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이름은N잡러 Feb 22. 2021

당위성의 표류

당위성. '마땅히 해야 한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다 보면 그 순간에는 내가 원하는 선택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그릇된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왜 이걸 하면 안 되는지 수백 번 물어봐도 내 마음이 당장 그러할 땐 적당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떠오를 수 없다.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까.


시간이 지나봐야, 잃어봐야지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당장은 왜 안되는지 알지 못해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결론이 찰떡같이 어울리는 것들 말이다. 그럴 땐 묻지 않는 게 정답이라 생각한다.


친구가 이 상황일 때 뭐라고 조언할 건지, 객관적인 입장이 되어보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 건 결과만 갖고 논하는 일에 불과하다. 모든 일에는 맥락이 있기에, 그 맥락을 제외하고 보고서처럼 사실관계만 갖고 판단하면 그것은 올바른 판단이라 할 수 없기 때문.


시간이 갈수록 남의 일에는 판사마냥 세상 일 다 겪은 노파마냥 예, 아니오로 나눠주지만, 내 일에는 점점 더 모호한 태도를 취하기 일쑤다. 이러다가 제 머리 못 깎는, 고집은 센, 편견 많은 고약한 어른이 되어가면 어쩌나 싶다.


표류했다. 아니 헤매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나침반도 있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도 알고 있는데 그곳에 왜 가야 하는지 등등 수많은 물음과 함께 둥둥 떠다니고만 있다. 누가 저 대신 노 좀 저어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카페일기] 레트로의 정석 혹은 투머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