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공부
<늙어도 늙지 않는 법> 서평
이 책을 만난 것은 공교롭게도 가슴 아픈 일을 겪은 직후였다. 10년 전 뇌경색이 발병하고, 그 이후 뇌출혈과 치매를 맞으며 병자로서 오랜 세월을 보내던 친정 엄마가 지난 1월 말 요양원의 부주의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나는 슬픔에 빠져 허우적대다 마음을 다잡고 결심했다. 건강한 ‘늙음’과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10년간 병을 앓은 엄마를 지켜보며 엄마처럼 아프지 않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오던 터였다. 게다가 요양원에서 불의의 사고로 엄마를 보내고 나니, 이렇게 된 모든 원인은 엄마의 발병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병은, 처음부터 걸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엄마는 뭐, 병이 걸리고 싶어서 걸렸겠는가. 내게는 엄마보다도 여덟 살이나 많은 노구의 아버지가 있고 가족력이 있는 이상 나와 내 형제 또한 질병을 항상 두려워한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가 엄마와는 조금 다른 노후를 맞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런 시기에 이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엄마가 지속적인 진료를 위해 다녔던 곳이 바로 저자가 일하는 병원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자, 김광일 박사가 원장으로 있는 노인의료센터에는 가본 적이 없으나, 또 다른 질병으로 같은 병원에 통원하고 계시는 아버지를 모시고 서둘러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 책은 노년 건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엄마는 뇌질환 환자였기에 뇌신경 센터에 다녔고, 아버지 또한 이 병원의 비뇨기과와 내과에서 정기 진료를 받고 계시지만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노년의 건강은 한 가지 질병을 해결해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인은 동시에 여러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으므로 증상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환자마다 치료법을 달리하는 환자 중심의 통합적인 진료시스템이 꼭 필요하다.
이런 저자의 생각을 반영하듯 책의 구성은 매우 융합적인 태도를 취한다. ‘질병 중심’이라는 기존 건강서의 클리셰를 과감히 버리고 노년의 건강 관리법을 종합적으로 풀어냈는데 그럼에도 매우 읽기가 쉽다. 의학이라는 어려운 분야를 쉽게, 심지어 재미있게 읽히도록 한 1등 공신은 바로 책의 명료한 구성이다. 그리고 이 뚜렷한 구성은, 기존에 독자가 잘못 알고 있던 건강에 대한 착각을 무참히 깨뜨리는 데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1. 노년 건강에 대한 올바른 시각 제시
- 노년 건강에 대한 오해 풀기
- 7대 질병의 초기 증상과 예방법
책 전반부를 읽으면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수시로 찾아온다. 평소 ‘노화의 증상이니 어쩔 수 없지’라고 여기거나 ‘큰 질병이면 어쩌지’라며 불안해했던 것이 큰 착각이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최근 나에게 일어난 시력의 저하와 눈앞에 이상한 흔적이 떠도는 증상이 단순 시력의 노화에 의한 ‘비문증’ 일 수도 있지만 당뇨병이나 고혈압에 의한 망막질환일 수도 있어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또한 사건이나 경험의 일부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건망증과 그러한 사건이나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치매는 서로 다른 질환이니, 일상에서 수시로 깜빡, 깜빡한다는 느낌이 들어도 무조건 치매라는 두려움에 휩싸일 필요는 없다. 저자는 이러한 노화에 대한 그릇된 상식을 지적해주며 방송이나 주변의 소문만으로 얻은 잘못된 상식은 반드시 검사와 전문의를 만나 올바로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2) 실제 생활에 대한 가이드
- 노년 생활에 대한 궁금증 풀이
- 노년의 생활 속 주의해야 할 위험 요소
책의 후반부는 노년에게 일어나는 상황별 주의점을 알려준다. 80대 아버지가 밤에 잘 못 주시면서 ‘늙으니까 잠도 잘 안 온다’며 한숨만 쉬셨는데 그것이 기존에 앓고 계시던 전립선 질환이나 하지불안증후군에 기인한 것일 수 있음을 새로 알았다. 이렇듯 이 책은 노년의 일상생활에 대한 세심한 가이드를 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 노년의 건강 문제가 얼마나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는지 뚜렷이 알게 된다. 하나의 증상은 오랜 생활 습관으로 인한 ‘결과’ 거나 새로운 질병에 대한 ‘원인’이다. 한 가지 증상을 또 다른 증상이나 생활 습관과 연관시켜 종합적으로 살피려는 노력이 노년 건강을 제대로 인식하도록 돕는다.
3) TIP - 미리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들
- 응급상황 대처법
- 노인장기요양보험
- 요양시설 선택법
- 연명의료결정법
뇌질환과 치매를 앓은 가족을 돌보면서 실제 위 네 가지 상황과 제도를 모두 이용해 보았기에, 이 <TIP> 파트 내용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막상 이러한 제도가 필요한 상황이 닥쳤을 때는 쉽고 체계적으로 정리된 정보를 손에 얻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절실히 경험했다. 엄마는 떠났지만 앞으로 노령의 아버지를 위해, 그리고 비슷하게 늙어 갈 나 자신을 위해 제대로 알아두고 싶었던 필수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 친절함에 진한 고마움마저 느낀다.
우리는 평소에 늙어감과 죽음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것은 오랜 시간 엄마의 병시중을 했던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알아보고 준비해야 할지 모른 채 엄마를 떠나보낸 데 대한 후회도 많지만 이미 늦은 일이다. 이 책을 참고로 앞으로의 숙제에 더 힘을 쓰는 일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나뿐 아니다. 모쪼록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늙어도 늙지 않는 법’, 아니 ‘진정 제대로 늙어가는 법’에 한 발짝 다가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