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의 마지막 밤, 스물아홉의 첫 아침

스물아홉 고군분투기

by 아토

2021년 1월 1일. 오늘로서 한국 나이 29살이 되었다.

나에게는 오지 않을 것 같던 나이. 다른 누군가가 들으면 고작 29살로 무슨 청승이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29살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나이가 주는 그 묘한 기분을 알 것이다. 아직 20대 초반의 그때 그 아이인 것 같은데 사회적으로는 어른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나이. 새로운 걸 시작하기보다는 하던걸 안정적으로 지속해가야 할 것만 같은 나이.


그러나 나는 스물아홉을 맞이하며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작은 용기를 내본다면, 어려움을 감수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누구나가 할 수 있는 도전. 스물아홉은 결코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늦은 나이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작은 용기를 내본다.


요즘 내 또래에서 유행처럼 하는 것이 퇴사라고 한다. 나 또한 퇴사를 꿈꾸는 퇴준생이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이직을 준비하는 이준생이다. 그렇게 열심히 취직을 꿈꾸며 공부하던 취준생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덧 직장인 3년 차가 되었고, 그간의 많은 고민과 갈등 끝에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드리머(dreamer) 되어 있다.




새롭게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퇴직과 이직만이 아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것 또한 새로운 도전이다. 늘 관심 있게 지켜봤지만 그동안 일상의 바쁨을 핑계로 쉽사리 시작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맞이하며, 새해를 맞이하며, 스물아홉을 맞이하며 작은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스무 살 때부터 매일 저녁 다이어리를 써왔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던 스무 살부터 바로 어제 스물여덟의 마지막 날까지. 호주에서의 삶을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일상을 기록하고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다이어리를 써왔다. 그런데 지난 연말 나는 2021년 다이어리를 준비하지 않았다. 지난 9년간 매년 11월부터 정말 고심하며 정성 스래 다음 해의 다이어리를 골랐었는데, 이번엔 하지 않았다.


첫 시작은 하루를 기록하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시작했었는데 어느덧 의무감으로 다이어리를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시간들을, 그때의 나를, 그 기억들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그날 있었던 일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저 기록하는,, 그러니까 “오늘은~”으로 시작해서 “~을 했다.” 로 끝나는 내용을 쓰고 있었다. 이런 다이어리를 계속 쓴 이유는 아마도 그간 해온 것을 이제 와서 그만둘 수는 없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그 의무감을 살포시 내려놓으려고 한다. 내가 만든 나의 습관이고, 지난 9년간의 역사이지만 이제는 그만둘 때가 된 것 같다. 웃으며 보내줘야지. 그동안 나의 저녁 시간을 함께해줘서 고마웠다고. 덕분에 잠 못 드는 밤에는 지난 나의 모습을 다시 읽어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웠다고.


2020년 12월 31일에서 2021년 1월 1일로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해가 지고 똑같은 해가 떠올랐지만 새해를 맞이하며 내 마음속에 많은 것들을 새로이 다짐하게 되었다. 스스로를 옭아매는 습관은 스스로 자를 줄도 알아야 한다. 이 또한 나의 새로운 도전이다.


해보지 않은 것을 새롭게 하는 것도 도전이지만, 매일 하던 것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것 또한 도전이다.


스물아홉.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여럿 해보려 한다. 감정 없는 다이어리를 그만두고 내 마음을 담아내는 글을 써보기로 한 것처럼, 앞으로의 내 미래도 내 마음을 가득 담아 만들어 나가고 싶다. 나의 이야기를 쓰자. 나의 삶을 살자. 고군분투 나의 스물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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