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오, Eminem, Jona Brothers, Justin Bieber
호우 : 제각기 다른 리듬을 가지고 있는 혁오의 노래는 매년, 그들의 진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작에서 사랑의 방법을 찾은 걸까. 이번엔 그들의 음악을 담을 도구로 ‘사랑’이라는 단어를 택했다. 약 2년 동안 준비해온 만큼 앨범에 대한 자신감과 동시에 전혀 부족하지 않은 사운드에 대한 완성도는 이들이 빠른 성공을 내치고 예술에 대한 욕망을 잘 쌓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흔치 않은 아티스트다.
<20>,<22>에서 숨 가쁘게 달려가던 이들의 속도는, '사랑으로'의 타이틀곡들에 이르러서 나른하면서도, 주변의 속도에 맞춰달려간다. 닥쳐오는 '방황'에 달려나가던 청춘은, 자신의 몫을 시인하고 체념이 아닌 '인정'으로 대처해가는 것 같다. 이렇듯 주변의 것들을 수용하는 이들의 감정의 변화는 앨범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공되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노래들은 주위의 소리들을 왜곡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주변을 포용하는 이들의 사운드는 장르를 아우르며 자유롭게 떠다닌다. 보사노바, 재즈, 사이키델릭, 빈티지록과 같은 다채로운 장르가 공존하면서도, 경계가 깊지 않아, 곡들의 흐름이 연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섯 개의 타이틀곡으로 이루어진 앨범은 개별의 완성본이면서도, 하나의 단일곡으로 봐도 무방하다. 앨범명에서 사라진 '26'이라는 숫자를 앨범의 총 재생 길이(“26:26”)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일종의 특별함이다.
혁오 밴드의 사운드를 최대한으로 살려낸 이 트랙들은 그들의 트랙 중 어디에 끼워놔도 특별할 것 없는 삶의 형태로 흘러갈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 삶 속의 사랑을 잘 표현한 것이 이번 앨범이 아닐까 싶다. 죽은 식물 사진을 앨범 아트로 표현한 것이 의아하면서도 곡을 한 바퀴 돌려 'New Born'이 넘어갈 즈음엔 이 곡의 화자이자, 앨범을 대표하는 것 같은 정체성도 느껴진다.
이 26분의 타이틀곡은 하나의 완만한 흐름을 잘 보여주면서도, 각각이 끊어들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전 곡을 타이틀로 선정해 일단 첫 곡부터 전고 재생을 누르 게 하는 심리는 영리한 이들의 전략이다. 이들의 의도대로 곡을 감상케 하며, 하나의 서사를 모두가 느낄 수 있게 한 노련함과 여타 다른 이들처럼 보컬로 흡수되는 흐름이 아닌 밴드 혁오로 회귀하는 모습은 혼탁한 차트에서도 당당히 자리 잡을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준다.
최크롬 : 지난 정규 <Kamikaze>로 거센 혹평을 받았던 에미넴이 다시 새로운 정규 <Music To Be Murdered By>로 돌아왔다. 예전 랩 ‘갓’의 명예를 되찾을 의도이기에 그 결과물의 이름이 ‘God’zilla인 것일까. 에미넴은 언제나 그래 왔듯, 랩 스킬에 있어 사실상 서커스에 가까운 묘기를 선보인다. 특히 후반 30초 간 229단어를 뱉어 새로운 기네스 기록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겨냥에 성공했으니, 지난날의 상처 또한 어느 정도 수복한 셈이다. 하지만 영어를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입장에서 음악적으로 동하게 되는 핵심적인 무언가가 없는 건 사실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쥬스 월드의 참여와 같은 물리적인 흥미로움은 어느 정도 존재하나, 전체적인 조감은 여전히 새롭지 않다. 과거와 달리 리스너와 함께 즐길 만한 요소는 줄어들고 관상용 음악에 가까워졌다는 사실도 껄끄러운 점들 중 하나.
무민 : 조나스 브라더스의 재결합이 단발적인 화제성을 넘어 장기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과도하지 않은 '무게감'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들의 음악은 시대의 흐름에 의해 표면적으로는 일정한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분명하고 캐치한 훅, 멜로디 라인과 유연한 밴드 사운드 활용을 통해 'Pop'스타로서 대중들과의 탄탄한 연결고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폭넓은 인기의 '기믹'은 달라졌을지라도, 그를 형성하는 '뿌리'는 여전히 견고하다. <What A Man Gotta Do>에는 압도적인 '크러쉬'도, 심오한 '메시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나스 브라더스'라는 일종의 브랜드를 견고히 하는 방식을 통해 뜻밖의 신선함을 제고한다.
호우 : 몇 년이 지났다고, 뜨또는 우리를 다른 방향으로 실망시키지 않았다. 전작 'Purpose'에 이끌려 들었던 곡의 실체는 노골적인 표현이 모든 걸 가져가버린 'Yummy'뿐이다.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 후렴구에 맛있는 식사를 표현한 뮤직비디오는 과연 무슨 의미인 걸까. 흘려듣기 좋은 노동요 위에 잘 짜낸 목소리가 아무리 듣기 좋다 해도 해도 무난한 멜로디와 짜임 속에서 쉽사리 소비되고 만다. 4년 만에 내놓은 곡이라는 타이틀이 실망스럽게 재빠르게 접시 위에서 흘려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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