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속으로 패러글라이딩

by 김재영

2019년 3월 1일 아침 7시에 식구들을 깨워 30분 만에 차에 태우고 양평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목적지에 9시 30분에 도착해야 했 는데, 내비게이션이 9시 16분에 도착 예정이라 큰 걱정 없이 서울로 진입하였고, 올림픽 도로를 따라서 강동 지역을 무사히 지나갔다. 그런데 아뿔싸, 하남지역에 이르자 자동차들의 정체가 시작되었고, 내비게이션 도착 예정시간은 9시 40분, 9시 50분, 10시 20 분, 10시 30분. 평소 같으면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계속 뒤로 늦어지기 시작하였다. 정체와 함께 시장기와 짜증이 밀려왔다.

아침식사를 생략하는 경우야 가끔 있는 일지만, 어제저녁 술자리 여파로 속이 쓰라려 왔다. 어제는 2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신학기 준비를 마치고 학교에서 퇴근하여 전철로 집에 가고 있는데, 경기도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고교 친구 성낙중의 전화를 받았다. 부천으로 전근 온 아내가 주 중에 거주하는 오피스텔 앞 식당에서 대학 친구 박상일을 만난다고 같이 보자는 연락이 왔다. 박상일은 군 복무할 때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었는데, 모처럼 반가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는 몹시 기대가 되었다.

신중동 역 롯데백화점 뒤, 건물 2층에 있는 육어촌이라는 식당에 서 체육과 1년 선배인 이용성과 함께 3명이 먼저 와 있었다. 선배 이용일은 김포의 고등학교에 승진 이동했고, 박상일도 승진 예정이고 정말 오랜만에 모이는 자리라서 반갑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도착 예정시간이 계속 늦어지자, 나는 패러글라이딩 담당자인 Lucy에게 도중에 전화를 하여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오는 데로 시작할 수 있다는 그녀의 말에 일단 안도를 하고, 막혀있는 자동 차 행렬 속에서 느림보 진행을 계속했다. 그런데 팔당대교를 지나 자 조금씩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10시 30분이 되어 아침도 먹지 않았고 더구나 어제 술자리에서 술과 안주만 먹은 나의 내장은 밥을 강렬하게 원하고 있었다. 늦었지만 밥을 먹지 않으면 패러글라이딩을 하기도 전에 어지럽고 쓰러질 것 같아 도로변 식당에 들러 국물이 빨간 해장국으로 뱃속을 채웠다.

‘버킷리스트’라는 영화에서 정비사 ‘카터’(모건 프리먼)와 자수성 가한 백만장자이지만 괴팍한 성격에 아무도 주변에 없는 사업가 ‘잭’(잭 니콜슨)이 죽음을 목전에 두고 평소에 하지 못한 것을 하게 되는데 그중에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내가 이번에 패러글라이딩을 시도하는 것은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를 해 내려는 의도도 있지만, 사실은 우연히 지난 1월 초, 에어비앤비 300 불짜리 트립 쿠폰의 만료 기간이 15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부랴부랴 1월 13일부터 27일까지 15일간의 이탈리아 여행 시, 로마나 피렌체 등지에서 할 수 있는 트립을 알아보았는데 쿠킹클래스, 트레킹, 등산, 자전거 탐방, 와인 시음 등 있었다. 하지만 언어 문제와 아내 체력의 한계 때문에 어려울듯하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려고 마음을 먹고 찾게 되었다. 한복 만들기, 향수 만들기, 도보 음식 탐방 등 다양하게 있었지만 소연이와 가격을 고려하여 선택한 것이 바로 패러글라이딩이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2월 23일(토) 12 시로 신청하게 되었다.

2월 22일(금) Lucy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일 바람이 안 좋아서 2 시에 진행한다고. 그런데 소연이가 감기에 걸려, 찬바람 쐬며 하늘을 나는 것은 어려울 것 같고, 미세먼지 농도가 너무 심했다. 그래 서 다음 주로 연기를 요청하는 문자를 보냈다.

당일 아침 일찍, 소연이 몸 상태도 안 좋았다. 그래서 직접 전화로 연기 확인을 받고 그 주에는 집에서 쉬며 지내고, 3월 1일(금)을 기다렸다.

일주일 동안 조용하던, 안전 안내 문자 메시지가 연거푸 도착한다.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 발령,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이 아니네. 우리에게 한 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주려는 듯, 미세먼지는 우리에게서 봄을 빼앗아 가고 있다. 80년대 대 학 주변에 항상 드리워져 있던 최루탄 연기보다도, 군대 시절 화생 방 훈련 때 방독면을 가스실에서 벗어야 했던 때보다도 더한 공포 가 밀려온다.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진해 보이는 날씨 속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미세먼지 없는 날을 미리 알 수도 없고 게다가 요즈음 미세먼지 없는 날이 거의 없었다. 주말에 맑은 날을 고르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랄까? 한번 연기한 상태라 미세먼지 때문에 또 연기하기가 어려웠다.

Lucy가 보내준 주소의 집합장소에 도착하기 직전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대피소인 커피숍, 분수가 있는 이층 카페 Felicia에 아내를 피신시켜 주고 소연이와 나는 목적지로 향했다. 한화리조트 가는 방향으로 양평 패러글라이딩 스쿨이라는 간판이 보이고 드디어 집결지인 착륙장에 도착하였다. 저 하늘에 떠있는 사람들, 벌써 끝내고 하강하는 사람들, 준비하는 사람들 외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패러글라이딩 업체가 여러 개가 있었고, 우리가 예약한 회사는 미래 항공이라는 빨간색 천막으로 둘러싼 곳이었다. Lucy가 안에서 나오며 인사를 했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했는데, 차가 많이 막혀 다른 사람들도 모두 늦고 있고 우리는 빨리 온 편이라고 했다.

참석자 명단에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서명을 하고, 위아래가 일체로 된 옷, 마치 조종사 복장 같은 옷을 주어 현재 입은 옷 위에 덧씌워 입었다. 그리고 4륜 구동 차량의 뒷좌석에 소연이와 타고, 차 안에는 운전 사 포함 6명이, 짐칸에는 패러 장비와 5명이 타고 이륙장으로 출발하였다. 차는 산을 향하여 거침없이 진행하는데, 사람이 걸어서 올 라가기에도 버거울 것 같은 계곡 지역을 참 잘 올라갔다. 패러글라이딩 하기 전에 벌써 스릴이 느껴졌다. 이 자동차가 가는 길은 산꼭대기를 향해 가는 길이라 정말 가파르고 경사진, 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험한 골짜기를 치고 올라갔다. 자동차의 힘이 대단했다.


한참을 가다가 보니 나무를 모두 베어버린 지역이 나타났는데, 무슨 공사나 개발을 하려고 했는지 이 청정 숲속에 나무가 다 잘려 나가 있었다. 그렇게 차로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산꼭대기에는 패러글라이딩 할 수 있게 플라스틱의 평평한 덮개 가 깔려 있는 승강장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이 시간에 활강하는 사람은 우리 포함하여 3명이고, 나머지는 취미로 하는 동호인들이었는데, 한쪽에서 교육을 진행하였고, 우리는 3개의 카메라 중 1개씩 선택하여 해당 조종사와 매칭이 되었다. 장비를 착용하며 이륙 요령과 안전사항을 설명을 듣고, 소연이와 난 장비를 갖추기 전에 기념 촬영을 하였다. 그리고 소연이가 먼저 출발했다.

패러글라이딩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아무래도 이륙하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종사가 신호를 주면 이륙을 위해 활공장 끝을 향해 빠르게 걸어가다가 바닥이 끝나는 지점에서 점프하거나 주저앉지 말고 그냥 계속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어느새 내 몸은 공중에 떠 있다. 즉, 엄청난 힘으로 나를 끌어당기는 낙하산을 등에 지고 뛰다 보면 하늘에 떠 있다.

소연이는 활강장보다 훨씬 높이 올라간다. 손을 흔들어 즐거워하는 표정을 확인하니 안심이 되었다. 이제 2번 주자인 젊은 남자가 활강사와 함께 대기하고 있는데, 바람이 불지 않아서 한참을 기다린다. 산 아래에서 바람이 앞에서 불어주어야 뜨기가 수월하기에 앞바람을 기다리는데 잘 오지 않았다. 드디어 앞바람이 불어온다. 그런데 소연이는 아직도 저 위에서 놀고 있다.


2번 주자가 날아간다, 이제 내 차례, 활강사는 나보고 뛸 때같이 열심히 뛰어 달라고 주문한다, 예스. 불어오는 앞바람을 느끼며 산 아래를 향해서 뛰어간다, 조금 가니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같고, 활강사는 계속 뛰라고 외친다. 발이 한쪽은 땅에 닿고, 한쪽은 안 닿아 넘어질 듯하다가 더 이상 발이 땅에 디딜 수가 없다. 발이 앞쪽으로 가고 몸이 뒤로 휘청이더니 다시 몸이 앞으로 가고 왔다 갔다 2번 정도 한 것 같다. 그런데 내 몸이 벌써 하늘에 떠 있었다. 밑을 내려다보니 아찔하고 현기증이 났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지? 고소공포증이 갑자기 생각났고, 산에서 바위에 오르면 아래도 쳐다볼 수 없는 내가 어떻게 이것을 시도할 생각을 했는지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앞을 바라보는데 가슴이 답답했다. 자칫하면 심장마비가 오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 이 엄습해 왔다. 아니야, 침착해야지, 이러다가 심장마비로 죽는 것은 생각하기가 싫었다. 활강사가 괜찮은지를 확인한다, 괜찮다. 다 이내믹비행을 할 것을 물어본다, 그것이 뭐냐고? 하늘로 더 높이 올라가서 좀 더 스릴을 즐기는 것이라고, 오! 노! 사양.

바로 하강하자고 최대한 빨리, 비행시간이 15분 정도 진행된다고 했는데. 하늘 위에서의 시간은 너무나 느리게 진행되었다. 활강사는 여러 가지 포즈를 요구하며 나의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며 연신 사진을 찍어 준다. 고마웠다, 그래서 나도 열심히 호응하며 자연스럽게 찍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빨리 하강하려고 한들, 착륙장까지 기본 거리와 소요 시간이 있기에 난 모든 것 포기하며 밑은 보지 않으려 하늘만 쳐다본다. 뿌연 미세먼지가 시야를 흐리게 만들고 거리감이 줄어들어 오히려 고마운 존재였다, 만약 시야가 맑고 깨끗했다면 훨씬 더 무서웠을 것 같다. 특히, 앞으로 진 행함에 따라 바람이 세차게 부는 것이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 정도 바람은 정상적이며 매우 안전하다고 하는 활강사의 말이 신뢰가 가지 않았다. 빨리 도착하기만 기다렸다. 착륙장 인근에 다다르자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드디어 지면에서 한 10m 정도 떨어진 곳에 이르자 이제 사고가 발생해도 안 죽겠지 하는 안도가 되었다. 무사 귀환했다, 그래도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가 득했다. 소연이는 먼저 도착해서 쉬고 있었다. 회전을 많이 해서 멀미가 난다고 하며.

Lucy가 핸드폰에 다운로드해 준 사진과 동영상을 보니, 오늘 내가 한 일이 실감이 났다. 이렇게 오늘 난 버킷리스트 하나를 작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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