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T 분석으로 알아보는 동네서점 생존전략
서점계의 골리앗 대형서점에 맞선 다비드 동네서점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2010년대 초반 서점계의 골리앗과 같은 대형서점들이 도서 시장을 장악하면서 작은 서점들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동네서점(또는 독립서점, 지역서점)이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잠깐의 유행일 것만 같던 그 동네서점들이 10년도 한참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라지지않고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애초에 경쟁 자체가 불가능할 것만 같던 이 싸움에서 동네서점은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을까?
강점과 약점으로 기회와 위협 요인을 대비하는 전략을 도출하는 SWOT 분석
경영학에서 다루는 SWOT 분석 전략에 따르면 내부환경의 강점과 약점을 알아보고 외부환경의 기회와 위기를 알아본다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내부환경은 자신 외부환경은 상대가 된다. 다시 말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과 상대의 기회(약점), 위기(강점)을 살펴보고 전략을 수립하면 골리앗을 물리친 다비드의 신화를 써볼 수 있다는 것이다.
230만권을 다 읽을 수 있어요? 대형서점의 약점을 찾았다!
대형서점에 도착하여 책을 둘러보는 상상을 해보자. 그러면 대형서점의 약점이 생각보다 쉽게 보인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약 230만권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오프라인 서점이다. 종류만 따져도 무려 22만 종에 달하는 책이 갖추어진 곳이라는 것이다. 책 한권을 읽는데 하루가 걸린다고 가정할 때 여기에 있는 책을 모두 읽으면 무려 22만일이 필요하다. 참고로 22만일은 603년에 달한다.
결국 베스트셀러만 찾게 되는 대형서점
분명 대형서점의 압도적 장서량은 분명한 강점이다. 어떤 고객이 온다고해도 자신이 찾는 책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동네서점이 따라갈 수 없는 위협요인, 약점이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 다르게 접근한다면 이는 대형서점의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무엇을 읽을까?'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공간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인지 대형서점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진열된 책들을 훑어보다 결국 베스트셀러 코너로 향하게 된다. 다시말해 대형서점의 고객들은 서점안을 정처없이 표류하다 결국 베스트셀러 코너로 흘러들게 되는 것이다. 신작이 쏟아져 나오는 대신 기발표된 도서들은 구작으로 전락하고 재고는 쌓여만 간다.
넷플릭스도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던데?
넷플릭스를 스트리밍 OTT 서비스로 시작한 역사가 짧은 기업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의외로 97년에 창업해 30년이 다되어가는 기업으로 우편을 통한 DVD 렌탈 서비스를 하던 기업이다. 렌탈숍을 이용해본 사람은 기억하겠지만 신작은 언제나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렌탈숍에 수많은 영화가 꽂혀 있더라도 사람들은 늘 신작코너를 먼저 찾는다. 하지만 준비된 신작 DVD의 수량은 한정적이며 철지난 DVD는 악성재고처럼 쌓여만 간다. 여기서 넷플릭스는 기지를 발휘하는데 바로 사람들의 취향을 분석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영화를 기가막히게 추천하는 것이다.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추천된 영화는 사용자에게는 곧 신작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악성재고로 취급 받던 구작들이 소비되기 시작하였고 소비자에게는 최신작을 넘어서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다양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게 되다보니 일석이조의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이 전략은 넷플릭스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스포티파이도 마찬가지였다. 스포티파이는 1억 곡 이상의 곡이 서비스되고 있으며 매일 새로운 음악이 발매되며 그 양은 한사람의 인생보다도 훨씬 길다. 이 안에서 많은 사용자는 최신유행곡들의 소비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스포티파이는 그 사람의 취향을 분석하여 그 사람이 좋아하지만 몰랐던 곡들을 기가 막히게 제안해낸다.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의 전략의 공통점은 바로 큐레이션이다.
동네서점은 이 큐레이션에 주목했고 이를 통해 장서량의 위기와 고객의 표류 문제를 해결해냈다.
동네서점은 책이라는 목적지를 찾아주는 내비게이션 같아요!
서점주인의 큐레이팅으로 구성된 책들을 만날 수 있는 동네서점은 내 취향에 맞는 새로운 책을 만나기 좋은 공간이 된다. 자신의 취향만 확고하다면 어떤 책을 읽을지 한단계 더 나아간 고민을 할 수 있게 된다. 대형서점이 무엇을 읽을지의 고민부터 해야한다면 동네서점은 무엇을 고를지만 결정하면 되는 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형서점에서의 표류와 달리 동네서점은 아주 매력적인 목적지를 가르키는 내비게이션을 만난 것과 같은 경험을 느끼게 된다. 동네서점에 방문한 고객은 그 지점에서 대형서점과는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대형서점의 약점을 동네서점은 큐레이션으로 공략해냈다. 상수동에 위치한 땡스북스는 매번 주제를 정하고 책으로 전시회를 연다. 덕분에 작은 공간에 알맞은 딱 필요한 책들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주제에 맞는 책이 전시되기 때문에 취향에 맞는 주제만 맞춘다면 모든 책이 관심가는 책이 될 수 있다. 서점자체가 하나의 주제인 곳도 있다.
은평구 대조동에 위치한 니은서점은 더욱 확실한 컨셉을 지향한다. 사회학을 전공한 사장님이 사회학 서적으로 공간을 가득채운 것은 물론 북토크를 진행하며 사회학에 관심있는 독자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보다 극단적으로 취향에 집중한 서점인 스페인책방도 있다. 이곳은 오로지 스페인으로 가득한 곳이다. 스페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대형서점보다 더 읽을거리가 많은 공간이 되지 않을까? 이렇듯 대형서점에서는 표류하던 사람들이 동네서점에서는 보다 많은 책들을 방향성 있게 찾아가게 된다는 점에서 대형서점의 약점이 동네서점의 강점이 되는 지점이라 볼 수 있다.
인덱스숍이라는 동네서점은 알파벳에 따라 테마를 정해 도서를 진열함에 따라 독자에게 큰 재미를 준다. 이를 테면 D 섹션은 알파벳 D로 시작하는 서적이 진열되는 것이 아니라 D(Design) 서적이 진열되어 있다. 따라서 자신의 관심사와 관련된 책이 자연스럽게 큐레이팅 되어 진열되는 방식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닐 것도 없이 그 섹션에 꽂혀있는 책들을 하나하나 둘러보고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매력적인 책이 나에게 더 쉽게 다가온다.
화려함 뒤에 숨겨진 수많은 인파, 이곳에서 책을 읽을 수 있긴해?
코엑스몰의 랜드마크로 잘알려진 별마당 도서관. 천장까지 가득 꽂힌 서가를 보면 정말 웅장하다는 표현이 딱 맞아 떨어져보인다. 이 공간은 연간 방문객이 2,100만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스타필드 수원에도 별마당 도서관이 조성되었다. 그런데 이곳을 찾은 이들은 정말 이곳에서 책을 읽을까? 사실 이곳에서 책을 읽는 것은 여간해선 쉽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연간 방문객이 2,1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이 곳에서 여유를 즐기며 독서를 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 동네에 위치한 나만을 위한 서점이 있다?
상도동 시장골목에 위치한 대륙서점은 이 동네사람들을 위한 아늑한 휴식처이다. 고객이 곧 동네 지역주민인 만큼 이들의 취향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는 서점주인이 이들의 취향에 맞는 책을 구비해놓기 때문이다. 복잡함 대신 안락함과 편안함은 대형서점이 가질 수 없는 동네서점만의 분명한 강점이다.
체험이나 문화공간의 역할이 강점인 동네서점도 있다. 효자동에 위치한 보안책방은 낮에는 책방 밤에는 술집으로 운영되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다. 영화 보면서 맥주 한잔 마시는 것처럼 책을 마시면서 맥주한잔 하는 북맥의 문화를 지향하는 컨셉도 아주 새롭고 재밌다.
동네서점은 대형서점과는 다른 아늑함이 있다. 코엑스몰의 랜드마크인 별마당 도서관은 그 압도적인 풍경이 멋지지만 책을 읽을 만한 곳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시말해 아늑함은 없다. 그러나 동네서점은 다르다. 아늑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동네서점에게는 더 일반적이다. 게다가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곳이 많아 차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책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더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
강자의 약점이 약자의 강점이 될 수 있다면 약자는 쓰러지지 않는다!
누구나 약점이 있다. 그렇다는 것은 강자에게도 약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생존했다는 것은 강자가 가진 약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공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네서점이 오랜 시간 동안 대형서점에 맞서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은 것은 바로 상대의 약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극복한 전략 덕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