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들의 별별 곡 리뷰 (2020. 2.) 下
IZ*ONE , Anne-Marie 외
dress, sogumm - '내 입맛 (Feat. ZICO)'
무민 : sogumm의 유니크한 음색과 발성은 트랙 초반에 청자를 확 끌어당기기엔 충분하나, 빈틈없이 짜인 라인의 가사를 2-3분 동안 지속적으로 이끌어가기엔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트랙에서는 dress 특유의 다크한 감성과 다이나믹한 프로듀싱이 그것을 충분히 상쇄하고 있으며, 지코의 읊조리는 듯한 래핑은 후반부에 분리되어 등장하며 또 다른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낸다. 3명의 독보적인 개성이 부딪히지 않도록 섬세하게 설계된 구조는 공교롭게도 알앤비+힙합 아티스트들의 콜라보레이션에서 흔히 나타나는 클리셰를 피해 가도록 만들었다.
IZ*ONE(아이즈원) - 'FIESTA'
호우 : 결국은 되돌아오는 데 성공한 이들이다. 한창 폭풍이 지나간 뒤 OST가 판을 만들었던 차트였기에, 타이밍까지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다. 많은 이들이 기다렸던 ‘꽃’을 기반한 아이즈원의 시리즈의 완결판이자, 정규 앨범 1집 BLOOM IZ. 타이틀곡 ‘FIESTA’는 꽤 격렬했던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1등을 거머쥐었다. 이대로 은퇴하기엔 아쉬웠던 이들의 활동, 이들을 대체할 이미지의 부재, 그리고 미완성으로 공개된 티저가 노래의 신선함보다는 크지 않았나 싶다.
느슨한 도입부, 쌓아가는 템포 뒤 크게 터지는 조유리와 드롭, 후렴 뒤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 부분까지. 다르면서도 귀에 착착 감기는 이유는 3부작의 공통점 때문이다. 비슷한 틀을 기반으로 다른 이미지의 음악들을, 이번엔 꽤 세련된 일렉트로 팝을 만들어냈으니, 대중음악에서 3연속으로 히트를 거머졌지 않은가.
그럼에도 더 명확해진 발음, 보컬의 고른 배분과 더불어 실력까지 제대로 보여준 앨범이 아닐까 싶다. 비주얼 내러티브로 현란한 장면전환을 보여주는 MV, 단발로 자른 채원 등 팬들에게도 공을 들인 것이 보인다. ‘영 앤 프레시‘ 이미지의 걸그룹이라면 숙명적인 팝 발라드, 몽글몽글한 어쿠스틱으로 채워놀법했지만, 가벼운 뭄바톤을 섞은 ‘Dreamlike’와 ‘AYAYAYA’를 섞어놓으며, 무게감을 조절했다.
다만, 계산기를 주고받는 어른들의 의도가 보인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5 Seconds Of Summer - 'Old Me'
무민 : <Youngblood> 앨범을 기점으로 하여 5sos는 지속적으로 트렌디 팝의 무드를 그들만의 밴드 사운드에 접목해오고 있다. 'Old me'에는 'easier'의 강렬한 팔세토 창법을 기반으로 한 훅이나 'No shame'의 직관적인 밴드 사운드도 없지만, 다양한 사운드를 시도해온 7년 차 밴드의 노련함과 최적의 음역대에서 특유의 아우라를 내뿜는 luke의 보컬이 곡의 무게감을 단단히 심어주고 있다. 그간의 히트곡들과 결을 조금은 달리하는 자전적인 가사도 그러한 무게감의 한 축을 담당하며, 새 앨범의 방향성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Anne-Marie - 'Birthday'
호우 : 한국에서 사랑받는 아티스트가 돼버린 앤 마리. 온통 핑크색으로 물들인 그녀와 같이 사랑스러운 곡이 한 편 나왔다. 드레스를 입고 직접 트랩 비트와 중독적인 후렴구에 맞춰 춤추는 그녀를 보라.
팝 사운드에 맞춰 부르는 그녀의 에너지와 목소리는 ‘오늘 내 생일이야라는 그녀의 가사와 맞물려 쾌감을 퍼트린다. 그 쾌감은 플럭 사운드와 베이스 신스 사운드가 접점을 이룬 후렴구에서 되풀이되며 곡의 엔돌핀을 끌어올린다. 어쩌면 흔하게 지나갈 수 있는 생일임에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앤의 명랑함과 더불어 그녀의 허스키한 보컬이지 않을까. ‘2002를 들으며 앤 마리가 정말 내 최애 가수라고 외치고 있다면 이 곡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그녀의 사랑스러움을 두 귀로 듣고, 외쳐라. 잇츠 마 벌thㅡ데~!~!~!~!~!
Dua Lipa - 'Physical'
최크롬 : 듀아 리파는 4월에 발매할 이번 앨범을 복고로 가득 채울 예정인가 보다. 이번엔 'Don't Start Now'같이 무드가 강조된 디스코가 아닌 업 템포의 신스 팝이다. 'Physical'은 80년대 곡인 올리비아 뉴턴 존의 ‘Physical’로부터 직접 레퍼런스를 따왔다. 강렬한 도입부만큼 탑 라인도 시원시원하고 단순하다. 곡은 전반적으로 세련됨을 표방하기보다는 캐치함과 직관적인 구성에 투자한다. 리드 사운드로부터 비롯된 어두컴컴한 분위기와는 반대로 듀아 리파의 곡들 중 어쩐지 제일 들뜨게 되는 것이 이 곡의 매력이다. 그 압도적인 흥만큼 머릿속에서 빠르게 휘발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앞으로 발매될 앨범에서 킬링트랙을 담당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곡. 역시 감성과 섹시보다 크러쉬 하나는 최고인 듀아 리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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