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별곡 리포트>는 음악 차트와, 엔터 산업 리뷰, 그리고 짧은 칼럼으로 구성된 콘텐츠입니다. 여러 이슈와 더불어 저희만의 고민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한 달에 두 번 연재합니다.
Ⅰ 차트 리뷰
1. 멜론 TOP 10 : 여성 아티스트들의 선전
최근 오마이걸, 태연, 아이유, 볼빨간사춘기가 연달아 컴백하면서 멜론 차트 TOP 10의 구도가 재편되었다. 5월 첫째 주 주간 차트(5. 4. ~ 5. 10.)를 보면 아이유의 '에잇', 태연의 'Happy', 볼빨간사춘기의 '나비와 고양이'가 각각 1위, 4위, 5위로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오마이걸과 에이핑크는 전 주에 이어 각각 3위와 6위를 지키고 있다. 에이프릴의 'LALALILALA'는 3계단 상승하여 62위로 안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하의 'Stay Tonight'은 상위권을 지키지 못하고 22위로 12계단 떨어지는 의외의 현상을 보였다. 어쨌든 코로나19로 인해 1분기부터 가수들의 컴백 소식이 뜸한 와중 여성 아티스들의 잇따른 컴백은 환영할 일이다. 블랙핑크, 트와이스 같은 대형 걸그룹도 컴백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이번 시기를 기점으로 차트에 조금은 활력을 되찾지 않을까 싶다.
2. 이슈로 보는 빌보드 1위 쟁탈전
지난주(5. 4. ~ 5. 8.) 1위를 지켰던 Travis Scott과 Kid Cudi의 'The Scotts'가 11계단 하락하여 Doja Cat과 Nicki Minaj의 'Say So'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The Scotts'는 특이하게 온라인 게임인 포트나이트에서 공개되었는데, 유저들은 4월 24 · 25일 양일간 게임 내부에 접속하여 Travis Scott의 공연을 가상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이는 가상공간을 이용한 독특한 연출뿐만 아니라 비대면 공연의 신선한 가능성까지 제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편 Doja Cat은 빌보드 1위를 하면 웃통을 까겠다(?)는 공약을 했는데, 막상 1위를 달성하자 이를 당당히 번복하여 논란이 되었다. 비현실적인 공약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Say So'의 1위는 빌보드 최초의 여성 힙합 콜라보레이션 1위 기록이다.
'자체제작돌'의 역사는 빅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즉, 아이돌 프로듀싱에 있어 아주 혁신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무엇이 되었든 결국 사람, 재능의 문제이다. 작곡을 배운 그룹 내 멤버의 감각이 뛰어나면 (여자)아이들의 소연처럼 타이틀곡까지 도맡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외부 프로듀서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다. 결국 '자체제작돌'이 케이팝의 특수한 형태로 굳어져 아이돌이 아티스트화가 되느냐 마느냐를 논하는 건 비약이다. 아이돌이 아티스트화될 수는 있다. 단, 모든 아이돌이 그렇게 될 수는 없다.
작년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위 두 회사가 합작법인을 만든다는 건 결국 계약이 종료된 먼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어쨌든 넷플릭스는 가장 큰 유통 플랫폼(OTT)이기에, 현재로서는 IP 독점을 고수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언젠가 위 두 회사는 자체 플랫폼 없이 유통만 하거나 스스로 플랫폼을 만드는 것 중 선택을 해야 한다. 쟁쟁한 IP를 가진 CJ ENM과 JTBC가 자체 플랫폼을 만들어 콘텐츠를 독점으로 공급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따라서 위 두 회사는 웨이브가 출범한지 오래되지 않은 지금, 늦지 않게 자체 플랫폼을 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OTT 시장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넷플릭스는 과연 지금의 자리를 고수할 수 있을까?
공연시장 불황이 길어지면서 중소 레이블들이 긴급 성명을 내놓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적어도 올해까지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보다 앞서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정상화 단계에 돌입하면, 국외여행이 어려운 환경에서는 문화생활의 많은 부분이 당분간 국내 공연에 쏠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꾸로 콘텐츠 수출의 활황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미래를 담보로 하더라도, 정상화 단계까지 중소 레이블의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Ⅲ 관종별곡 미니 칼럼
<틱톡 챌린지 유행은 어디로 갔을까>
올해 초 대한민국을 틱톡 챌린지 열풍으로 물들였던 지코의 '아무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아무노래'의 성공은 수많은 기획사들을 고무시켰고, 이후 많은 아이돌들이 컴백과 함께 챌린지를 마케팅의 일환으로 들고 나왔다. 틱톡 챌린지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들이 '아무노래'만큼의, 아니 조금이라도 유의미한 만큼의 마케팅 효과를 얻지 못했음에 동의할 것이다. 실제로 틱톡에서 '아무노래'가 쓰인 영상은 약 110만 개에 이르고, 해쉬태그인 'anysongchallenge'가 붙은 영상의 조회수는 약 5억 뷰인 반면, 정상급 걸그룹인 아이즈원의 'FIESTA'가 쓰인 영상은 약 2만 2천 개, 에이핑크의 '덤더럼'은 약 6천 개, 최근 '떡상'한 오마이걸의 '살짝 설렜어'는 약 2만 3천 개에 불과하다. 참고로 뒤의 세 곡도 모두 챌린지 마케팅을 진행했다.
대중의 참여가 중요한 틱톡 챌린지인 만큼, '아무노래'에 비해 저조한 걸그룹 챌린지의 참여율은 챌린지에 대해 다시 한번 재고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챌린지는 일방적인 마케팅 수단이 아니다. 가수의 콘텐츠와 챌린지는 상호작용하는 관계이다. 즉, 콘텐츠가 매력적이어야 사람들의 동기를 이끌어 낼 수가 있다. '아무노래' 챌린지는 특유의 캐치함과 대중적인 율동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은 것도 있지만, 지코라는 거대한 인지도와 힙한 이미지가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또한 앞서 말한 그룹들의 경우 단순히 하이라이트의 안무를 그대로 가져온 챌린지를 고안했는데, 이는 너무 일방적인(솔직히 성의가 없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요컨대 참여에 적합한 형태를 갖추지 못한, '대중화'되지 않은 콘텐츠로 챌린지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결국 '아무노래' 이후의 챌린지들은 매력적이지 못하고, 그저 나이브하게만 비칠 뿐이다. 한편 틱톡과 같이 '적극적인(혹은 인싸스러운)' 활동이 일상적이지 않은 대한민국이 썩 챌린지에 매력적이지 못한 환경이란 것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틱톡이 20대에게 큰 어필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