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날 죽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어느 날 죽기로 마음먹었다. 나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낫는다고 해도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더 이상 고통을 참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거창하게 유언 같은 걸 남길 생각은 없었다. 간단하게 집은 엄마에게, 현금은 동생에게 남긴다고 썼다. 돈으로 돈을 버는 투자 같은 건 해본 적도 없고 해 볼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정리가 간단해 좋았다. 마지막으로 청소를 하고 목욕을 했다. 그리고 남아 있던 마약성 진통제와 수면제를 모두 먹었다. 이불을 잘 정리하고 그 위에 바로 누웠다.
… 나는 수십 번 죽기로 마음먹었었는데 그때마다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아마도 죽을 만큼의 용기는 없었나 보다. 죽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니…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아닌 삶. 이 경계에서 사는 삶은 허공에 떠 있는 삶 같다. 뭔가 진공 되어 있는 투명한 통에 나 혼자 갇혀 둥둥 떠 있는 느낌이랄까? 숨만 겨우 쉬고 있는 좋음과 나쁨도 없는 슬픔과 기쁨도 없는 그 사이에 나는 오랫동안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