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에 생긴 굳은살

20대의 마지막, 어느새 생긴 시간의 흔적

by 아토

발가락에 굳은살이 생겼다. 전에는 본 적 없던 아주 얇지만 선명한 굳은살.

퇴근 후 집에서 저녁을 먹고 씻기 전 스트레칭을 하다 우연히 내 발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다 알게 된 발가락의 굳은살. 발꿈치에는 원래 약간은 있었기에 큰 신경을 안 썼는데, 발바닥도 아니고 발날도 아닌 발가락에 굳은살이 생긴 걸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참에 발을 가만히 바라보다 보니 발등에도 미세한 주름들이 생긴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발은 큰 키에는 다소 작은 듯한 발 사이즈에, 말랑한 발가락들이 있고, 발등에 살은 없지만 그래도 어딘가 아직 어린 느낌이 남아있는 그런 발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때 아빠는 내 발을 만져주실 때면 "아이고~ 아기 발이다, 아기 발~" 하시며 귀엽다는 듯 발을 만져주시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찬찬히 살펴본 나의 발은 지금까지 봐왔던 내 발이랑은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 발을 어디선가 본거 같은데,, 아! 엄마 발인가? 살짝 부은 듯하고, 발등은 도톰하고, 발가락 사이사이 굵직한 굳은살들이 있고, 발꿈치는 여기저기 깊은 주름이 배어 있는 엄마 발. 내 발을 바라보다 불현듯 엄마 발이 떠올랐다. 굳은살이 베이기로는 우리 아빠 발 만한 게 없지만,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떠오른 발은 나와 어딘가 닮은 듯 다른 듯한 엄마의 발이었다.




발가락에 생긴 굳은 살을 바라보다가 잠깐 슬픈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건가 하는 그런 기분. 아직 29살 밖에 안 먹은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욕먹을지 모르지만, 생전 처음 보는 발가락의 굳은살에 놀랐다고 해야 할까. 발가락에 생긴 굳은살을 보며 새삼스레 내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게 느껴졌다.


20대의 마지막이라서 그런가 굳은살 하나로 별의별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겸 배우인 아이유는 29살을 맞이하여 20대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앨범인 '라일락'을 냈다. 동갑내기로써 아이유의 노래를 좋아한다. 앨범마다 나이 시리즈로 가사를 써서 그런지 더욱 공감이 되고, 가끔은 위로도 되었다. 이번 앨범도 20대의 마지막을 맞이하며 찬란했던 20대를 웃으며 보내주고, 다가오는 30대를 의연하게 맞이하려는 "29살"의 심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많은 공감이 된다.


20대의 마지막을 기념할 수 있는 이런 곡들을 내줘서 너무나도 고마운 마음이 들어, 한 곡 한 곡 노래 가사를 곱씹으며 20대의 마지막을 보내는 나의 마음도 토닥토닥 다독여 본다.




내 마음 한켠 비밀스런 오르골에 넣어두고서
영원히 되감을 순간이니까
우리 둘의 마지막 페이지를 잘 부탁해
어느 작별이 이보다 완벽할까
- 아이유 라일락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