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쾌남의 키보드가 비명을 지를 때
나는 옆 팀 팀장님을 좋아한다.
사람이 좋기도 하거니와 특히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분이다.
그래서 더 이해하고 싶은데,
이상하게도 도무지 해석되지 않는 지점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오타다.
현대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일정 수준의 오타는 이해하고 살 것이다.
그러나 그분은 차원이 다르다.
단언컨대 서두부터 당신을 멈추게 만들 것이다.
중간도 아니고, 냅다 시작부터.
수신자 제위. 안녕하세쇼.
이게 무슨....?!!!
키보드에서 ㅇ이랑 ㅅ의 거리는 서울과 부산 만큼이나 멀지 않나?
도대체 어떻게 해야만 '안녕하세요'가 '안녕하세쇼'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이건 단순한 손가락 통통 이슈나, 손가락 미끄러짐 이슈가 아니다.
그래서 더욱 미스터리다.
이건 인간적이라기보다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선택받은 자만이 볼 수 있는 처절한 오피스 1인극이랄까.
얼마 전, 옆자리 팀원이 낑낑거리며 책상 어딘가를 조율하고 있었다.
보통의 다정한 상사라면 "도와줄게."라고 시작하겠지만,
나의 요정은 보법이 달랐다.
아무 말 없이 다가가 직원의 어깨를 무심히 '툭-' 밀치고는
장갑이나 장비 따위 없이 손바닥으로 '쿵, 쿵' 못질하듯 내리쳤다.
그리고는 미션 클리어 후 투박하게 돌아서서 그대로 담배 피우러 나가는 요정 쾌남의 뒷모습이란.
나는 그 투박함이 좋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저 오타요정의 투박함이 '고마워서' 좋다.
그는 일을 참 많이 떠안는 스타일이다.
누군가는 거절할 일을,
또 다른 누군가는 이미 거절한 일을,
그는 잠자코 아무 말 없이, 무심하고도 투박하게 모두 다 받아 간다.
그래서 그 팀은 대다수 바쁘고, 특히 그 팀의 일 잘하는 주니어 팀원들이 안쓰럽다.
동시에, 다른 팀에 있는 내 입장에선
그분이 거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팀으로 오지 않은 일들도 분명 있다.
그래서 좋다니. 내가 말하면서도 참 이기적인 마음이다만.
"그가 받아 가서 참 다행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오타에 늘 애정이 간다.
부주의라기보다는 과부하.
집중력 부족이라기보다는 조급함.
머리는 이미 다음 일로 달려가 있는데 손이 그 속도를 못 따라간 흔적.
이해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안녕하세쇼는 정말 모르겠다.
아마 그래서 더 오래 보게 될 수도 있겠다.
죽어라 연습했지만 망친 PT보다,
아예 왜 망했는지조차 모르겠는 PT가 두고두고 생각나는 것처럼.
끝내 해석되지 않는 한 구석이 기억에 더 남으니까.
요즘 나는 팀장이 되었다.
원치 않았지만, 맡게 되었다.
그래서 그분을 보며 두 가지를 동시에 배운다.
하나는 타산지석.
저렇게까지 다 떠안지는 말자.
일이 많아지면, 사람도 문장도 흐트러진다.
다른 하나는 반면교사.
조급해지면 메일 첫 줄부터 무너진다.
안녕하세쇼로 시작하는 팀장님의 그날은, 아마도 숨 가쁜 하루였겠지.
관련 내용으로 변경하였 보고 드립니다.
다시 또.
파티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변경이 급해 '을'을 어디 흘리셨나 보다. ('을'이 추가되도 비문이니, 매한가지다.)
오타요정 덕분에 웃을 일 없는 삭막한 회사에 잠시 단비가 내린다.
그의 비범함은 나 같은 범인이 이해하기 어렵다만,
좋아하는 마음은 이해하지 않아도 유지되는 법이다.
내일은 부디 그가 누군가의 업무를 받지 않고,
무사히 그만의 '쇼'를 시작할 수 있기를 비밀스럽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