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월] 초보 엄마의 우당탕탕 생선 반찬 극복기
얼마나 한참을 서성였는지 모른다. 카트에 앉아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며 마트의 생선코너 앞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 기웃거렸다. 매일 비슷한 메뉴만 해주는 것 같은 고민에 빠진 초보 엄마에게 생선은 정말이지 획기적인 선택지였다. 그런데 그놈의 생선 대가리가 무서워 선뜻 카트에 담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정갈히 손질된 갈치도 있었는데 그날따라 생물 백조기가 눈에 들어와 저걸 꼭 구워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한참을 고민 끝에 조심스레 생선코너의 사장님께 혹시 생선의 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손질해 주실 수 있느냐고 여쭈었다. 마트에서 생선 손질을 부탁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 한마디도 큰 용기였다. 감사하게도 사장님은 내 요청을 들어주셨고 나는 당당히 카트에 생선을 담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의 저녁밥을 준비하며 마트에서 삼고초려하여 사 온 생선을 구웠다. 주방에서 생선 굽는 나의 모습이라니, 스스로가 생경하게 느껴졌다. '생선은 늘 엄마가 구워줬는데' 하며 슬쩍 엄마 생각이 났다. 서툰 솜씨로 구운 생선은 껍질은 벗겨지고 살은 조금 뜯어졌다. 어차피 구운 후 순살작업을 할 거라 이 정도는 괜찮았다.
1차로 생선가시를 제거하며 살을 하나하나 바르고, 2차로 아이의 식판에 옮겨 담으며 다시 한번 더 확인했다. 정말 성심을 다해 준비한 저녁 식사였다. 위생장갑을 끼고 생선살을 바르며 또 한 번 엄마가 떠올랐다.
밥과 생선구이, 명란 스크램블, 브로콜리가 올라간 밥상이 아이 앞에 놓아졌다.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생선을 한입 먹더니 제법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건 생선 반찬이야, 물고기지!"라고 알려주니 아이는 연신 "물고기! 물고기!" 하며 신나 했다.
아이는 그대로 밥에 집중하여 앉은자리에서 식판을 싹싹 비웠다. 열심히 채워준 4구의 식판이 모두 비었다. 최근 배가 반쯤 차면 식탁 의자에서 내려가 돌아다니다 밥 먹다를 반복하길 좋아하는 아이가 보여준 최고의 찬사였다.
아이는 자신의 식판에 있던 생선을 다 먹고도 부족했는지 우리 부부가 먹으려고 구운 생선마저 탐내었다. 아이가 이렇게나 먹겠다는데 마다할 부모는 없다. 기꺼이 우리의 생선도 나눠주었다. 엄마아빠의 반찬까지 나눠 먹은 아이는 볼록해진 배와 함께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사실 아이보다 더 만족한 건 엄마였다. 고심 끝에 사 온 생선을 우당탕탕 구워 한 땀 한 땀 살을 발라 아이의 식판에 올려주었는데 이렇게나 흡족한 반응이라니. 그날 저녁 나의 입꼬리는 내려오질 못했다. 물론 아빠도.
그동안 아이에게 생선을 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 생선구이 식당에 가서 함께 먹기도 하고, 순살로 손질 된 냉동 생선을 굽기도 하고 찌기도 하며 아이의 식판에 올려주었다. 그럼에도 이번 경험이 이렇게나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것은 바로 "생물 생선"이라는 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혼자 살 때도 남편과 둘이 살 때도 우리의 대표적인 마트 장바구니 상품은 육고기였다. 생선은 회로 먹거나 가끔 생선구이 집을 가는 것이 다였다. 집에서 생선을 구워 먹은 적은 손에 꼽는다. 번거로움 때문도 냄새 때문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니 고기코너는 물론이지만 생선코너에도 자연스레 눈길이 가는 게, 그런 나 자신을 보는 게, 이런 변화가, 신기하고 새롭고 그래서 강렬하다.
그리고 생선을 바라보면 은은하게 떠오르는 나의 엄마에 대한 추억 때문에 더욱 강렬한 저녁 식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