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에 담긴 진심 전하기.
문화기획 업무로 처음 맡은 프로젝트는 채널A와 연계한 '아빠에게 편지로 말해요'라는 캠페인이다. 아빠에게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들을 편지로 담아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자 기획된 이 캠페인은, 수많은 아빠의 마음을 전달해주면서 2016년을 따뜻하게 마무리 지었다.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한 유치원생,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는 대학 기숙사생, 그리고 시아버지, 장인어른에 대한 마음까지... 편지를 수합하면서, 아빠의 대상이 이렇게 많이 표현되고 있는 것에 나 또한 놀랐다. 그리고 그 편지 안에는 누구를 향한 진심이 담겨 하나같이 무겁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그 편지들 중 몇 개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편지를 수합하고 아빠에게 보낼 주소를 정리하고 있었다. 한 번은 어느 초등학교에서 단체로 접수가 들어와 정리하고 있는데, 삐뚤 하게 쓴 글씨로 '아빠 금연하세요' '아빠 사랑해요' '아빠 미안해요' 등등의 귀여운 내용들을 보면서 흐뭇하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 개의 편지가 참 나를 힘들게 하였다. 5줄도 안 되는 편지글에는 내가 더 잘할 테니 제발 엄마랑 이혼하지 말라는 내용의 편지였다. 남은 공간에는 "사랑해"라고 크게 글씨를 그리고 색칠도 하고, 아빠에게 줄 거라고 작은 사탕을 편지에 붙인 정성이 담겨있었다.
또 하나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대한 안부로 시작해서 할아버지께 쓰는구나 생각을 했는데, 할아버지 옆에 계신 아빠의 안부를 묻는 글로 이어질 때 너무 멍해져서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편지가 무겁다고 느껴진 순간이었다.
매달 수천통의 편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아니었다. 이 캠페인을 하면서 마음을 전하는 일이 행복한 일인지 깨닫기도 했지만, 반대로 그 전달이 얼마나 책임감이 들고 힘든 일인지도 느꼈다. 삐뚤빼뚤한 짧은 편지글에도 감정이 빠질 만큼 충분한, 진심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편지들을 다른 편지와 마찬가지로 함께 투봉 후 발송했다. 그 친구가 붙여놓은 사탕과 함께, 그리고 어린 친구들의 진심이 꼭 전달되기를 기원하는 마음도 함께 전했다.
편지의 진심을 담는 데는 예쁜 글씨와 긴 분량만이 아니고, 편지 자체가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