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가 없다> 박찬욱 감독의 재료가 된 소설들

박찬욱 감독 영화의 원작 이야기

by 에틱 유니버스
박찬욱 감독이 <어쩔 수가 없다>라는 제목의 신작으로 돌아왔다.

2022년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영화 <어쩔 수가 없다>는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e)>를 원작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하였다. 물론 전에도 그랬듯 몇가지 설정 등을 차용하였을 뿐 이야기는 새로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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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지>가 될 뻔 한 <어쩔 수가 없다>

원작 소설에서 의미하는 액스_도끼는 미국에서 해고를 도끼질 한다고 표현하는 것에서 따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해고를 '모가지를 날린다'고 표현하니 영화 제목을 <모가지>로 정하려고 하였으나, 주변에서 기겁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어쩔 수가 없다>라는 제목을 선택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스크린샷 2025-09-24 오후 9.28.11.png 박찬욱 감독의 소설 <액스> 추천사_출처: 알라딘
원작을 신선하게 다듬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거장

박찬욱 감독은 좋은 재료인 원작을 신선하게 다듬어 신선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특기가 있다. 사실 이것은 봉준호 감독도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의 대표작 중 <설국열차>, <미키17>도 이러한 방식으로 완성되었다. 어찌보면 많은 이에게 검증 받은 원작을 사용한다는 것은 질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좋은 재료일지라도 만드는 이의 솜씨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런 듯 하다.

image.jpg 원작 설국열차의 한 장면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어쩔 수가 없다> 개봉을 기념하여 박찬욱 감독의 영화와 원작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만화 올드보이, 영화 올드보이가 되다

2003년 발표된 영화 ‘올드보이’는 박찬욱을 세계를 놀라게 만든 작품이었다. 특히 원테이크로 촬영된 장도리 씬은 쿠앤틴 타란티노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했을 정도로 정교하면서도 완성도가 높다. 이후 헐리웃에서 리메이크 될 정도(비록 망작이었지만)로 존재감 있는 영화였던 올드보이는 원작이 만화이다.


26cf5b55-976a-4c1e-9391-5491cae599b2.jpg 원작 일본 만화 올드보이 (카리부 마레이 작가)

이 영화의 핵심소재인 사설감옥에서 15년 간 감금된다는 설정은 일본의 동명 만화 ‘올드보이’에서 차용된 것이다. 하지만 사설감옥에서 15년 동안 감금되었다는 설정 하나만 차용했을 뿐 그 외의 이야기는 원작과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인지 영화 올드보이가 칸 영화제에서 화제작이 되고 심사위원 대상까지 수상하게 되자 일본 원작자도 고무되어 이 영화를 관람하였는데 자신의 작품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어 놀랐다는 후문이 있다.


영화 <박쥐>로 다시 태어난 논란의 소설 <테레즈 라캥>

2009년에는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 배우를 주연으로 한 <박쥐>를 선보였다. 독실한 신부가 뱀파이어가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로 역시나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 받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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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에 뱀파이어 설정을 추가해 변주한 작품이다. 영화 속 인물 상현과 태주 그리고 라여사의 관계는 소설 <테레즈 라캥> 속의 로랑, 테레즈, 카미유에서 차용되었다. 또한 그 속에서 나타나는 불륜과 살인 그리고 최후의 모습 역시도 에밀 졸라의 소설에서 차용되었다. 하지만 소설 속 테레즈가 카미유의 환영에 시달리는 부분을 영화 <박쥐>에서는 무거운 돌을 지고 있는 강우가 상현과 태주 사이에 누워 있는 모습으로 표현하는 등 글로만 느꼈던 감정 선을 시각적 효과를 통해 표현해내는 등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그 메세지를 선명하게 전달해낸다.

FuA12yG2_wZIQGsgTv6CRo8k0ULkxHOqEL8-PyPDRp4Iii8EgGLidUlaEuwKLS123A8JsjdjNa-mTYLozisIZQ.webp 영화 <박쥐>의 한 장면

소설 <테레즈 라캥>은 살인, 불륜 등 파격적인 소재가 사용되어 출간 될 당시에도 외설적이고 부도덕하다는 비판이 컸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작가인 에밀 졸라는 '너희들은 얼마나 깨끗한데?'라는 말로 비웃어댔다. 영화 <박쥐> 역시 주인공 상현의 직업을 신부로 치환하고 뱀파이어로 만들어 본능 앞에서 무너트리며 관객의 비난을 제압해낸다. 물론 그래서인지 영화 <박쥐> 역시 <테레즈 라캥>처럼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 되기는 하였다.


<아가씨>로 성장한 <핑거 스미스>

2016년 개봉한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조선과 일본을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의 이야기이다. 배우 김태리의 데뷔작이기도 하며 배우 캐스팅 당시 최고 수위의 노출을 조건으로 내걸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영화 <아가씨>는 귀족 아가씨의 재산을 노린 백작이 소녀를 고용해 귀족 아가씨의 하녀로 잠입시키는데 이 하녀와 귀족 아가씨가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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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의 문장 ‘가짜한테 마음을 빼앗겼다’와 영화 속 내레이션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라는 표현은 여전히 많은 관객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혀있다. 여기에 주연 김민희와 김태리 배우의 섬세한 연기와 함께 화려한 미술로 치장된 미장센 덕분에 <아가씨>는 큰 화제가 된 작품이 되었다.

1KW568GQ2G_1.jpg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던 <핑거 스미스> 그리고 영화 <아가씨>

영화 <아가씨>는 세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근대 산업화 시대라는 소설의 배경을 한국의 시대에 맞춰내기 위해 일제 강점기 조선이 시대적 배경으로 선택되었고 영화 속 미술 또한 서양과 동양 그리고 한국과 일본으로 다양하게 혼재되어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많은 이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앞서 소개한 작품들은 원작에서 소재 정도만 차용한 것에 비해 <아가씨>는 1,2,3부로 구분된 영화에서의 1부가 거의 원작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었을 정도로 비교적 많은 내용을 원작에서 차용한 작품이다.


17년 전부터 가 <어쩔 수가 없다>될 운명이 었던 소설 <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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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는 1996년 발표된 미국 소설 <액스>를 원작으로 선택하였다. 박찬욱 감독은 무려 17년 전부터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만큼 박찬욱 감독이 애정하는 소설인만큼 무척 기대되는 작품이다.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는 2005년 소설 내용 그대로 영화화 되기도 하였는데 박찬욱 감독이 어떤 변주로 이 소설을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냈을지 궁금해진다. 대중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개봉도 되기 전에 이미 선판매로 손익분기점을 돌파함은 물론 현재 극장 예매율 1위를 달성 중이다.

과연 어쩔 수가 없는 그의 사정에 관객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을까? 과연 누구의 모가지를 날리게 될지 확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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