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6주기를 추모하며.. 여전히 계속되는 남겨진 이의 이야기
2019년 10월 14일 설리가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비보가 대한민국을 떠들석하게 했다. 오랜 시간 동안 따가운 시선 속에서 시들어가던 그녀의 모습을 보았던지라 그 소식을 접하고 놀라움과 동시에 결국...이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어쩌면 대중의 따가운 시선으로 인해 한발한발 뒤로 밀려나가며 결국은 예견되었던 것만 같았던 그 이별. 그리고 어느덧 6년이 지났다. 그리고 며칠 후면 딱 6년이 되는 날이 온다.
그녀가 떠난 순간부터 오랜시간 동안 꾸준히 그녀를 그리워하고 보듬는 아티스트가 한 명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유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이유와 설리의 이야기를 전해보고자 한다.
어떤 단어로 널 설명할 수 있을까?
<복숭아>
아이유는 한살 어린 동생 설리를 너무나 사랑한 듯 하다. 그래서인지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설리를 주제로한 곡을 만들어 발표했는데 바로 <복숭아>이다. 이 곡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애틋한 마음을 설렘 가득한 멜로디로 담아낸 곡이다. 2012년 5월 발표한 이 곡은 5월의 봄향기가 가득 담긴 러브송으로 설리의 별명인 복숭아를 제목으로 한 아이유의 자작곡이었다.
아이유는 자신이 생각했을 때 가장 예쁜 사람이 설리라고 생각되어 설리를 바라보는 남자의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곡을 작사했다고 밝힌바 있다. 이 정도로 아이유는 설리를 아끼고 사랑했던 것 같다.
이 선 넘으면 침범이야 Beep!
증오의 시선에 선을 긋다 <삐삐>
<삐삐>는 2018년 아이유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발매된 싱글이다. 아이유는 이 곡에서 작사를 담당하였는데 가사가 묘하게 자신을 공격하는 이들에 대한 경고처럼 들린다. 수많은 구설과 루머로 마음고생 하던 소녀는 어느새 자라나 어렷한 숙녀가 되었고 자신을 향한 날선 시선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 듯하다.
꼿꼿하게 걷다가 삐끗 넘어질라
다들 수군대는 걸 자긴 아나 몰라
요새 말이 많은 걔랑 어울린다나?
문제야 쟤도 참
또한 '요새 말이 많은 걔랑 어울린다나?'라는 가사는 f(x) 설리, 티아라 지연과의 관계로 인해 받았던 비난에 대한 일격처럼 느껴진다. 아이돌 그리고 연예인으로서의 삶이 순탄하지 않겠지만 단단하게 마음을 키워나가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장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곡이 발표되고 1년이 지나 그녀와 우리는 안타까운 소식을 마주하게 된다.
설리를 향한 추모의 시
<Love Poem>
2019년 아이유는 새앨범 <Love Poem>의 발표 예정 소식에 팬들은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다. 2017년 <Palette_팔레트>와 <꽃갈피 둘> 이후 2년 만에 신보 소식이기 때문이었다. 프로모션 일정도 10월 28일 <Love poem> 선공개 그리고 11월 1일에 음반을 발매하기로 확정한 상태였다. 그러던 10월 14일 아이유가 그토록 아꼈던 설리가 세상을 떠났다. 결국 아이유는 음반 발매 일정을 잠정 연기하였다. 그리고 이후 이 앨범의 마지막 수록곡이자 앨범명이기도 한 <Love poem>이 선공개되었다. 아이유는 소개글을 덧붙여 이 곡을 공개하였는데 다시금 찬찬히 이 소개글을 읽어보면 어떤 마음으로 이곡을 불렀을지 알 것만 같은 곡이다. 심지어 이 곡은 마지막 트랙에 배치되었고 이 곡의 전 트랙은 <자장가>이다. 본래 자장가는 포근하고 따뜻한 성질의 제목인데 이 곡은 이상하게도 슬픔이 담겨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이유의 <Love poem 소개글>
"인간의 이타성이란 그것마저도 이기적인 토대 위에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홀로 고립되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괴로워 재촉하듯 건넸던 응원과 위로의 말들을,
온전히 상대를 위해 한 일이라고 착각하곤 했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 내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참견을 잘 참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그런 행동들이 온전히 상대만을 위한 배려나 위로가 아닌 그 사람의 평온한 일상을 보고 싶은 나의 간절한 부탁이라는 것을 안다.
염치 없이 부탁하는 입장이니 아주 최소한의 것들만 바라기로 한다.
이 시를 들어 달라는 것, 그리고 숨을 쉬어 달라는 것.
누군가의 인생을 평생 업고 갈 수 있는 타인은 없다. 하지만 방향이 맞으면 얼마든 함께 걸을 수는 있다. 또 배운 게 도둑질이라, 나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든 노래를 불러 줄 수 있다.
내가 음악을 하면서 세상에게 받았던 많은 시들처럼 나도 진심 어린 시들을 부지런히 쓸 것이다.
그렇게 차례대로 서로의 시를 들어 주면서,
크고 작은 숨을 쉬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운명의 장난일까 아이유가 전국투어 콘서트를 진행하던 11월 24일. 또 한명의 친구인 구하라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공연 중 소식을 접한 아이유는 무대에 올라 담담히 “세상에 정나미가 떨어지더라도 사람끼리는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눈물을 꾹 참으며 <이름에게>를 마지막 한소절까지 불러낸다. 참고로 이 곡은 불리운 이 공연의 타이틀은 앨범의 수록곡이기도 했던 <Love poem>, 설리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을 때 구하라가 눈물 흘리며 설리의 추모곡으로 소개한 곡이기도 했다.
너 없이 보낸 처음 보낸 첫 사계절
<겨울잠>
설리의 부재를 가장 선명하게 표현한 곡이 아닐까 싶은 <겨울잠>은 아이유의 스페셜 미니앨범 <조각집>에 수록된 곡이다. <조각집>은 들려준 적은 있지만 세상에 내놓지는 않았던 자작곡들을 모아낸 음반으로 ‘구태여 바깥에 내놓지 않았던 내 이십대의 그 사이사이 조각들’는 소개글에서도 알 수 있는 자신의 20대의 조각들을 모아놓은 앨범이었다. 이 중 <겨울잠>은 설리가 떠난 후 맞이한 한해 동안의 계절들을 순차적으로 고백한 일종의 편지 같은 곡이다. 이 곡 역시 소개글을 통해 그 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큰 상실 이후에도 지체 없이 계절은 찬란히 지나고 또 그 찬란함 속에서 또 그리움을 찾는 그녀의 마음을 짐작해보자면 다시금 가슴 한쪽이 아려오는 듯 하다.
아이유의 <겨울잠 소개글>
한 생명이 세상을 떠나가는 일과, 그런 세상에 남겨지는 일에 대해 유독 여러 생각이 많았던 스물일곱에 스케치를 시작해서 몇 번의 커다란 헤어짐을 더 겪은 스물아홉이 돼서야 비로소 완성한 곡이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 혹은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서 맞이하는 첫 1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써 내려갈 플롯이 명확해서 글을 쓰기에는 어렵지 않은 트랙이었지만 그에 비해 완성하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너무 직접적인 표현을 쓰고 싶지도, 그렇다고 너무 피상적인 감정만을 담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녹음 시간이 가장 길었던 곡이다.
평소 레코딩에서는 최대한 간결한 표현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이 곡은 굳이 감정을 절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리움을 극대화하고 싶은 마음에 곡의 후반부가 아닌 중간 인털루드에 전조를 감행하는 나름의 과감한(?) 편곡을 시도했다. 다른 곡들과는 달리 피아노 기반의 곡으로 담은 것도 그 이유에서다.
내 세상에 큰 상실이 찾아왔음에도 바깥엔 지체 없이 꽃도 피고, 별도 뜨고, 시도 태어난다. 그 반복되는 계절들 사이에 ‘겨울잠’이 있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이제는 정말로 무너지지 않는다. 거짓말이 아니란 걸 그들은 알아주겠지.
오렌지 태양 아래 함께 그림자 없이 함께 춤을 춰
<에잇>
영광의 빨간 구두를 신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죽을 때까지 춤춰야했던 잔혹한 자신의 처지를 고백한 <분홍신> 이후로 그녀는 그 영광의 구두를 벗어던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용기있게 투박하지만 스스로 만들어낸 신발 즉, 음악을 시작해냈다. 그리고 그 음악들은 일기장처럼 자신을 결코 감추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였다. 그래서인지 그 시점, <스물셋>부터 그녀의 나이는 그대로 음악의 주제가 되곤 했다. 스물 다섯의 마음을 고백한 <팔레트>를 넘어 2020년 5월 발매된 <에잇>은 그녀의 28살의 주제로 하고 있다. 노을이 지는 황혼의 시간 그림자 없이 함께 춤을 춘다는 이 곡의 가사를 들으면 그녀와 작별한 친구들이 떠오른다. 뮤직비디오에서도 표현된 두 소녀는 마치 아이유와 설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영원히 스물다섯의 나이에 멈추게한 설리의 선택을 Forever Young이란 표현으로 따뜻하게 보듬은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후 2022년 단독 콘서트의 제목도 <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인 걸 보면 두 소녀의 공유한 세계가 빛나는 황금기이자 무한한 청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눕히면 무한대의 기호(∞)가 되는 숫자 8 에잇이 제목으로 선택되었다.
여전히 멈추지 않은 이야기
<Love wins all>
2024년 발표한 <The Winning>의 선공개곡으로 발표된 <Love wins all>은 이전 비보를 접하고 관객에게 말한 “세상에 정나미가 떨어지더라도 사람끼리는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그 시작점이 된 노래가 아닌가 싶다.
그녀는 이 노래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유의 <Love wins all 소개글> 중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을 무기로 승리를 바라는 것이 가끔은 터무니없는 일로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본 바로 미움은 기세가 좋은 순간에서조차 늘 혼자다.
반면에 도망치고 부서지고 저물어가면서도 사랑은 지독히 함께다.
사랑에게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
당신들이 내게 그래주엇듯 나도 당신들의 떠오름과 저묾의 순간에 함께하는 사람이고 싶다.
그 옆에서 “무섭지 않아. 우리 제일 근사하게 저물자.”라고 말해주는 사람이고 싶다.
작지만 누구보다 강하고 단단한 그녀 아이유, 그리고 그녀가 지키고 싶어 했으나 지키지 못한 그녀 설리.
비록 아이유는 그토록 사랑하던 친구를 잃고도 슬퍼할 틈도 갖지 못한채 노래해야 했지만,
그 노래가 곧 그녀의 마음이자 온전한 목소리일 수 있어서 부서지지 않고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세월은 참 빠르다. 벌써 설리가 세상을 떠난지 6년이 되었다.
무려 스무번이 넘는 계절이 지났음에도 세상은 여전히 미움과 증오로 가득해보인다.
이 소녀들의 시작과 끝 아니 과정을 보며 부디 이러한 비극이 다시금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라본다.
그녀의 말처럼 사랑에게는 충분히 승산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그 지독히도 뜨거웠던 청춘의 여름과 작별하기로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