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효 Jan 27. 2021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테리어 잡지 까사에 글쓰기

잡지 회사의 포토로 일하다 파리로 공부하러 온 친구를 한 명 알게 되었다. 루브르 미술관 앞에 자주 가는 와인 바 르 퓨모아 (Le fumoir) 테라스에 앉아 2018년 여름의 느지막한 해 질 녘 노을을 감상하는데 대뜸 파리에서 인테리어가 멋진 집 사진을 찍고 싶단다. 프랑스 오기 전 포토 에이전시 소속으로 한국 인테리어 잡지와 일을 해왔던 그녀는 들어보니 다수의 인테리어와 디자인 전문 잡지들과 자연스레 인맥을 쌓은 터였다. 


 "하면 되지?"라고 되물으니 그녀는 단순히 사진뿐만 아니라 영어나 불어로 인터뷰를 하고, 한글로 기사를 쓸 수 있는 에디터와 함께 해야 작업이란다. 내가 하는 빈티지 디자인 상품 판매업과 직접 관계는 없을지라도 보고 배울 것이 많을터였다. 내가 도와줄 테니 가능한 곳에 제안 메일이나 보내보자고 그녀를 부추겼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고민하는 설렘과 흥분 때문인지 그 날 따라 시농 (Chinon) 와인 맛이 참 좋았다. 


그 주 주말 사무실에 모인 우리는 제안서를 보낼만한 근사한 인테리어의 아파트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일단 파리면 좋겠으나 쉽게 집을 노출하기 꺼려하는 프랑스인들이 우리 제안을 받아들여 줄지 미지수였기에 프랑스뿐 아니라, 이탈리아나 네덜란드 같은 근접 국에 거주하는 디자이너나 건축가들에게도 연락해보기로 했다. 10군데 정도 제안서를 보내고 초초한 마음으로 기다렸으나 8월 휴가로 대다수가 연락이 없거나 인터뷰는 좋으나 집을 공개하는 것은 어렵겠다는 거절의 답이 되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러더니 9월 초 인스타그램 DM으로 연락했던 이탈리아 건축가 부부 로베르토 팔롬바와 루도비카 세라피니가 그들의 남부 별장을 촬영해도 좋다는 긍정의 답변을 보내왔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 끝마친 19세기 팔라초 다니엘라 (Palazzo Daniela)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도 함께 촬영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역제안을 해오는 것이 아닌가? 두 프로젝트를 한 번 출장으로 마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를 마다할 바가 아니었으나 잡지사 측에서 이 둘을 모두 OK 할 수 있을까는 미지수였다. 각 잡지마다 추구하는 인테리어 성향이 다른 데다 같은 건축가의 두 프로젝트를 커버로 실어내려면 각각 담아내야 하는 이야기와 인테리어 테마가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며칠 뒤,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언니, 이탈리아 출장 갈 준비 됐어?" 

이 말은 까사 리빙(CASA LIVING) 잡지가 두 프로젝트를 각각 커버스토리로 확정했다는 뜻이었다.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인터뷰와 잡지 기고이기에 두려움이 앞섰지만 고민하지 않고 일단 가보기로 했다. 

건축가를 프랑스어로 인터뷰하고, 한국어로 글을 쓰는 일을 또 언제 해보겠는가. 









작가의 이전글 끝은 늘 아쉽고 슬프지만 시작은 낭만적이다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