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완성하지 못할 것 같던 아버지에 관한 글을 모두 마쳤다. 원래 나에게 글이란 생각을 정리하는 수단으로써의 의미가 커서 글을 쓰며 독자를 많이 염두에 두는 편은 아닌데, 이 글은 쓰는 중간중간 읽는 분들의 눈치가 보였다.나를 얼마나 무심한 불효자라 생각할까, 혹시 내가 병원이나 제도에 가지는 불만이 이기심으로 비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되었다.
아버지에게 자식 노릇을 잘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거나, 여러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심한 분노를 느낀 이야기를 쓸 때면 그 감정을 상기하기 싫어서 쓰기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내 도피처는 글이었다. 괴로운 마음을 부여잡고 간신히 간신히 글을 써내고 나면 그제서야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잘 쓴 글은 못 되지만 글을 완성해 낸 사실만으로 나 자신을 격려해주고 싶다.
개인적인 이야기임에도 쓰다 보니 공동체가 사라진 도시에서의 노인의 거주 문제나 이 세상 유일하게 내 돈 주고도 고객 노릇을 하기 힘든 곳인 병원 제도 등 사회적인 주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겼다. 나 혼자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연이어 비장하고 마음이 힘든 글을 써내다 보니 나도 많이 지쳤다. 엄마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노후와 죽음에 대해 공부를 해 나가며 또 꾸준히 글을 쓰게 되겠지만 조금 더 가벼운 톤으로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렵고 심각한 내용도 쉽고 재밌게 쓸 수 있어야 더 많은 이들과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부모님 일을 겪으며 더 소중하게 느껴진 소소하고 재밌는 일상 이야기로도 글쓰기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싶다.
지금까지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아버지에 관한 글은 조만간 다시 정리하여 브런치 북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이렇게 또, 내 인생의 한 챕터가 넘어간다. 많은 아픔 속에서도 인생은 그저 살아지고 오히려 그것이 감사하기도 하다. 모든 감사한 것들을 떠올리며 살아가리라. 그리고 내 인생에서 가장 감사한 엄마와 아버지. 이제 먼 곳에서 두 분 모두 평안하시길.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