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섭에게 ‘마침내’가 있다면 우리 부부에겐 '천만에'가 있다.
아이를 품에 안기 전 우리 부부는 막연히
만 3년까지는 부모가 아이를 가정 육아 해야 한다 생각했다.
큰 뜻은 없었다. 아이의 정서적 안정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육아 '전문' 서적에서 그렇게 적혀 있었으니까...
그때는 우리 부부 둘 다 그게 맞다고 확신했다. 서로 호기롭게도 말했다.
“내가 먼저 휴직하고, 다음에 네가 휴직하고, 남은 기간은 이렇게 저렇게 요렇게 조롷게.”
그리고는 육아서적에서 본 대로 라마즈 호흡법에 무통주사까지 더해지면 우린 쌍욕 하나 없이 우아하게 아이를 낳아 캥거루케어도 하자 했었건만.
채플린 형이 말씀하셨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인데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일단 애가 예정일보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안 나왔고, 급기야 의사 쌤은 유도분만이란 걸 말씀하셨다.
이건 육아 ’전문’ 서적에 없었다.
게다가 그 와중까지 무지했던 무지렁이 우리 부부는 유도분만 당일, 회사도 아닌 산부인과를 늦잠으로 지각을 했다.
그렇다면 남은 일정은 계획대로 됐느냐?
‘폭삭 속았수다’ 박충섭에게 ‘마침내’가 있다면 현실판 우리 부부에겐 ‘천만에’가 있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신이 우리를 정신교육 시키시려는 게 분명하다.
‘어허? 요것 봐라? 쉽게 낳아 편하게 키울 괘씸한 생각을 했단 말이지? 가만있어봐라~~~~’
그래서였을까.
우리 부부에겐 무통주사가 불가했다. 아이 심박수가 약하다나? 심박수가 약하면 무통주사가 안될 수 있단 글도 육아 ‘전문’ 서적엔 없었는데….
이렇게 글로 복기하다 보니 이제서야 우리의 패착을 알았다.
그건 출산에 대해 다양한 설명이 담은 '출산전문'서적이 아니라 ‘육아전문’에 집중한 서적이었구나.
좌우간에 그렇게 긴 시간 이어진 신의 정신교육에 우리 부부는 점점 이성을 잃어갔고, 여차저차 10시간의 진통 끝에 우리도 '마침내', 드디어 아이를 가슴에 포오오옥 안았다.
그날 평범한 직장인이던 우리 부부는, 어느새 부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