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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케메케 May 09. 2016

에니어그램, 성격을 초월하는 것

에니어그램에 대한 기초적 이해

웬만한 사람들은 에니어그램을 잘 안다, 그러나 알면서도 잘 모르는듯하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완전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 글을 쓰는 게 상당히 조심스럽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나 또한 내가 아는 정도밖에 설명할 수 없을 뿐이다. 그리고 내가 에니어그램을 이 정도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초월하지는 못한다. 아무리 공부하고 그것을 뛰어넘고 싶어도 그 안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이어질 글은 내가 에니어그램에 관하여 가지고 있는 시각이지만 그것이 완전히 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시각으로 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야기하고 싶다.




에니어그램은 심리학이 아니다, 그렇지만 심리학을 포함한다


보통 에니어그램 하면 떠올리는 것은 1~9까지 나누어져 있는 성격 유형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에니어그램의 지극히 작은 부분이다. 에니어그램의 존재를 처음 세상에 알린 구르지예프가 강의하던 에니어그램에는 성격유형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의 에니어그램이 성격유형 안에만 갇혀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에니어그램 도형


에니어그램의 9가지 극은 '자연' 흐름의 9가지 극을 의미한다. 1(완벽), 2(도움), 3(성취), 4(특이), 5(사색), 6(안전), 7(행복), 8(강함), 9(평화) 모두 자연의 모습이다. 자연은 이 9가지 극을 순환하면서 존재한다. 그렇기에 각 극은 사실 사람의 성격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1유형이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이 최고로 완벽한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신 어떤 사람이 해당 유형이라는 이야기는 그 번호에 해당하는 극에서 정체되어있다고 이야기하는 편이 옳다. 자연은 1~9까지 9가지 극을 순환하는 것인데, 인간의 마음은 그 9가지 중에 한 가지에만 정체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1유형 : 완벽에만 집착

2유형 : 도움에만 집착

3유형 : 성취에만 집착

4유형 : 특이에만 집착

5유형 : 사색에만 집착

6유형 : 안전에만 집착

7유형 : 행복에만 집착

8유형 : 강함에만 집착

9유형 : 평화에만 집착


위와 같은 설명이 가능해진다. 사실 1유형이 완벽주의자라는 이야기는 그들이 완벽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무언가 불완전한 것이 불안한 일이라고 느끼니깐 그렇게 행동할 뿐이다. 다른 유형도 마찬가지로 설명이 가능하다. 각자 가장 크게 느끼는 결핍된 본질에 관하여 집착하게 된다. 그렇지만 자연은 무언가에 집착하지 않고 그저 순환하며 존재할 뿐이다. 이점이 인간과 자연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여기까지의 글을 이해했다면 느낄 수 있겠지만 에니어그램은 인간 성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보다 정확한 설명은, "에니어그램은 자연의 흐름과 이치를 설명하는데, 인간의 성격은 그 흐름을 거부하면서 만들어졌다."가 될 것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에니어그램은 동양의 음양오행설과 비슷한 위치의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에니어그램이란 심리학을 포함하지만 심리학 그 자체는 아닌, 그보다 훨씬 넓은 것(자연)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뉴턴 물리학을 건축 역학으로 부르진 않는다)



성격 에니어그램이 존재하는 이유


그렇다면 인간은 왜 자연과 같이 순환하지 않으며 각각 한 가지 극에만 집착하게 되었느냐?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다소 종교적 차원으로 접근하게 된다.


아기는 상대방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에 구분이 없다.


갓난아기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태어난 직후 아직 '나'라는 존재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아기는 자연의 일부라고 스스로를 느끼고 나와 너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기들은 옆 사람이 웃으면 같이 웃고, 울면 같이 운다. 옆 사람의 감정이 자신의 감정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모든 아기들은 자연으로부터 '나'를 분리하게 될 운명이다. 왜냐면 그들은 이미 '몸'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태어난 이래로 모든 것(자연)과 자신(나)을 분리시킬 수밖에 없다. 최초로 느낀 통증은 이 세상을 두려운 존재라고 느끼게 만들고 말 것이다. 더 이상 옆 사람의 기쁨과 슬픔이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된다. 너와 나라는 인식은 가면 갈수록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때 아기는 한 가지 생존전략을 짜게 된다. 세상이 자신을 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그것으로부터 도망쳐야 한다. 그것이 저 위에 설명한 9가지 극에 대한 집착이다. 평화에 대한 집착, 행복에 대한 집착 등등이 아기들의 생존전략이자 미래에 형성될 성격의 씨앗이다. 에니어그램에서는 인간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 9가지 극 중 하나에 민감하고 반응하기 쉽게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선천적 원인과 후천적 원인의 복합적인 결과로 인간의 성격이 형성된다.

그것은 다시 말하지만 자연으로부터의 회피이며 신으로부터의 도피다. 자연이란 신의 계획이기 때문이다. 집착에 대한 설명을 두려움으로 확장시켜보도록 하겠다.


1유형 : 완벽에만 집착 (나의 공정함이 결여되는 것이 두려워서 피하겠다) = 분개하는 자아

2유형 : 도움에만 집착 (내가 결핍감이 드는 것이 두려워서 피하겠다) = 아첨하는 자아

3유형 : 성취에만 집착 (나의 실패가 두려워서 피하겠다) = 허영적인 자아

4유형 : 특이에만 집착 (내가 상실감을 느끼는 것이 두려워서 피하겠다) = 우울한 자아

5유형 : 사색에만 집착 (나의 공허함이 두려워서 피하겠다) = 인색한 자아

6유형 : 안전에만 집착 (나의 일탈이 두려워서 피하겠다) = 두려운 자아

7유형 : 행복에만 집착 (나의 고통이 두려워서 피하겠다) = 개혁하는 자아

8유형 : 강함에만 집착 (내가 나약해지는 것이 두려워서 피하겠다) = 복수하는 자아

9유형 : 평화에만 집착 (내가 누군가와 대립하는 것이 두려워서 피하겠다) = 게으른 자아


결국 성격 차원의 에니어그램이란, 자신이 가장 두려운 무언가를 피하기 위한 성격의 생존전략으로서 존재한다. 8번 유형이 강해 보이지만, 그것은 사실 내면의 나약함에 대한 극단적인 회피의 결과인 것이다. 다른 유형도 자세히 보면 내면의 피하고 싶은 마음 상태와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은 정 반대임을 알 수 있다.




에니어그램의 영적인 지혜


에니어그램의 영적인 지혜 - 산드라 마이트리


'에니어그램의 영적인 지혜'라는 책이 이번에 새로 출간되었다. 정확히는 예전부터 있던 책이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제야 번역판이 나온 모양이다. 이 책은 기존의 심리학적 측면에서만 에니어그램을 알고 있었던 경우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우리의 성격을 감옥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심리학적 에니어그램은 그 감옥의 넓이는 어느 정도이고 어떤 모양이고 우리는 그 감옥 안에서 어떻게 살고 있음을 이야기하는데, 이 "영적인 지혜"라는 책은 그 (성격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는 것을 권장한다. 우리의 마음은 자유로울 수 있는데 왜 우린 그 안에 갇혀있는가? 왜 우린 성격이 있나? 너와 나는 왜 다를 수밖에 없었나? 이 모든 것은 스스로 한 것이다. 감옥 안에 갇혀있는 자신이 감옥을 설계했다.

성격을 초월하여 그 무엇으로도 정의할 수 없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마음의 도착점이요 성격 에니어그램의 본래 목적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가능하도록 태어났다. 에니어그램에 대한 보다 세밀하고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좋은 해답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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