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하반기 인사시즌을 맞이하며

by 아토

오늘 아마도 인사이동 발표가 날 것 같다. 계획상 내일 발표가 난다고 했었지만, 이번 인사는 살짝 빨리 발표해준다는 '카더라~' 통신이 있어서 모두들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사실 어제부터 발표가 날 거다 날 거다라는 소문이 있어 다들 은근히 기대하는 모습이었는데, 아쉽게도 퇴근시간이 다 지나도록 인사 공지는 뜨지 않았다. 나도 약 7분을 더 기다리다 포기하고는 컴퓨터를 끄고 퇴근했다.


이번 인사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이유는 당연히 나, 본인의 인사이동이 있을 걸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재 자리에 온 지 벌써 2년 6개월이다. 처음에 다 같이 시청으로 발령을 받았던 동기들은 벌써 읍, 면, 동으로 간지 오래다. 그런데 나만 여전히 시청에 남아 있다. 나도 올해 초 정기인사가 있을 때 읍, 면, 동으로 갈 타이밍이었는데 당시 팀장님도 바뀔 예정이었고, 우리 팀에 중요한 업무가 있어 팀에 남아줄 것을 권유받았고 그러겠다고 했다.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데는 우리 아빠의 영향이 있었다. "아빠는 업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팀에 남을까 새로운 곳으로 갈까 고민하던 나에게 아빠가 하신 말씀이다. 팀에 남아있으면 어렵고 힘든 일이 나에게 올 것이 뻔해서 차라리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 잘 마무리되는 모습도 보고 싶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달까. 그래서 고민했는데 아빠의 저 한마디에 내 마음을 굳혔다.


그렇게 해서 팀에 남아 6개월이라는 시간을 더 보냈다. 걱정했던 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더 어려운 고비들도 많았다. 여기저기 물어물어 공부하고 배워가면 업무를 하나씩 처리하고 진행시켰다. 한걸음 한걸음 업무가 진척되기 참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 이렇게 뒤돌아보니 그래도 이만큼 온 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6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다시 인사이동 시즌이 왔다. 이번에는 정말 이동하고 싶다.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해서 업무의 어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업무를 오랫동안 하다 보면 해당 업무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반복되는 어려움에 마음이 지쳐버린다. 그러니 업무에 대해 나태해지고 지겨워지는 점이 분명 있다. 공직에서 자주 담당자가 바뀌는 일은 지양해야 하지만, 어렵고 힘든 업무를 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내 업무만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결론적으로는 업무도 사람도 정기적인 환기가 필요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문장이 성경에 있는데, 요즘 자주 생각나는 말이다. 보통 공무원의 인사 주기는 2년 안팎이다. 3년, 4년 동안 한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일반적이거나 흔한 경우는 아니다. 이러한 인사 주기의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문장이 적절할 것 같다. 적절한 인사를 통해 사람과 업무를 잘 매치시키고, 주기적인 업무 환기를 통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 또한 사람을 바꿈으로써 조직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이 크다. 부서장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과 분위기가 좌지우지되는 것을 보면 사람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서장, 팀장, 팀원 한 명 한 명이 그 사무실의 분위기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업무 역량까지 달라지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마음속으로는 내심 가고 싶은 곳이 있지만, 그것보다는 함께 일할 동료들이 좋은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욱 크다. 업무가 아무리 편해도 함께 일하는 동료와 마음이 맞지 않으면 그곳은 지옥이나 다름없다. 업무 떠넘기기, 민원 떠넘기기, 책임 회피하기, 자기 실수는 감추면서 남의 실수는 콕콕 집어내기 등등.


반대로 업무가 아무리 힘들고, 민원인이 아무리 괴롭혀도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마음이 맞아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면 몸은 고돼도 그래도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 천국은 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지옥 같지는 않을 테니까.


어떤 사람들을 새롭게 만나고, 어떤 업무를 새롭게 맡게 될지 두려움 반 설렘 반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설렘이 51:49 비율로 조금 더 많다. 이것도 내 마음에 생긴 새로운 변화이다. 이전까지는 새로운 곳에 가서 다시 신규가 될 걱정에 두려움이 조금 더 앞섰다. 첫 발령을 받은 신규 시절 업무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 민원 상대, 전화 응대, 공문 작성, 보고서 작성 등 하나하나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잘 알기에 다시 그런 과정을 겪을까 겁이 났다. 그래서 그동안은 내심 그냥 이 자리 그대로 있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아주 살짝 더 크다. 그만큼 시간도 흘렀고, 내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져서 일까. 아니면 이제는 업무가 지겨워서 일 수도 있겠다. 또 현재 차석의 공백에 혼자 허둥지둥하는 것에 지쳐서 일지도. 이렇게 인사이동에 조금 설레어 있는데, 예상치도 못한 곳에 가서 또 새로운 어려움을 겪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그럴 수도 있다. 새로운 업무는 언제나 혼란스러우니까.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이제는 두려움보다는 설렘을 가지고 가려고 한다. 새로운 곳에서의 내 모습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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