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고마운 직장

고마운 마음 작고 소중해

by 아토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며 현 직장에 대한 불만을 많이 적은 거 같다. 화가 나고 힘들 때 글 소재가 더욱 잘 떠올라서 그럴 수도 있고, 이곳 브런치가 나만의 대나무 숲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가끔 곰곰이 생각해보면 현 직장은 나에게 참 고마운 직장이다.


공시생 시절, 다 큰 성인인데도 공부 비용과 용돈을 부모님께 타쓰며 나는 언제쯤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할 수 있을까 싶었고, 당시 남자 친구였던 현 남편과의 데이트 비용을 위해 용돈에서 만원 이만 원씩 모아 데이트하며 우리가 어떤 미래를 함께 그려갈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고, 나도 남들처럼 사원증을 목에 걸고 한 손엔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걸을 날이 올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커피도 못 마시면서..)




그런 쭈구리 시절을 지나 공무원이 되어 아주 큰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이제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독립도 하고, 명절이나 양가 부모님 생신 때 적지만 용돈도 챙겨드릴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직장 생활을 안정적으로 하면서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고마운 직장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늘 불만이 많고, 출근만 하면 온 몸이 아파오는 것 같고, 스트레스의 원인인 곳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 부지런히 일하면 매달 월급이 들어온다는 것. 그 돈으로 살림을 살고 고마운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보답도 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게 내가 매일 불평하는 직장이라는 곳 덕분에 이루어 지기에 돌이켜보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정말 꼼꼼히 돌이켜 봐야 한다.(ㅋㅋ)


또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가끔 느껴지는 보람과 성취감도 있다.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던 업무를 해냈을 때, 큰 사업을 잘 마쳤을 때 드는 성취감과 보람. 기분 좋게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할 때 느껴지는 보람참. '하루를 알차게 살았구나.' '그래도 내가 이 조직 구성원으로서 한 명의 몫을 해내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 때 꽤 보람 있고 기쁜 마음이 든다. 이런 보람도 느끼게 해 주다니 정말 고마운 직장이다.


바쁘게 일을 하다가 문득 어쩌다 내가 여기 앉아 있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 어릴 적 동사무소를 방문하면 책상 너머 앉아있던 공무원들이 세상 낯설고, 멋지게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그 자리에 내가 앉아 있다니. 참으로 신기하고도 놀라운 일이다. 내가 행정복지센터에서 일을 할 줄이야. 인생 참 모를 일이야.




그럼에도 가끔 직장을 탈출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나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가질법한 만국 공통의 마음 이리라 생각한다. 감사하지만 싫은.. 애증의 관계랄까. 고마운 마음은 정말 꼼꼼히 찬찬히 면밀히 들여다봐야 아주 미미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증오만 있는 관계는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ㅎㅎ)


또 한 가지 감사한 점은, 직장을 통해 좋은 사람들은 만난 것이다. 직장 동료란 직장과 마찬가지로 애증의 관계일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애정의 관계가 된 사람들이 있다. 같은 조직에서 일하다 보니 서로의 상황을 잘 이해해서 그런지, '잘하고 있어'라는 말 한마디로 묵직한 위로를 주기도 한다. 직장 동료의 관계를 넘어 친구가 된 사람들 덕분에 삭막한 사회생활에서 조금의 따뜻함을 느끼며 잘 적응해 온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작고 소중한 직장에 대한 고마운 내 마음. 계속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기를.


keyword
이전 11화민원대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