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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십 Oct 19. 2020

홍콩, 숫자로 말해요

산업, 무역, 경제, 역사, 화폐

십수 년 전 여행으로만 단 이틀 머물렀던 홍콩! 그냥 덥고 습하고 웃통 벗고 일하는 사람들 천지삐까리인, 명품 조금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메리트가 있는 곳. 이게 다였죠.


어쩌다 여기에 살게 된 지금, 강렬했던 첫인상은 여전하지만 생각보다 선진국, 보기보다 착한 사람들, 무엇보다 자본주의 끝판왕의 나라!


이해되는 듯하다가도 여전히 알 수 없는 홍콩입니다.


그래서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 속 어른들 답게 우선 숫자로 홍콩을 이해해 보고자 조금은 재미없는 수치들 잔뜩 들고 와 보았습니다.


Only from the figures do grown-ups think
they have learned anything about it.

by Saint-Exupery « The Little Prince »


홍콩 지도(출처: map.gov.hk)


제가 살고 있는 홍콩은요...


정식 명칭: 중화 인민 공화국 홍콩 특별행정구(HKSAR)


면적: 1,106.7 km2(서울의 약 1.8배)


기후: 연평균 23.3도/강우량 2,398.5mm


인구: 750만(‘19년 말)


언어: 광둥어 89%, 영어 4.1%, 보통화 1.85%


홍콩은 서울 면적의 1.8배라고 합니다. 그래서 약속 잡을 때 편해요. 웬만한 곳은 택시 타도 몇십 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여기에 너무 적응한 나머지 홍콩섬에 살면 카우룬에 가기 귀찮아지고 카우룬에 살면 심기일전하고야 홍콩섬에 나옵니다.



홍콩에서도 본토 사람들 이미지는 별로입니다. 그래서 외국인일 경우 아무리 중국어 잘해도 영어로 해야 무시(?)당하지 않는다고 ㅜㅠ 아 물론 중국어 못하는 저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나라 갔다 홍콩으로 돌아올 때마다 공항에서 착각합니다. 누가 내 등 뒤에 자꾸 에어컨 실외기의 뜨거운 바람을 쏘는 거 같은. 그만큼 덥고 습합니다.


근데 이게 또 적응돼서 그런지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피부가 찢어질 것 같은 건조함이 없어 가끔은 "온화한" 홍콩 날씨라고 말하는 저를 보며 스스로 깜짝깜짝 놀랍니다.



홍콩 사람들은 뭘로 먹고 사나요?


경제: 1인당 국내총생산(‘19년) 48,940 미불


경제성장률(‘19년): -1.2%


외환보유고: 4,413억 미불(‘19년 기준)


화폐: 홍콩달러 US $1=7.75~7.85 HK $('83년도 Peg System 채택)


주요 산업: 무역 및 물류 21% / 금융 18.9% / 회계, 법률 등 전문 서비스 12.2% / 관광업 4.5% / 기타 43%


2018년 우리나라 통계청(KOSIS) 기준 1인당 국내 총생산 세계 각국 순위를 보니 홍콩은 세계 14위(4만 8717.29 USD), 한국은 26위(3만 3346.3 USD)네요. 인구 규모가 6배나 차이 나니까요.


한국 비슷한 수준의 외환보유고를 가진 홍콩은 19년도에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였는데 2020년 올해는 2분기에만 -9%라고 합니다 ㅜㅠ  작년부터 시위, 미중 무역갈등, 코로나, 국가보안법 등 이슈가 참 많았죠 특히나 홍콩은.


이에 홍콩 정부는 20년도 Covid-19으로 인한 경기 침체 대응 차원에서 약 45.4조 원 규모의 재정지출감행합니다. 어제(9/18) 우리나라 국회에서 예결위가 심사한 4차 추경 규모가 8조 7천억 원 규모라 하니 인구 차이 감안하면 홍콩 정부의 코로나 재정지출 규모가 꽤 큰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효과는... 흠.. 아직은 두고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요즘 언론에서 많이 보이는 페그 시스템! 홍콩달러는 미국 달러와 고정환율로 연동되는 페그제를 83년도에 채택했어요. 83년도 라니... 꽤 오래되었네요.


몇 달 전부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매번 무기처럼 꺼내 드는 게 바로 홍콩의 페그 시스템 폐지인데요, 말만 몇 번 하고 아직 아무 조치도 이뤄지지는 않고 있어요. 홍콩 투자자의 51%가 미국과 유럽이라고 하니 쉽게 폐지할 거 같지는 않은데 역시나 대선을 위한 카드 중 하나였던 걸까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한국과 홍콩은 어떤 사이일까?


대 홍콩 수출 : 319.1억 / 수입: 17.8억 USD('19)


홍콩 방문 한국인: 104만 명('19년도)


한국 방문 홍콩인 : 68만 명('19년도)


직항(서울/대구/부산/제주): 주 190편('19년 8월)


재외동포(‘18년) : 18,654명


홍콩은 한국의 4번째로 큰 규모의 수출 대상국입니다. 뿐만 아니라 무역 흑자면에서도 홍콩이 1위, 중국이 근소한 차위로 2위입니다.(반면 최대 무역 적자국은 일본이랍니다.) 홍콩! 한국에게 고마운 효자 나라였네요:D


또한 한 해에 170만 명이 양국을 오고 가고 비행기 역시 일주일에 무려 190편이나 운항했다는데 지금은 그저 눈물만..ㅠㅜ


Photo: Pierre Antoine-Donnet/AFP


홍콩은 누구의 땅인가?


1842년:아편전쟁 패한 후 난징조약, 홍콩섬 영국 할양


1860년:제2차 아편 전쟁 후 베이징 조약에 의거 카우룬 반도와 Stone Cutter 섬 영구 할양


1898년:제2차 베이징 조약에 의거 신계지 및 235개 부속도서 99년간(1898.7~1997.6) 조차


1841.12~45.8: 일본의 홍콩 점령


1972년: 영국과 중국 국교 수립


1984년: 홍콩 반환 합의


1997년 7월 1일:중국 인민 공화국의 특별행정구로 출범



물론 홍콩은 홍콩에 사는 사람들의 땅이겠지만... 대영제국의 마지막 유물이라 불렸던 홍콩. 그야말로 19세기 제국주의 열강들의 아시아 침략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홍콩 영토 중 어느 곳은 영국 "할양"이고 또 다른 곳은 "조차"됩니다. 신계지와 부속도서는 99년간 영국에 빌려준 거지만 홍콩섬과 카우룬 반도는 청나라가 영국에 그냥 영원히 준 땅이었어요.


이렇게 약 180년 전 맺은 전쟁 조약의 문구 하나가 오늘날 중국의 대 홍콩 정책인 "일국양제"로 이어지고 또 여기에 "국가보안법"이 더해지고 그러다 미중 갈등으로까지...


먼 훗날 후손들이 보기엔 이름만 바뀐 자본주의 기치 아래

여전한 제국주의를 살고 있는 건지도.


Photo: @yulokchan/unsplash.com


세계가 바라보는 홍콩


주요산업: 3차 산업 중심의 무역, 금융업 고도 발달


조세: 부가가치세, 관세 없음, 금융 및 증여 소득 비과세


세계 제3대 국제 금융 중심지:뉴욕, 런던, 홍콩


대 중국 투자 위한 국제 자금 조달 센터 역할: 200개 은행 영업 중('19년도 말 기준), 세계 100대 은행 중 70개 은행이 홍콩 진출


외환 시장 일 평균 거래량: 세계 4위


주식 시장 시가 총액 규모: 세계 6위(한국 15위)



미국 헤리티지재단에서 조사하고 발표하는 경제자유도 지표(Index of Economic Freedom)에서 홍콩은 26년간이나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1994~2019)


올 해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국가보안법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은 끼칠 테니까요.

Hong Kong Flag


그렇다 해도 홍콩은 여전히 다국적 기업에게 너무나 매력적 도시입니다. 내외국인 차별 없이 홍콩에서만 발생하는 소득에만 조세를 부과해요. 또 이미 200개가 넘는 은행이 영업을 하며 금융 산업의 탄탄한 기반을 닦아 놓았습니다.


부가가치세, 관세도 없고 금융 소득세 및 증여세도 없으니 부자들은 더 몰려옵니다. 한 마디로 사람이 몰리면 돈이 몰리고 돈이 몰리면 기업이 몰리고.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상장 폐지된 중국 기업들 홍콩 주식 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지원해준다는 소리도 들리고요. 이미 포춘지에서 발표하는 세계 500대 기업 중 106곳이 중국기업입니다.



중국으로 오가는 자금이 가장 모이기 쉬운 곳, 중국으로 향하는 투자금이 모이기도 쉽고 중국에 투자한 자금 회수하기도 쉬운 곳. 홍콩의 국제적 위상은 오히려 미국 보다도 중국 정부가 변심하지 않는 한 당분간은 유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나는 과연 홍콩을 잘 알고 있을까?


살고 있으니 잘 안다 생각했지만 막상 제대로 이야기해보면 아무것도 제대로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제 공부 겸 홍콩에 관한 각종 지표와 수치를 정리해보았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은 주홍콩대한민국 총영사관 홈페이지의 홍콩 국가 정보에서 많이 참고했어요.


Photo: @mansonyms/unsplash.com

작년부터 홍콩은 그 어느 때 보다 여러 국내 및 국제 이슈에 직면해 있는 듯합니다. 전 어쩌다 이 시점에 이 곳에 와

홍콩 역사 한가운데 서서 미국 대통령 발언 한 마디와 중국 주석의 손짓 하나에 노심초사하며 변화의 시류 한가운데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걸까요.


이제 그만 홍콩 좀 내버려 두라 라고 말하고 싶은데 이제 겨우 시작이지 않을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지나 않을까 불안한 마음 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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