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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종별곡 Jul 02. 2019

관종들의 별별 곡 리뷰 (2019. 6.) 上

청하, 레드벨벳, 장혜진 · 윤민수


청하 - <Flourishing>



  호우 : 먼저, 청하의 입지는 어느새 껑충 뛰었다. 상업적인 차트 위에서,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도 청하는 단연 독보적인 여성 솔로다. 어쩌면 ‘Why Don’t You Know’의 폭발적인 데뷔 때부터 이리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나 싶다. 


  “FLOURISHING”. 번영하다, 번성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그녀의 앨범은 ‘벌써 12시’를 제외한 모든 미니 앨범과 비슷한 곡 구성을 취하고 있다. 눈에 띄는 차이점은 타이틀곡이 트랙 마지막에 속해있다. 앨범 소개부터 직접 쓴 듯 보이는 그녀의 정성과 교차되며, 앨범 전체를 들어달라는 무언의 의미가 아닐까 한다. 트랙 자체의 유기성보다 그녀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앨범 전체의 의미가 두드러지는 곡이다 


  청량에서 매혹적인 음악적 변화의 시작이 되었던 ‘벌써 12시’를 모태로 시작한 'Snapping'. RBW의 박우상 작곡가와의 협업이다. 청량한 신스 사운드가 묘한 상승감을 주며, 라틴의 느낌도 물씬 풍긴다. ' I Know I Know' 할 때의 여유로운 청하의 표정은 킬링포인트 그 자체가 아닐까. ‘청량’에서의 찰떡같은 느낌만이 전부인 줄 알았지만, 전작에서의 세련된 느낌으로 작품의 날을 더한다. 언뜻 아리아나 그란데가 겹쳐지는 듯 보인다. 청하의 보컬뿐만 아니라 퍼포머로의 모습도 압권이다. 물방울을 연상케 하는 세트장과 의상들, 그리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해줄 네온 조명까지. 그림자를 이용한 춤과 동시에 자연스러운 영상비의 전환까지 치밀한 짜임새를 보여주었다. 


  ‘Chica’는 <OFFSET>의 ‘DO IT’의 찰떡같은 그루브가 생각나게 하는 라틴팝이다. 데뷔곡의 청량감마저 차용한 듯 라틴팝의 그루브를 소화하는 이 곡은 청하가 퍼포머가 아닌 가수임을 증명하는 곡이 아닐까. 기타를 넓게 펼쳐 사운드의 빈 부분 없이 보강하며, 각각의 악기와 합을 맞추는 게 꽤 인상적이다. ‘Call It Love’는 항상 앨범에 수록되는 발라드다. 우주먼지를 따라 이어온 계보는 이번에도 만족스러운 결과치를 끌어올렸다. 웅장한 구성보다 서정적이고 섬세한 선율을 들려주며, 한 번 더 안정적인 호흡이 이를 부드러운 결을 더한다. 고음을 위한 곡이 아니기에 편안히 들을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우리가 즐거워’는 원작자가 자연스럽게 상상되는 작품이다. 이 색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 앞서 말했듯 청하의 다양한 역량을 발견할 수 있는 곡이자, 뜻밖의 장르 선택이 놀라울 뿐이다. 그럼에도, 구름의 곡이 그랬듯 원작자가 부르면 어땠을 까라는 아쉬움이 여운을 남긴다. 반면 앨범과 동명의 곡인 ‘Flourishing’은 전체적인 앨범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7rings’와 같이 우아하게, 고혹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트랩 소울의 곡으로, 확실한 중심을 기반으로 훌륭한 음색과 찰진 발음이 노래의 맛을 살린다. 


  전 작이 예측불허한 시작이었다면, 지금은 확신이 되었다. 두려움과 불확실 속에서 눈썰미로 이유 있는 커리어를 만들어내는 청하의 행보가 지금과 같았으면 한다. 



Red Velvet (레드벨벳) – <‘The ReVe Festival’ Day 1>



  최크롬 : 여름 콘셉트 앨범이 아니다. 대신 레드벨벳은 새로운 3부작 시리즈의 서막을 알렸다. 이번에는 기존 ‘Red’나 ‘Velvet’에서 파생되는 무엇이 아닌 ‘Festival’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축제의 첫날은 잔뜩 들떠있는 관람객처럼 산만하다. 그렇기에 '짐살라빔 (Zimzalabim)'은 콘셉트적인 면에서는 제 몫을 다한 셈이다. 처음 듣는 이들을 혼란에 빠드린 주범은 바로 불협화음이나 다름없는 훅의 모습이다. 무성의한 듯 반복되는 ‘짐살라빔’은 사실상 위화감 조성과 중독성 유지에만 올인한다. 새로운 수능 금지곡의 탄생이다. 더불어 자극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곳곳을 비집고 들어오지만 이내 멀쩡한 브릿지로 돌아오는 등 청자의 혼을 쏙 빼놓기 바쁘다. 이렇게 후반부로 갈수록 ‘축제’의 혼란감은 더욱 고조된다. 아마도 지금까지 이런 케이팝은 없었다. 이것은 장난인가 음악인가. 어쩌면 이는 레드벨벳이기에 가능한 실험일지도 모른다.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레드벨벳이라는 브랜드는 공고하니까. SM은 '짐살라빔'이라는 노래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던져준 셈이다.


  아비규환(?)의 타이틀곡에 비해 수록곡들은 친절하다. 그루비한 베이스가 매력적인 'Sunny Side Up!'은 타이틀곡으로 인해 잔뜩 높아진 텐션을 낮춰준다. 'Milkshake'는 아마 타이틀곡 후보에 오르지 않았을까 하는 곡인데,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을 저격하는 듯한 펑키한 사운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친구가 아냐 (Bing Bing)', '안녕, 여름 (Parade)'은 사운드와 가사 면에서 여름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곡들이다. 하지만 화음을 강조하고 구성을 다양하게 한 점에서 전통적인 레드벨벳 수록곡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LP'는 나머지 트랙들과 가장 대비되는 쪽이며, 특이한 제목만큼이나 재밌는 가사와 그에 어울리는 따뜻한 재즈 사운드의 합이 돋보인다. 전반적으로 특별히 수록곡 간에 유기적인 요소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운 계절에 발매되었기에 평균적인 텐션은 높은 편이다.


  걸그룹과 솔로 여가수들이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여름에 '짐살라빔'은 어떤 위상을 차지하게 될까. 확실한 건 '빨간 맛'과 'Power Up'과 동등하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짐살라빔'은 차트에서 힘을 쓰기에는 조금 어려운 곡이다. 하지만 레드벨벳의 ‘축제’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Red’와 ‘Velvet’의 양자 구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우의 수가 추가된 것이다. 이는 ‘궁예질’로 레드벨벳의 음악을 예측하고, 기다리던 팬들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소식이다. 레드벨벳이 스토리텔링을 시작한다니, 기대되지 않는가?



장혜진, 윤민수(바이브) - '술이 문제야'


  무민 : 한국인이라면, 특히 2~30대의 음원사이트 이용자라면, 대다수는 이 싱글의 곡명, 가수명을 보고 자동적으로 ‘플레이’버튼을 누르게 될 것이다. 이미 ‘그 남자 그 여자’를 통해 입증된 조합의 재결합, 그리고 제목만 봐도 정통 발라드에 대한 한국인들의 애착을 집중 공략하는 듯한 이 곡은 러닝타임 내내 완벽한 보컬 시너지로 그 기대를 매우 충실히 충족시켜주고 있다. 이는 며칠째 굳건한 차트 순위로도 설명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서 일반적인 기대를 충실하게 지킨 정통 발라드곡들은 ‘진부하다’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몇 년간 ‘순위의 정당성’에 대해 비판, 의심받았던 일명 ‘역주행 발라드’에 대한 반감이 더해져 비판의 수위가 더 높아지고 있다. 또한 ‘술이 문제야’의 경우, 가사에 등장하는 ‘술’이라는 매개체 역시 그러한 비판의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처음 본 순간 바이브의 ‘술이야’가 머릿속에서 자동재생되지는 않았는가?) 하지만 이 ‘진부함’에 대한 수요는 세대를 불문하고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생명력으로 보아 앞으로도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곡은, 아직까지도 지배적인 수요를 ‘정공법’으로 능숙하게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 품은 발라드 한 곡쯤은 있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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