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일] 냄새 맡고, 보고, 만지고
100일이 채 되지 않은 아이를 데리고 출산 후 처음으로 차에 태워 백화점에 갔던 날. 여유로운 외출이 될 거라는 우리의 생각은 백화점 주차장에서부터 와장창 깨졌다. 주차 후 아이를 안으려 카시트 깊숙이 손을 넣었던 남편의 손에는 아이뿐만 아니라 아이의 응아도 함께 묻어 나왔기 때문이다.
카시트가 불편했던 건지, 차가 불편했던 건지, 속이 불편했던 건지. 20분 남짓의 드라이브 중 아이는 차에서 응아를 했다. 그럴 수 있다. 아이들은 특히 모유를 먹는 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똥을 싼다. 다만 그 똥이 기저귀를 뚫고 나와 카시트에 묻었다는 게 초보 엄마아빠를 당황시킨 점이었다. 닦는다는 표현을 넘어 퍼냈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카시트에 뭍은 아이의 노란 응아를 물티슈로 열심히 퍼냈다.
옷에까지 응아가 뭍은 아이를 안고 수유실로 달려갔다. 아이는 남편이 담당하고, 나는 아이가 갈아입을 옷을 구하러 백화점을 뛰어다녔다. 가벼운 외출이 될 거라 생각한 초보 엄마아빠는 그 흔한 여벌옷조차 챙기지 않았다. 우리가 기대한 건 백화점 나들이였지 물놀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물론 이런 똥파티도 기대하지 않았다.) 한바탕의 소란이 지나간 후 아이는 기분이 좋아졌다. 속이 편해졌기 때문일까. 새 옷이 생겼기 때문일까. 너만 괜찮다면야.
이후 아이는 한동안 차만 타면 응아를 했다. 아이에게 변비가 생기면 차를 태우면 될 거라는 말을 농담으로 할 정도로 확률은 99.9%였다. 이런 귀여운 똥쟁이 덕분에 엄마의 비위는 날로 날로 성장한다.
누군가의 잠에 이어 누군가의 똥을 이렇게나 면밀히 살피며, 어쩔 땐 기다리며, 간혹은 쾌제를 부르며 살아온 날이 있던가. 비위가 약하던 나는 이제 매일 아이의 똥 냄새를 맡으며, 매일 아이의 똥을 보며, 매일 아이의 똥을 만지며 그렇게 똥 박사가 되어간다. 똥에 진심이 되었다. 물론 아이 것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