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대의 하루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by 아토

인사이동으로 시청에서 행정복지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7월 12일 자 인사이동이니 새로운 자리에 온 지 벌써 3주가 지났다. 벌써 시간이 이만큼 흘렀나 싶어 새삼 놀랍다. 나는 이곳에서 복지행정팀에 배치되었다. 민원대에 앉아 노인, 장애인, 보훈 업무를 보게 되었다. 지난 2년 6개월간 있었던 곳도 노인장애인과여서 이제는 새로운 업무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자리 배치가 이렇게 된 걸 보면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건가 싶다. 그런데 업무를 직접 해보니 이전과는 또 달라서 매일 새로움을 느끼는 중이다.


지난 글에서 원하는 자리가 있다고 했는데, 역시나 인사는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원했던 행정복지센터도, 원했던 팀도, 원했던 업무도 사실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딱딱 잘만 가던데, 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은 아닌가 보다. 그래도 어쨌건 인사이동을 했고, 새로운 자리에 왔으니 이제 잘 적응하는 수밖에.




행정복지센터에는 두 개의 복지팀이 있다. 하나는 복지행정팀, 또 다른 하나는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이다. 규모가 작은 읍, 면, 동에서는 복지행정팀에서 모든 업무를 다 하는 경우도 있지만 조금만 규모가 있으면 이렇게 팀이 나뉜다.


복지행정팀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민원대 업무이다. 노인, 장애인, 청소년, 아동, 한부모, 취약계층(수급자, 차상위) 등으로 담당자를 나누어 각 계층에게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민원인이 직접 찾아와서 서비스를 문의하고, 신청하면 그에 맞게 안내하고, 접수하는 일을 한다. 물론 찾아오기 전에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미리 파악하여 안내하는 일도 하고, 각 분야별 관련 공문도 처리한다. 보통 공무원 한 명이 하나의 업무만 하진 않고 한 명당 2~3개씩 가지고 있다.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은 최근에 이름이 바뀌었는데 원래는 맞춤형 복지팀이었다. 복지행정팀에서 다 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내고 그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는 업무를 한다. 가정방문을 통해 복지 욕구를 파악하고, 사례관리를 통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적인 도움이 어렵다면 민간 자원을 연계해주는 등 기존의 복지 업무를 넘어서 종합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짱구의 하루


요즘 나의 하루는 이 노래 가사로 설명할 수 있다. 정말 하루하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게 정신없고 분주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한마디로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민원대의 하루다.


처음 내 자리라는 곳에 앉고서 놀랬던 점은 주변이 너무 시끄럽다는 점이었다. 시청의 사무실은 비교적 조용하다. 민원이 오거나, 손님이 오면 때때로 시끌시끌해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조용한 편이다. 직접적인 민원 응대보다는 행정적 지원 업무를 해서 그럴까. 그래서 사무실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내 자리가 있고, 민원이 오면 민원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그런데 행정복지센터는 사무실이라기보다는, 마치 은행처럼 이용시설로 생각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특히 민원대 업무는 무언가를 신청하거나, 물어보거나, 혹은 따지려는 사람들이 온다. 그런 사람들이 내 자리 앞에 앉는다. 그러면 일을 하다가도 앞에 사람이 오면 모든 것을 멈추고 그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 가끔은 업무시간인 9시 전부터 와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이미 출근해있기에 기다려 달라고 하기 민망하지만, 양해를 구하고 업무 준비를 한다. 그러고는 9시부터 18시까지 계속 찾아오는 민원을 응대한다. 그래서인지 나만의 자리라기보다는 모두에게 열려있는 자리라고 느껴진다.




시청에서는 일을 하다가 조금 지치면 자리에서 생각도 정리하고, 물도 마시고, 간식도 조금 먹는 등 스스로 시간을 조절하면서 일할 수 있었는데, 이곳은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물을 마실 시간도, 화장실을 갈 타이밍도 잡기 참 어려운 곳이다. 당장 내 앞에 찾아온 민원이 있기에 그분의 요구사항을 해결해주기 전에는 옴짝달싹도 못한다. 그 뒤로 민원이 쭈르륵 줄을 섰을 때는 더욱이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 그대로 붙박이가 된다. 특히 내가 배치받은 행정복지센터는 인근의 읍, 면, 동보다 비교적 민원이 많기로 소문난 곳이라 그런지 민원이 많을 때는 정말 혼이 쏙 빠진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몸은 힘들지만 머리는 덜 아프다.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없이 바쁘지만, 18시 퇴근 시간이 지나면 하던 업무를 마무리하고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할 수 있다. 물론 밀린 일이 없거나, 실수한 것이 없을 때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다양한 서비스가 있어서 배워야 할 기준과 규정이 많지만 이것들에 익숙해지면 그때부턴 계속 반복이기에 비교적 머리가 덜 아픈 것 같다.


시청에서는 1년 단위로 사업을 이끌어가야 하다 보니 비록 몸은 편할지라도 머리가 아픈 일이었다. 당초예산부터 추경 문제, 사업을 하다 생기는 문제 및 민원 사항 등을 시의 담당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사업에 대한 지침도 깊이 있게 알아야 했고, 관련 법률도 찾아가며 공부했었다. 해당 업무에서 문제나 민원이 생기면 윗선에 보고도 내가 가야 하고, 시의회 의원들도 상대해야 하고, 민원인은 시청 담당자가 그것도 못하냐며 밀어붙이기에 맡은 업무에 대한 부담이 컸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도 저녁 내내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잠결에도 고민하다가 꿈에서 까지 업무 고민을 할 때가 있다. 이 때문인지 어느샌가 잘 때 이를 꽉 깨물고 자는 습관이 생겨버려서 현재도 1년 넘게 턱관절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요즘은 전보다 잠을 잘 자는 편이다. 아직 3주밖에 안돼서 다음날 출근이 두려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전보다는 비교적 마음의 부담이 덜한 것 같다. 전과 같은 책임감과 부담감에서 살짝 벗어나서 일수도 있고, 아니면 이전보다 말을 훨씬 더 많이 하게 되어 진이 빠져서 잠을 잘 자는 것일 수도 있다. 전에는 머리싸움이었다면 이제는 체력 싸움 같달까.




이번 인사이동을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상치 못한 곳에 배치되어 또 새로운 어려움을 겪으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는데, 나의 걱정이 그대로 현실이 된 것만 같다. 정말로 예상치 못한, 아니 살짝은 예상하고 싶지 않았던 곳에 배치가 되어서 매일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럼에도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건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다 너무 좋다는 것이다. 일은 다소 힘들어도 사람들이 좋아서 함께 으쌰 으쌰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는데, 나의 바람이 너무 그대로 반영된 것인지 업무는 다소 버겁지만, 그래도 사람들만큼은 참 좋은 분들을 만난 것 같아 정말 다행이다.


새로 온 내가 아직은 제 몫을 100% 못하고 있어서 팀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데, 모른다고 탓하거나 눈치 주거나 힘들게 하지 않는다. 이제 막 새로운 업무를 맡았는데 당연히 배려해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공무원 조직이 새롭게 온 사람에게 배려를 해줄 만큼 여유로운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감사하다.


가끔은 새로운 자리에 만족스러웠다가 또 가끔은 불만이 차오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주변의 사람들이 좋다는 건 수많은 작은 단점들을 잠재울 아주 큰 장점이기에 감사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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