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상반기
매스미디어의 파급력이 감소하고 있다. 예전만큼의 거대한 인기를 구가하는 대중가수가 등장할 수 있을까? 한편 매스미디어에 의존도가 높은 아이돌(특히 걸그룹)이 약세를 띠고 있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아이즈원의 사례로 알 수 있듯이 이제 아이돌은 소수의 팬덤만이 소비하는 문화로, 즉 서브컬쳐화되고 있다. 이는 기획사의 입지가 줄어든다는 말로도 들린다. 앞으로는 소규모 팬덤을 이끄는 아티스트를 여럿 관리하는 에이전시가 떠오르지 않을까? 전 국민의 덕후화에는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이 적합하다.
케이팝이든 그 외 장르든 음악계와 교육 콘텐츠와의 합은 흥미롭다고 본다. 특히 한국어 교육 콘텐츠는 국위선양에도 도움을 주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위 사례 말고도 EBS에는 여자친구, 우주소녀 루다와 함께한 수학 교육 콘텐츠가 있었고, '아이돌이 만난 문학'이라는 라디오 콘텐츠를 운영하기도 했다. 순진한 바람이지만, 단순 교육을 넘어 아카데믹한 부분(교양, 시사, 학문)까지 케이팝 콘텐츠로 풀어나가도 재미있을 것 같다.
만우절 장난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왓챠가 경쟁사인 넷플릭스의 작품을 큐레이션 해준다는 건 웃고 넘어갈 일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왓챠는 넷플릭스를 일종의 보완재 관계로 보고 있는 건 아닐까. 결과야 어찌 되었든 OTT 시장이 커지는 만큼 왓챠도 덕을 본다는 것이다. 더불어 유쾌한 기업 이미지도 챙기고, 코로나19로 인해 OTT 시장이 활기를 띠는 상황에서 위의 전략은 생각보다 의미심장하다.
말로만 나누었던 케이팝 웹툰 콘텐츠가 본격 출범한다. BTS의 사례가 있었지만, 그 외 아이돌이 등장하는 웹툰은 처음인 것 같다. 물론 현실의 아이돌을 어떻게 스토리텔링과 함께 웹툰 안에 잘 엮어낼지, 팬들의 반발이나 위화감은 없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시도 자체에는 의미가 있다. 한국 웹툰 시장은 해외에도 영향력을 끼칠 만큼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케이팝과 웹툰의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새로운 모델이 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웨이브가 넷플릭스의 대항마라니, 솔직히 잘 모르겠다. 국내 콘텐츠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강력한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재미있는 콘텐츠이지 콘텐츠의 국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특히 OTT를 주로 이용하는 젊은 층이 인기 미국 드라마와 오리지널 콘텐츠에 매력을 느끼는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국내 콘텐츠는 넷플릭스에도 충분히 많다.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OTT와 게임이 덕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적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넷플릭스는 3월 사용자가 전 달에 비해 22퍼센트나 증가했다니, 엄청난 기세이다.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인터넷상에서 입소문을 타고 품절 대란까지 겪고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어떤 산업에서의 위기는 곧 타 산업에서의 기회라는 말도 맞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