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 좀 잡아가주세요

형사소송법 - 체포

by 조유리

* 엄마 사건을 겪고 소송을 준비하며 느끼고 깨닫고 배우게 된 내용을 정리합니다. 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하므로 에피소드의 경우 기존의 글 <엄마 장례식에서 웃게 되면 어쩌지> 혹은 <엄마 장례식에서 비실비실 웃었다>에 담긴 내용과 겹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


엄마에게 사고가 일어난 다음 날, 나는 관할 경찰서로 전화를 했다. 전날 요양원에는 구급차와 함께 경찰 지구대에서도 출동을 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경찰서와 통화가 되자 전날 요양원에 출동한 경찰과 통화할 수 있는지 물었다. 몇 번 전화를 바꾼 후에 연결된 경찰은 나에게 물었다.


“어떤 것을 알고 싶으신거예요?”

“아니, 어제 요양원으로 출동하셨다고 해서요. 뭐 조사하신게 있나 해서요.”

“사건 접수 받고요, 구급대가 환자 모시고 가는 것까지 확인했죠.”

“그 이후에 형사 처리되는 건 없나요?”

“이제, 피해자 보호자분들이 고소를 하시면, 그 때 조사를 더 하겠죠.”


그 날 오후 요양원에 가서 CCTV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면서도 경찰을 불러 CCTV를 보여주었지만 경찰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 오빠와 나의 기분을 고려하느라 '아이구, 어머님이 힘들어하시는데 주변에 아무도 없네'라며 공감해주었지만 무언가 조치를 취한 것은 없었다. 그저 "사건이 잊히기 전에, 어서 고소하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을 뿐이다.




"누가 이 사람 좀 잡아가서 혼내 주세요!"

인생에 큰 획을 그을만큼 큰 사건의 피해자가 되면 딱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누군가 나 대신 잘못한 사람을 데려가 조사하고 알아서 유치장에 넣은 뒤 재판에 넘기고 아주 큰 벌을 내려주었으면 하는 마음인 것이다. 가족을 잃어 황망하고 좌절에 빠져있는 나 대신 사법 당국이 이 모든 것을 해주면 정말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알았다.


사상자가 없는 단순 교통 신호 위반이나 노상방뇨 같은 경범죄만 지어도 경찰서로 연행이 되는 것은 그들이 현행범이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212조(현행범인의 체포)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다.


우리 사건의 경우 엄마의 죽음이 담긴 CCTV가 명확한 증거로 남아있다 해도 어쨌든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 아니므로 요양원 관계자들을 체포하지 않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너무도 원통했다. 사람이 잘못해서 한 생명을 앗아갔는데 피해자가 고소하기 전에는 아무도 벌 줄 생각을 안 하다니. 이런 현실이 너무도 화가 나고 괴로웠다.

이번 기회에 알고 보니 대부분의 사건이 처음에는 난리가 날듯 시끄럽지만 이후에는 어찌 되었든 피해자가 고소를 하여 ‘사건화’가 되어야 경찰에게 일이 배당이 되고 그때부터 수사가 착수된다. 언론의 주목을 받을 만큼의 큰 사건, 즉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판단되는 경우나, 현행범으로 잡혔을 경우 그 밖에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위험이 있어서 구속을 해야 할 때가 아니면 ‘사람이 죽었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를 경찰서로 잡아가지는 않는다.

달리 말하면 엄마 사건의 경우도 당장 경찰이 잡아가지 않은 것을 보면 형량이 징역 3년이 채 안된다는 것이다. 변호사와 상의해보니, 비슷한 사건의 기존 판결에 내려진 형량은 벌금 200~500만원 선이었고 징역이 선고되도 집행유예가 함께 내려졌다. 사람을 죽였는데, 사람이 죽었는데 말이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영장에 의한 체포)

①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없이 제200조의 규정에 의한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검사는 관할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고,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관할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긴급체포)

①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ㆍ무기 또는 장기 3년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유를 알리고 영장없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이 경우 긴급을 요한다 함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를 말한다. <개정 2007. 6. 1.>

1.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2.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는 때


나는 평소 ‘인생을 사는 동안 송사에 휘말릴 일만은 절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었는데, 이런 사실, 즉 억울한 일을 당했어도 당사자가 고소하고 얼만큼의 형량을 내려달라고 하소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세상이 전혀 달리보였다. 그렇다면 인생 살면서 언제라도 송사에 휘말리게 되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지 않은가? 사소한 다툼이 일어도 결국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으니 소송 할 경우가 나에게만 오지 않으리라 여기는 것도 오히려 근거 없는 자신감일 수 있다. 이런 점을 깨닫고 나니 앞으로도 이런 일에 대한 준비는 항상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뼈아프게 들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