 잃어갈 때, 다시 그 의미를 짚어주는 것, 그리고 모든 창조적인 활동이 올바른 기획 과정에서 나온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문화기획업무에서 내가 대학 때 들었던 수업은 전혀 도움이 안 되었을까?

절대 아니다.

(문화콘텐츠가 주 사업인 곳을 제외하고) 일반기업, 공공기관에서는 적어도 문화 부서 혹은 CSR 부서 또는 

담당자가 존재하는데, 보통 적은 인원으로 일당백의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기획 이후 단계를 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하다못해 캠페인이나 행사 포스터를 제작할 때, 레퍼런스 활용이나, 제작 도구들 활용이 능숙하다면, 디자인 팀이나 업체에 맡겨서 출력되기 전 단계 과정 사이가 몇 단계나 줄어들게 된다.)

(홍보팀이 없다 보니 포토와 보도자료 작성 또한 우리의 몫이다.)

(내가 앞장서서 뭔가 디자인으로 창출하지는 못해도, 남의 손 안 벌리고 내 안에서 쳐낼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남들에게는 없는 큰 무기가 된다. 그 능력이 또 너무 잘 드러나면 일이 늘어난다는 것이 문제다.)


결과적으로 나는 지금 대학생활 동안 즐겨했던 바깥활동 경험들과 몇 가지 잔재주로 버티면서 문화기획가 새내기의 과정을 지내오고 있다. 


사실 이번 매거진은 문화에 대한 학문적으로 쓰려던 것이 아닌, 내 일을 하면서 소소한 일들을 적어 내기 위해 만들었는데, 적다 보니, 머리말처럼 길이 조금 재미없어졌다. 

다음부터는 여러 행사 캠페인을 하다 보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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