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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러닝클럽 발대식

달리는 작가_가쿠다 미쓰요, 오현호

by 파이걸

주말이 왔다.

가족과 함께 주말마다 러닝을 시작하기로 했기에 오늘의 날씨와 몸상태를 체크했다. 작년 여름 815런 기부마라톤 대회를 신청했었다. 8.15km를 달리는 과정이었는데 함께 뛸 수도 있지만 개인별로 달리고 인증을 해도 되는 기부마라톤이라 남편과 한 달 정도 러닝을 하며 준비했다.


8.15km를 달렸을까?

정답은 완주하지 못했다.

달리기는 평생 해 보지도 않던 사람이 연습 첫날 의욕만으로 5km를 달렸다. 다리가 아프고 허리와 어깨는 굽고 숨을 헐떡 거렸지만 한 달 안으로 8km를 달리려면 이 정도는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다음날부터 온몸이 아프고 다리는 근육이 굳고 당겨서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둘째 날도 무리해서 달려보려 했지만 시간은 두배로 더 걸렸고 다리는 아파서 뛸 수가 없었다.


며칠에 한 번씩이라도 연습을 했지만 나의 첫 마라톤은 5km 달리기로 끝이 났다.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수영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며 저질 체력이었던 나도 숨쉬기 말고도 운동을 조금 할 수 있는 몸이 되어갔다.

24년도에 읽었던 <행동력 수업>의 작가 그리고 최근 읽고 있는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의 가쿠타 미쓰요 작가의 운동 에세이를 읽으며 실패했던 첫 러닝의 상처도 치유하고 평생 하는 운동으로 러닝을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



<종이달>의 작가이기도 한 가쿠타 미쓰요는 주말마다 러닝동호회에서 함께 달리기를 해서 마라톤 풀코스까지 한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이다.

작가들은 러닝을 좋아하나 보다. 작가의 러닝 처음 시작은 3km로 시작했지만 꾸준히 운동한 결과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여 네 시간 40분 47초 기록을 이룬다



작가의 책에는

마라톤과 운동을 하며 깨달은 바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러고 보니 새삼 깨달은 점이 있다. 8년 동안 배는 그대 로고 다리 근육은 스포츠센터 밖에서 달리면서 붙었으니 그 외에는 근육량도 체지방도 그다지 변화가 없다. 그런데 이 변화가 없다는 점인즉슨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니 그건 어쩌면, 혹시나, 엄청난 일이 아닌가.


8년이라면 3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 이만큼 나이를 먹으며, 게다가 매일매일 실컷 내 마음대로 술을 마시면서도 체중을 비롯하여 근육량, 수분량, 체지방량이 변하지 않는다는 건 좀 대단한 일이 아닐까. 스포츠센터에 다니지 않았다면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지 않을까."


작가와 다르게 나는 30대 중반부터 쭉 운동을 한다면서도 꾸준히는 하지 못했다. 그래서 꾸준히 살이 쪘다. 그것도 급속도로 쪘다.


작가는 주말에 러닝을 하고 주중에 하루는 스포츠 센터에 다닌다고 한다. 나는 평일에 수영을 하니 주말에 가족과 함께 러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것도 한 10년 하면 빨리 달리지는 못했도 하프 마라톤이라도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고 있다.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군.)


첫날 남편 배돌이와 둘째 배동동과 함께 집 근처 공원에 모였다. 고딩딸의 기분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에 달린다고 했을 때 빨리 일을 진행해야 한다.


공원에서 딸의 기분을 맞춰주며 몸을 풀기 위해 배드민턴부터 치기 시작했다. 딸은 나를 닮아 운동하는 걸 안 좋아하지만 아빠와 배드민턴 치는 건 좋아라 한다. 그러니 기분을 좋게 만든 다음 달리기로 유도했다.

트랙을 달릴 준비가 되었다.

샤오미 스마트워치에 달리기 버튼을 클릭했다.

3.2.1

스타트


배돌이는 뒤꿈치가 바닥에 닿지 않도록 달리라고 조언해 주는데 그렇게 달려보니 속도가 빨라지고 페이스조절이 안 되니 금방 지쳐 헉헉거리며 걷게 되었다. 결국 경보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달렸다. 딸과 배돌이는 첫날이라 걷기 위주로 했고 나는 최대한 달리려고 했다. 목표했던 3km는 달리지 못했지만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 반바퀴에는 전 속력으로 달려보았다. 금방 못 달릴 줄 알았는데 제법 달렸다. 스스로 기특하며 첫날부터 기분이 업되었다.

가족과 함께한 느림보러닝클럽 발대식과 첫 러닝이 시작되었다.

발대식이 끝났으니 회식하러가자. 사실 난 운동보다 회식을 기다리는 운동녀인가보다. 회원 셋은 아픈 다리로 돈까스집을 외치며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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