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두 번의 샴푸와 목욕까지
할 줄 아는 건 별로 없으면서 가만히 누워있는 건 싫어한다. 아이가 잠에서 깨어 모유수유를 하고 트림시키고 나면 잠시 내려놓고 싶어 지는데 이때 내려놓으면 조금 싫어하는 기색을 보인다. 이제 목도 제법 가누고 허리에 힘이 들어가서인지 누워있는 거보다는 앉아있는 걸 더욱 좋아하는 것 같다. 눕혀둔 몸을 일으켜 범보의자에 앉히면 방긋방긋 나를 향해 웃어준다.
아이의 웃음은 무해하다. 온전히 기뻐서 나를 보고 웃어주는데 그 순간 사르르 마음이 녹는다. 그래, 이 맛에 육아하나 보다.
어제는 오랜만에 아이의 머리를 깎아줬다. 바리깡으로 머리를 민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아무래도 바리깡을 싫어하는 것 같다. 머리 자르는 것이 싫은 건지. 성인 두 명이 달라붙었는데도 어린 아기 한 명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뒤틀리는 몸과 휘젓는 머리를 붙잡고 여기저기 바리깡으로 밀어 본다. 초보의 실력이라 길이가 들쭉날쭉 하다.
한바탕 소란을 피운 후 목욕을 시키러 욕실에 갔다. 머리카락이 잘린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머리 감기는 내내 울음을 피운다. 각종 소리 나는 장난감과 희한한 입소리를 덧붙여 아이를 달래 본다. 짧아진 머리카락 덕분에 머리 감기는 시간이 한결 수월해졌다.
우리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빼곡한 머리숱이 있었다. 아이를 받아주신 의사 선생님도 "아유 머리숱 봐라"며 감탄을 하셨다. 조리원에서도 숱여왕으로 유명해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그 조그마한 신생아의 머리카락에 이쁜 핀을 꽃아 주실 정도였다. 핀이 꽂히는 게 신기했다.
타고난 머리숱 덕분에 50일도 채 되기 전에 한번, 100일이 넘어 또 한 번. 벌써 바리깡을 두 번이나 사용해 봤다. 태어나서 처음 바리깡을 손에 쥐어보는 나는 긴장되는 손으로 머리카락을 밀었다. 처음에도 이번에도 머리카락을 깎고 보니 이건 뭐 훈련병 까까머리 같다. 그럼에도 귀엽다.
한바탕 난리를 피우며 샴푸와 목욕을 끝냈는데, 머리를 말리며 보니 여기저기 아쉬운 부분이 보였다. 초보 엄마아빠는 그래도 둘이 있을 때 끝을 보는 게 낫지 않겠냐며 다시 한번 바리깡과 가위를 쥐어든다. 이제 다 끝난 줄 알고 한시름 돌리던 아이는 다시 한번 들이밀어지는 소리 나는 기계에 또다시 울음보가 터졌다.
그렇게 두 번의 바리깡과 여러 번의 가위질. 그리고 두 번의 샴푸와 두 번의 목욕으로 저녁시간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