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들의 별별 곡 리뷰 (2020. 2.) 上
머쉬베놈, 문별, 엘리스, Chai(이수정)
머쉬베놈(MUSHVENOM) - '왔다'
최크롬 : 현재 한국힙합 씬에서 가장 완성도 있는 기믹을 자랑하는 래퍼를 뽑자면 바로 머쉬베놈이 아닐까. 그는 사투리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구수한 톤은 물론이고 유행어와 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를 일관성 있는 워딩으로 뽑아내는데 특화된 랩퍼이다. 하지만 머쉬베놈이 단지 힙합씬의 개그캐(?)였다면 원 힛 원더의 결말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사실, 전 싱글인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 ‘알려 좀 주쇼’에서는 자기복제와 콘셉트빨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네이버 나우에서 공개한 미공개곡 퍼포먼스에 대한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고, 이후 발매된 싱글 ‘왔다’는 그동안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이 곡은 포스트 말론과 릴 핍을 연상시키는, 기타 소스의 청량한 emo(감성) 힙합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머쉬베놈만의 쾌활함과 유머를 잘 섞어놓는다. 독특한 방법으로 한국 로컬라이징에 성공한 느낌이랄까. 수많은 래퍼들이 캐릭터 싸움을 하고 있는 와중 머쉬베놈은 두 번째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그가 재미 이상의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만 지켜보면 된다.
문별 - '달이 태양을 가릴 때 (Eclipse)'
최크롬 : 문별 첫 EP는 고유의 시크한 이미지로 수렴하는 방향으로 구성되었다. '달이 태양을 가릴 때'는 음악은 물론이고 퍼포먼스까지 보이그룹의 색채가 짙다. 콘셉트 상에서도 이중인격을 비롯한 여러 상징물을 이용하여 짜임새 있는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하지만 위 곡은 'SELFISH'와 다르게 팬덤 만족을 지향하고 있으며 매니악한 콘셉트로 인해 대중적인 이목을 집중시키지는 못했다. 물론 “달이 태양을 가릴 때”가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가 콘셉트와 곡의 스타일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퍼포먼스를 제외하고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문별의 역량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콘셉트 전략 하나만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기엔 랩 테크닉, 스타일, 기교, 가창력 등 기술적인 면이 적절히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록곡 '낯선날'에서는 피처링을 한 펀치와 주종 관계가 바뀌었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진정한 ‘멋짐’, ‘크러쉬’는 적어도 콘셉트와 실력을 둘 다 보장할 수 있어야 설득력을 갖출 수 있다. 'SELFISH'는 ‘크러쉬’를 굳이 강조하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했기에 살아남았고, 문별의 이번 앨범은 ‘크러쉬’라는 높은 문턱을 넘지 못했기에 아쉬움을 남긴다.
엘리스(ELRIS) - 'JACKPOT'
무민 : '걸크러쉬'의 딜레마는 엘리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멤버 재정비와 신예 걸그룹들의 전반적인 침체 등의 악조건 속에서 꺼내든 엘리스의 'JACKPOT'은 중독성 있는 훅과 풍성한 구성을 동반한 꽤나 매력적인 트랙이다. 하지만 음악, 콘셉트, 퍼포먼스 모든 면에서 중심이 잡히지 않은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다. 이들이 추구하는 새로움은 도약을 위한 신의 한 수가 아닌 일종의 '대안'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Summer Dream과 JACKPOT 사이에서 느껴지는 음악적 괴리감은 단순한 콘셉트 변화로 인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나침반을 잃어버린 듯한 기획은 트랙의 매력도와 별개로 계속해서 전반적인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Chai(이수정) - 'Gimme That (Feat. SAAY) (Prod. Stally, Colde)'
호우 : 발라드와 댄스 사이 빈자리를 감각으로 채운다. 가장 먼저 귀에 느껴지는 건 과하지 않은 보컬, 절제된 목소리가 들린다. 기승전결이 없는 그윽한 무드는 SAAY, Colde, 그리고 카키와 함께 톤 다운된 감정을 노래한다. 재즈와 경쾌한 R&B가 주류에서 꾸준히 확장해가고 있다면, 그녀의 채도는 무거워졌고, 배합은 무르익었다.
트로트와 발라드,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차트에서도 진하고 밀도가 높은 R&B의 음악을 들려주는 이수정. 차트에서 부족한 공간을 적절히 치고 들어가 낮은 채도와 여유로운 음악으로 수놓는다. 유행이 빠르게 치고 지는 차트에서 그녀의 음악이 낮게 감돌며 제 자리를 빛내고 있다.
관종별곡 유튜브
최크롬 브런치
호우 블로그
무민 블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