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생계형 고용인 되기
그렇게 부모이자 다시 직장인이 되기로 결심한 순간, 우리는 새삼 우리의 처지를 마주했다.
‘아. 우리는 양가에서 육아 도움을 받을 상황이 아니구나?!’
세상의 모든 J들은 보라. 이것이 바로 대문자 P들이 사고(事故) 하는 과정이다.
냅다 결정하고 수습해내기.
회사 생활도 그렇잖아.
사고(事故)를 예견해 미연에 방지했다면 그건 그냥 절차적 사고(思考)를 한 것 일 뿐.
자고로 예기치 못한 문제를 얼마나 빠르고 원만히 해결해 나가느냐가 회사의 묘미 아니겠나.
등하원도우미를 구하면 되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더라.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아프리카 속담인데, 심지어 미혼 때 알게 됐으니.
이 얼마나 은혜로운 어르신들의 지혜인지.
내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우리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해야겠다.
당장 동네 맘카페는 물론이고 국내 유명 맘카페 커뮤니티까지 도움 받아 구인 방법을 검색해보니, 대략 네 가지로 수렴했다.
▲ 정부 지원 아이돌봄 서비스
우리 부부가 굶고 사는건 아니다만 엥겔지수가 높아 체감상 빈곤 계층에 해당된다고 자평한다.
그렇지만 또 이렇게 정부 지원받을 떄는 교묘히 그걸 피해가는 Gray area에 위치한, 정말이지 정부지원에 취약한 계층이다.
그래도 만에 하나란 것도 있다니까 건강보험료 납부 금액도 확인할 겸 오랜만에 회사 급여 사이트에 접속했다.
마지막 로그인 접속이 1년도 더 지났다.
그럼에도 자전거 타는 법을 평생토록 몸이 기억하는 것처럼 기특한 내 손가락이 ID와 PW에 엔터까지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로그인에 성공했다.
오랜만에 느껴본 쾌감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역시나 우리 부부는 소득 초과라 지원이 어렵단다. 이게 그 유명한 통계의 함정인가. 아쉽지도 않다. 오랜만에 느껴본 쾌감에 만족하며 쿨하게 패스.
▲ 시터 구인 어플
와. 처음 본 세계다.
우리 부부가 아이 키우는 동안 이런 큰 세계가 존재했구나.
어플들이 정말 많다. 다운로드 수가 가장 많은 무슨헬퍼를 설치하고, 연계된 추천어플 몇 개 더 받아 각각 가입을 완료했다.
이제 조회수 높은 순 > 최신 글 > 해서 몇 개 게시글 벤치마킹하고 > 시세 확인해서 >> 무난한 수준으로 우리집 구인광고를 올렸다.
이게 뭐라고 이조차 신난다. 잊고 있었다.
회사생활 할 때 여러 유사 사례를 잘 쪼개고 합치고 짜깁기해서 하늘 아래 새로워 보이는 다른 아웃풋으로 제법 잘 만들어냈었지.
▲ 동네 맘카페 구인글 게시
이 방법도 꽤 설득력 있다.
하긴 시터 구인 어플은 전문가 집단이겠으나, 우리집에서 근무하게 될 그 분이 근방 거주자가 아니실 수도 있지.
1년 365일 내내 쨍쨍한 날이 아닐 테니 장마철이나 대설주의보 같은 날에 아침 등원의 고충을 고려하면, 근거리가 좋을 수 있겠다. 지속 가능 경영이라 했지? 오래 근무하실 분이면 더 좋아. 동네 맘카페에도 올려본다.
아까 올린 어플에서 내 게시글 다시 찾아 복사 > 붙여넣기 >>> 모바일은 불편하다. 복직하면 제일 먼저 블루투스 키보드 사야겠다. 룰루.
▲ 우리 아파트에 전단지 부착
IT 강국에 사는데 이 방법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프린터기에 A4 용지도 없잖아.
심지어 귀찮잖아. 짤없이 패스.
자. 이제 내 게시글에 연락 주신 분 중에 Fit이 잘 맞는 분만 찾으면.
나 이제 다시 출근각이다.
우리 부부는 이제 부모이자 직장인이자 생계형 고용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