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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어느 밤

by 조유리

천둥같은 말이 세상에 내려 앉았다


모든 이가 애틋하게 서로에게 닿을 길을 찾으면서도

동시에 이별을 예감하며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그곳에, 영원한 어둠을 막으려는 외침이 부유했다


뾰족한 걸음이 신음하는 공기를 부수었으나

망설임으로 밀도를 잃은 결심은 결국

격랑의 안개 속에서 힘을 잃고 말았다


하늘로 까맣게 날아든 복종들

그러하여도 결국 그것은 새가 아닌 복종일 뿐

간악한 명령의 복종들

그들 또한 밤을 가른 미래의 도래에

고개를 숙이고 물러설 뿐이었다


그 밤이 그렇게 캄캄할 줄 전혀 몰랐다

그 밤이 그렇게 밝을 줄은, 더욱 몰랐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별을 향한 부끄러움이 남아있었다

수치의 기억과 함께, 그럼에도 당당할, 반발의 노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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