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그냥 하는 거지 뭐. 출근도, 육아도

우아하지 않아도 괜찮다. 버티며 웃는 사람들의 이야기.

by 근노보

우아할 줄 알았던 육아는 시작부터 난장판이었다.
무통은 커녕 진통뿐인 출산, 수면교육 실패한 밤, 자기 주도 없는 이유식.

그렇게 숨 고를 여유 없이 갓난쟁이를 돌보던 우리는 다시 떠밀리듯 출근을 하게 됐다.


출근과 육아 사이, 그냥저냥 주어진 일을 쳐내다 보니 제법 잘 해내고 있다.(고 자평한다.)


육아를 시작할 때는 나만 당하는 줄 알았다.

밤새 안 자는 아이, 고작 이유식 조금의 양으로도 주변을 난장판 만드는 아이, 출근길 지옥철까지.
“이게 사람 사는 건가?” 싶더라.


근데 이상하다.
버틴 게 쌓이니까, 이제는 고생이 아니라 그냥 생활이 되었다.
지점이 특히 기특하다. 좀 고되긴 해도 묵묵히 잘 버티는 내가.


낮잠 못 자는 애 보며 괜히 선생님께 사과하고,
야근 뒤 설거지하다가 배우자랑 싸우고,
결국 식기세척기 하나 사면서 “현명한 소비다” 자기합리화하는 거.

돌이켜보면 다 대단한 사건 아닌데, 그때는 왜 그렇게 드라마 같았을까.


회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회의에서 회식의 대부분이 불참이니 늘 송구한 포지션이고,
아이 참여수업 가려고 마음먹고 쓴 연차인데 급한 업무라며 회사로 소환당하고,
정신없이 출근해 일하다가, 반나절은 티셔츠 앞뒤를 바꿔 입고 다닌 채로 버텼다.


지금 생각하면 사실 웃긴 건데, 그땐 또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이 모든 걸 종합하면 답은 하나다.
출근도, 육아도, 그냥 한다.

멋있게 해내는 것도 아니고, 대단히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어제도 대충 굴러갔고, 내일도 어떻게든 굴러가겠지 뭐.


나는 브런치 10주년 VIP도 아니고,

솔직히 회사에서도 VIP는 커녕 소환형 직장인일 뿐이다.
근데 아이한테만큼은 매일 VIP 대우다.
그게 아마, 내가 계속 버티는 이유겠다.


그래서 결론은 뻔하다.
우아하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그냥 한다.

그냥 하는 거지 뭐. 출근도 육아도.




고맙습니다.
엉겁결에 시작한 글이었는데, 이렇게 끝까지 왔네요.


크고 작은 일상 속 비루한 글솜씨로 써 내려간 이야기들을 읽어 주신 분들 덕분에
숫자로는 초라해도, 제 목요일을 함께 공감해 준 누군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호사로웠습니다.


그리고 다음 시즌.
〈타산지석과 반면교사 사이〉 — 회사와 동네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빌런의 사연을 뜯어보며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를 고민하고,
좋은 사람에게서 “어른을 어떻게 배울까”를 배우는 인물 탐색기.

육아의 세계가 넓혀준 인간관계 지도 위에서,

더 많이 웃고, 가끔은 뜨끔하며, 그래도 결국엔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지는 기록을 써 보려 합니다.


출근도, 육아도. 그냥 하는 거지 뭐.
어제보다 조금 더 웃기게.


시즌1의 문을 닫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네요.
내일도,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 시즌2의 문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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