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한 노인 그리고 코로나

누구의 잘못일까

by 조유리

엄마가 떠난 직후인 2020년 1월 말, 코로나가 온 세상을 덮었다. 각 요양원들은 면회를 금지했다. 엄마를 요양원에 그대로 둔 채 면회를 전혀 못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었다. 나는 엄마 사건으로 요양원을 상대로 한 소송을 시작했고 여린 심정을 억누르고 보다 전투적이 되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으며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이었지만 어쨌든 더 이상 엄마가 요양원에 있지 않아도 되자마자 이런 사태가 일어나다니, 우리 가족은 코로나의 중심에서 살짝 비켜 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참 나, 엄마가 선견지명이라도 있어서 마침 이 시기에 우리를 떠난 걸까?'

나는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며 씁쓸하게 혀를 내둘렀다.


반면 홀로 남은 아버지에게 코로나는 적잖이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했다. 매일 아침 주민센터 헬스장에서의 운동으로 생활의 리듬과 건강을 유지하던 분이었다. 그런 아버지에게 헬스장이 폐쇄된 것은 일상의 유일한 외출을 차단당한 형국이었다. 새벽에 깨고 점심 나절에 술 한잔을 하시는 아버지는 더욱 깊은 낮잠에 빠져들었고 내 전화를 안 받는 일은 더 잦아졌다.


감염이 곧 지옥이라는 공포심에 사로잡혔던 코로나 발생 초기, 그런 아버지에 대한 걱정이 깊어질수록 발길은 점점 더 멀어졌다. 출근을 하는 남편과 그래도 조금씩 이웃들을 만나고 사는 우리 가족들이 행여나 고위험군인 아버지에게 나도 모르는 사이 병을 옮길 수도 있다는 걱정에 전화만 자주 드릴뿐이었다. 오후 내내 전화를 안 받던 아버지는 저녁나절에나 내 부재중 전화를 보고 답신을 했고, "아직 살아있으니 걱정마라."는 농으로 전화를 끊으시곤 했다.




전염병이 발생하고 두 어달이 지나자, 서서히 공포심이 풀리며 친정에 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방문한 아버지 댁 거실에는 며칠 동안 개지 않은 듯한 이불이 깔려있었다. 아버지는 하루 종일 잠자리도 정리하지 않은 채 식사하고 화장실 가실 때 빼고는 계속 누워서 TV를 보다, 잠들다 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던 거다.

"어휴, 계속 이렇게 계신 거예요?"

안쓰러운 한숨과 탄식이 절로 나왔다.

"일어나세요, 우리 나가서 먹어요."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을 아버지를 끌고 나가 근처 순대국밥집으로 향했다. 요리할 힘도 없을 텐데, 바깥 음식도 좋아하는 아버지인데 나 아니면 일부러 나올 생각도 안 하시고 지내셨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병을 옮길까 걱정되어 그랬던 거지만 그래도 그동안 자주 못 온 것에 죄스런 마음이었다.

"아버지, 마스크 쓰고 동네 한 바퀴 도는 것 정도는 괜찮을 거예요. 그 정도 운동은 하고 지내야 해요."

나는 한 동네에서 20년도 넘게 살고 있는 아버지에게 굳이 산책 코스까지 지정해주며 낮에는 잠깐씩 나가 운동 좀 하시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리고 집 안에서 적당한 길이의 수건 하나를 꺼내 주며 그걸 가지고 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도 알려주었다.

"이렇게, 이렇게 당기면서 조금씩만 운동하세요. 그렇게만 해도 몸 상태가 좋아져요. 아버지, 지금처럼 방에서 누워만 있다가는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진단 말이에요."

"그렇게 넘어지는 것도 다 운명이겠지. 어쩔 수 없지 않겠냐"


그때 알았어야 했다. 아버지가 얼마나 깊은 우울에 빠져있는지. 그 직후 행동에 옮겼어야 했다. 아버지가 혼자 있지 않도록. 하지만 평소에도 "죽을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다 쓸모없다." "모든 게 다 귀찮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던 분이셨기에 아버지의 그 대답을 진지하고 무겁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에이, 그게 뭐가 운명이에요. 조심하셔야죠. 하루 딱 한 번만 나가서 산책하세요. 스트레칭도 좀 하시고요. 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공허한 잔소리만 반복할 게 아니라 빨리 아버지 곁으로 이사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이 시국에는 집을 내놓고 보여주고 계약을 하는 일 조차 조심스러웠지만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혼자 있는 노인에게 전염병이 위험하니 집에만 있으라는 말은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일을 야기할 수 있다는 걸 나는 그때쯤 서서히 예감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이사 계획을 짜기 시작한 것이지만 그보다 더 빠르고 적극적인 행동을 취했어야 한다는 것을, 이사를 할 때쯤엔 모든 것이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도 늦게 알아버렸다.


얼마 전 아내와 사별한 한 노인이, 매일 하던 운동으로 간신히 건강을 유지해오던 일상이 무너진 상태에서, 자식들도 자주 오지 않는 외로운 시간을 홀로 보낸다는 것. 그것의 위험성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야 한다고, 나는 지나서야 후회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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